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장(醬)을 담그는 기본 재료인 메주를 만드는 일. 메주는 콩[大豆]을 삶아 찧어서 일정 크기의 덩어리 형태로 만든다. 메주는 말장(末醬), 밀조(密祖), 훈조(燻造), 장국(醬麴), 며조, 메조, 며주 등으로 일컬어졌으며, 메주의 종류는 용도, 장소, 형태, 재료에 따라 다르게 불린다.
메주의 종류는 용도",
장(醬)을 담그니까 장메주라 하며, 간장용메주와 고추장메주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용 진장을 만들 때 절에서 만든 절메주로 담갔다.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장(醬)을 담그는 기본 재료인 메주를 만드는 일. 메주는 콩[大豆]을 삶아 찧어서 일정 크기의 덩어리 형태로 만든다.
메주는 말장(末醬), 밀조(密祖), 훈조(燻造), 장국(醬麴), 며조, 메조, 며주 등으로 일컬어졌으며,
절메주는 집메주보다 4배 가량 크고 넓적하게 만든다.
삶은 콩을 찧어 덩이로 만든 메주를 떡메주라 하며, 검정콩으로 만들면 검정콩메주라 한다.
개량식 메주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덩어리 메주: 선별한 콩을 침지(18~30시간)하고 삶은 후 냉각한다. 여기서 황국균을 혼합한 후 절구로 찧어서 벽돌형 등 일정한 모양으로 만든 후 20~25℃에서 띄운다. 청 녹색의 곰팡이가 덮히면 말려서 메주로 쓴다.
2) 콩알메주: 황국균 접종까지는 덩어리 메주와 같다.
접종한 콩알을 국상자에 3cm 두께로 담고 30~35℃로 6~12시간 보온한 후 흰색의 균사가 덮이면 콩알이 떨어지도록 헤쳐서 20~30℃에서 3~4일 발효시킨다. 녹황색 곰팡이가 콩알에 덮이고 이를 건조시키면 콩알메주가 된다.
3) 국수형 메주: 덩어리 메주와 같게 접종하고 접종한 삶은 콩을 쵸퍼로 마쇄와 동시에 압출시켜 가락으로 뽑는다. 이 가락을 국상자에 담아서 콩알메주와 같이 띄우고 건조하면 황녹색의 국수형 메주가 된다.
[어원과 역사] 장을 만주말로 ‘미순’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12세기에 간행된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장왈밀저(醬曰蜜沮)라 하여 메주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 때의 메주는 지금의 메주나 장을 함께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한문이 많이 쓰이면서 메주즙만을 ‘장’이라 하여 메주와 구분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어의 미소(味噌)는된장을 뜻하는데 “미순, 메조|”등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해동역사(海東繹史)』에서는 신당서(新唐書)를 인용하여 발해의 명산물로서 책성(柵城)의 시(豉)를 들고 있다. 시는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하면 배염유숙(配鹽幽菽) 즉, 콩을 소금과 함께 어두운 곳에서 발효시킨 메주인 것이다.
발해는 고구려 유민이 세운 나라인데 고구려는 발효식품이 발달한 나라였고 또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는 것을 생각할 때 오랜 옛날부터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구체적인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에 밀장시(蜜醬豉)라는 말이 있어 통일신라에 이미 간장과 된장이 있었으므로 그 원료인 메주도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주 미생물] 다음과 같은 미생물이 알려져 있다.
① 곰팡이류:Rhizopus nigricans, R. chinensis, R. oryzae, R. japonicus, Mucor abun- dans, M.griseocyanus,M. mucedo, Aspergillus oryzae. Penicillium lanosum,P. kaupscinskii 등.
② 효류:Saccharomyces coreanus,S. rouxii, Rhodo- torula flava, Torulopsis datria 등.
③ 세균류:Bacillus subtillis, B. pumilus, Staphylococcus aureus 등. [메주의 발효숙성] 찐 콩을 으깨서 성형하여 놓아두면 공기 중에 있는 여러 미생물이 부착하여 증식되면서 일어나는데 이들 미생물이 분비하는 여러 효소들에 의하여 메주 원료인 콩이 분해되는 과정이다.
메주 표면에 증식하는 Rhizopus속, Aspergillus속, Mucor속 등 αw 0.75내외를 선호하는 호기성 곰팡이가 분비하는 전분질 분해효소(amylase),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 유지분해효소(lipase)등에 의하여 콩이 분해되고 메주 내부에서는 αw 0.9내외를 선호하는 Bacillus subtilis, B. pumilus 등이 분비하는 단백질 분해효소, 전분질 분해효소, 유지분해효소 등이 분해에 관여한다.
간장"
간장은 주로 메주 내부에 있는 세균의 단백질 분해효소로 분해되어 수용성 질소화합물로 전환된 아미노산, 그밖에 저급화 분해산물이 가용성화 되어 소금물에 용출되고 내염성세균, 효모 등에 의해서 풍미물질이 생성되면서 숙성된 것이다.
[메주의 유형과 규격] 식품공전에는 한식 메주와 개량 메주가 있고 전통식품 표준규격(농수산물가공산업육성법, 제13조 근거)에 따른 전통 메주의 규격은, 성상은 고유의 색택과 풍미가 양호하며 이물이 없어야 하고 수분 10.0% 이하, 조단백질 35.0% 이상, 조지방 15.0% 이상, 아미노태 질소 110mg%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식품공전에서는 대두를 주원료로 하여 성형하거나, 곡물입자의 형태를 유지하여 발효시킨 것을 말하며,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2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1) 한식메주: 대두(95% 이상)를 주원료로 하여 증숙, 성형하여 발효시킨 것.
2) 개량메주: 대두(85% 이상)를 주원료로 하여 곡물 알갱이의 형태를 유지하여 발효시킨 것. 규격은 성상(고유의 색택과 향미를 가지고 이미 · 이취가 없어야 한다), 수분(10% 이하, 개량메주에 한한다), 조단백질(35% 이상, 건조물로서), 타르색소(불검출), 아플라톡신(10㎍/㎏ 이하 B1로서), 보존료(불검출)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간장을 담그는데 사용하는 메주는?
재래식 메주와 개량식 메주가 있다.
재래식 메주는 늦가을에 메주콩을 충분히 불려 5시간 이상 삶은 다음 절구에 찧어서 벽돌형, 정방형, 혹은 큰 대접형으로 만들어 식히면서 굳힌다.
굳은 덩어리를 볏짚으로 엮어 방안에 메달아 놓으면 곰팡이는 메주 표면에 번식하고 틈새는 세균이 번식하여 자연발효로 메주가 뜨게 된다.
이듬해 봄에 메달아 놓은 메주를 떼어내 담요 등을 덮어 보온하여 후발효를 한 다음 햇볕에 말려 표면의 이물질과 곰팡이를 쓸어내 버리면 재래식 메주가 된다.
이 메주는 재래식 간장, 된장 등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근래 재래식 메주의 제조방법을 개량하여 만든 개량식 메주는 황국균인Aspergillus oryzae를 인공 접종시켜 메주의 품질을 개선하고 제조기간을 단축시키는 장점이 있다.
메주쑤기는"
보통 10~12월에 이루어지며, 특히 입동(立冬) 무렵인 음력 10월 또는 동짓달에 쑨다. 메주 쑤는 시기는 장의 종류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는 메주쑤기를 11월에 하고 있으며, 궁중 진장(眞醬)용 메주인 절메주는 음력 4월 무렵, 집메주는 음력 10월이나 동짓달에 쑤었다.
순창에서는 고추장메주를 여름철인 8~9월, 처서 무렵에 쑨다.
서울, 경기, 경상, 제주에서는 음력 10월 무렵, 충청도에서는 음력 8~10월 무렵, 전라도 구례에서는 음력 10월이나 동지에 쑨다. 무주는 동짓달, 부안은 가을쯤 메주를 쑤기도 하며, 남원, 평안도에서 정월에 메주를 쑤기도 한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1월령에서는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라고 하였으며, 『증보산림경제』에는 “콩을 정선하여 한 밤을 수침(水浸)한 뒤에 건져서 란자(爛煮)하고 절구에 찧어서 손으로 중(中)수박 크기의 덩어리를 만들고, 칼로 반을 잘라서 그 반쪽을 칼로 제며 반월형의 1촌(寸) 두께의 메주편을 만든다.”라고 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처음에 콩을 삶을 때에 물을 넉넉히 부어 솥바닥에 눌러 붙지 않게 하고 콩을 작은 그릇에 불리면 그릇이 터지오, 조리로 일어 가마나 솥에 붓고 끓어 넘치거든 뚜껑을 열지 말고 그냥 물만 넘기고 삶으라, 뚜껑을 자주 열면 콩도 넘어 나올 뿐 아니라 콩이 덜 무르나니라. 뜸들여 잘 무르게 한 후에 퍼내어 물이 빠지거든 깍지가 없도록 잘 찧어서 메주를 보사기만하게 조금 납작하게 만들어 하나씩 펴놓고 하루 동안 안팎을 말린 후에 겉이 꾸덕꾸덕해지거든 멱서리나 섬이나 둥구미에 띄우되 솔잎을 깔고 한 켜씩 메주를 늘어놓아 ……(중략)…… 잘 살펴 띄우라.”라고 하였다.
보통 한 가정에서 4~5말의 콩으로 메주를 쑤는데, 이것을 콩 한 되 또는 두 되로 메주 한 개 정도가 되도록 빚어 단단하게 만든다.
식구가 적으면 1~2말 정도 메주를 쑤기도 한다.
메주쑤기 과정은 콩 선별하기(선별), 씻기(수세), 물에 담가 콩 불리기(수침), 콩 익히기(삶기, 찌기), 삶은 콩 찧기, 성형, 겉말림, 띄우기 순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메주쑤기 과정은 아래와 같다. 대두(大豆) 또는 메주콩이라고도 하는 콩을 준비한다.
주로 황금콩, 장엽, 태광 같은 백립종 품종의 콩이다.
벌레가 먹은 것이나 썩은 것을 골라내고 좋은 콩을 선별한 후, 깨끗한 물에 잘 씻어서 하루 정도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 놓았다가 콩을 익힌다.
콩을 익히는 방법은 물에 삶거나 시루에 안쳐 찌기도 하지만 주로 가마솥에 넣고 삶아 익힌다.
콩을 삶고 나서 처음의 2~3배 부피로 늘어나므로 양을 잘 조절한다.
물기를 뺀 콩을 가마솥에 넣고 콩의 2~3배 정도의 물을 넉넉히 붓고 콩이 완전히 무르도록 푹 삶는다.
100도에서 김이 오른 후 3~4시간 이상 삶는데, 민간에서는 5~8시간 동안 삶는다. 콩을 삶을 때 메주콩의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한번 불에 올린 솥은 끓어 넘치더라도 뚜껑을 열지 않으며,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여서 뭉근하게 뜸을 들이는데, 대개 큰 장작 하나 남겨두어 은근하게 불을 뗀다.
콩을 삶는 정도는 손으로 비벼보아 반쪽으로 갈라지지 않고 쉽게 뭉그러질 때까지 또는 콩의 노란색이 불그을음(또는 꺼멓도록)하게 될 때까지 삶는다.
잘 삶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면 끈기도 있고 잘 뭉쳐져서 찧은 후 메주 만들 때도 좋고 메주도 잘 뜨고 장맛이 좋아진다.
덜 익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면 끈기가 없어 서로 섞이지도 않고 차지지도 않으며, 장맛이 떨어지고 담근 간장색이 탁해져 장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콩을 지나치게 익혀도 단백질 분해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푹 삶은 콩을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 후 식기 전에 절구에 담아 완전히 으깨지도록 빠르게 찧어 메주틀이나 그릇에 담아 모양을 만들거나 손으로 뭉쳐서 일정한 형태로 만든다.
절구 대신 함지박 같은 큰 그릇에 놓고 찧거나, 포대에 담고 발로 밟아 으깨기도 한다.
메주틀에 베보자기를 깔고 찧은 메주콩을 넣은 뒤 베주머니로 덮고 꼭꼭 밟아서 만든다. 식은 것을 찧거나, 너무 거칠게 찧어도 알맹이가 겉돌아 잘 뭉쳐지지 않아서 좋지 않다.
메주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두꺼우면 메주가 마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쓸데없는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 좋지 않다.
메주 모양은 목침이나 납작한 전석처럼 각형(角形)으로 만들거나 둥글게 원형으로 만들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간격을 주고 펼쳐놓아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말려 겉말림을 한다.
겉면이 완전히 굳으면 새끼줄로 엮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매달아 띄운다.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메주는 콩으로만 만들지만, 고추장 메주는 콩에 쌀이나 밀, 보리 같은 전분질을 섞어 만든다.
콩과 밀을 6 : 4 정도의 비율로 섞고, 콩과 찹쌀을 5 : 2 정도의 비율로 섞는데, 고추장용 떡메주는 콩과 찹쌀을 하룻밤 불렸다가 함께 찐 다음 절구에 넣어 찧어서, 주먹만한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빚어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겉말림하여 띄운다.
순창 고추장메주는 가운데 구멍을 볏짚줄로 꿰어 매달아 띄운다.
끝이 살짝 치켜 올라가 있는 처마 밑에 메주를 매단다.
볏짚으로 솜씨 부려 매달고 나서 한 발 물러서서 본다.
가을 햇살에 금빛으로 빛나는 메주. 예술작품이 따로 없다.
메주는 우리의 일 년 작품이다.
봄에 콩 씨를 심고, 새하고 싸우며 콩 싹을 지키고. 풀과 싸워 이기면 콩꽃을 구경할 수 있다.
콩 꼬투리가 달리면 가뭄에 목말라하지 않나, 태풍에 쓰러지지 않나, 벌레가 너무 많지 않나 걱정. 그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콩이 영글고 콩잎이 누렇게 물들어 떨어지면 거두어들인다.
콩대를 베어 말렸다가 콩깍지가 벌어지면 도리깨로 턴다.
그러면 콩깍지 부스러기, 덜 여문 콩, 잘 익은 콩, 벌레 먹은 콩이 뒤섞이기 마련. 거기서 잘 여문 콩을 고른다.
된서리가 내리면 메주 쑬 때다. 메주를 매달아야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기분이다.
메주콩 삶은 냄새를 기억하는가? 메주를 빚는 어른들 곁에서 집어먹던 콩 맛을 아는가? 요즈음 사라진 메주 쑤기. 나 역시 농사를 시작하고서야 메주를 쑤기 시작했다.
처음이니 혼자서는 자신이 없다.
남편과 함께 가마솥에 불을 때며 콩을 삶았다.
불 때느라, 그 다음에는 콩물이 끓어 넘치지 않게 하느라 바빴다.
아궁이 불길이 잦아들고, 뜸이 푹들 무렵, 다 된 걸 어찌 아나? 나도 남편도 둘 다 모른다.
둘이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 수밖에… 다른 건 어찌 귀동냥을 했는데 이건 못 알아 놨다. 앞집에도 가 보고, 뒷집에도 가 보았지만 아무도 계시지 않는다.
이거 어떡하지? 그러는데 가마솥에서 나는 냄새가 달라졌다.
이게 메주 냄새야. 어릴 때 맡아보던 그 냄새. 둘이 눈을 마주보며, 머리로는 먼 시간여행을 했다.
어린 시절 맡아본 냄새를 따라 그때 기억 속으로. 메주를 빚을 차례. 뜨거운 콩을 자루에 담은 뒤, 큰 그릇에 넣고 새 장화를 신고 푹푹 밟는다.
콩알이 다 으깨졌으면 메주를 빚는다.
큰되 한 되짜리 틀에 넣고 밟아서 빚는데 아이들도 잘한다.
연신 콩을 집어 먹으며. 온 식구 몸무게를 모아 단단하고 반듯한 메주를 빚는다.
그러고 나면 아침 먹고 시작한 일인데, 밖이 깜깜하다.
메주를 하룻밤 식힌 뒤, 볏짚으로 솜씨를 부려 처마 밑에 매단다. 시골 살면 전염된다.
초겨울에 메주 쑤고, 한 겨울에 청국장 냄새 풍기고 싶어 한다. 주부들만 그런 게 아니다.
남정네들도 열심이다.
한번은 마을 회의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메주 이야기가 나왔다.
남정네들이 더욱 열심히 이야기를 한다.
시골집에서 메주 쑤기는 주부들만의 몫이 아니다.
남편도 함께 불을 때고, 메주 빚고, 매달고 처마 밑에서 아침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메주가 마르면 안방 아랫목에 메주를 모시고 띄우기 시작한다.
고롬고롬한 메주 뜨는 냄새. 겨울에 아랫목을 차지하는 게 메주만 있나, 청국장도 있다.
냄새가 어찌나 놀라운지. 청국장을 띄우고 나면 며칠 동안 방안에서 냄새가 사라지질 않지만, 우리 집 식구들은 익숙하다.
한 방에서 냄새를 맡으며 먹고 자고. 청국장과 하나가 된다.
집에서 만든 청국장은 콩과 볏짚이 뜨겁게 만나 이룬 맛이다.
미끈미끈 거리고, 끈적거리며 냄새도 더 지독하고.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내 손 맛이 있다.
좋은 메주는 잡균이 번식하지 않고 영양성분의 분해효소를 만드는 세균이 고루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
재래식 메주의 경우는 전적으로 공기 중에 있는 균이 들어가 번식하게 되므로 메주 띄우는 장소에 따라 장맛이 크게 좌우된다.
청국장 1g에 약 10억 마리 이상의 청국장균이 생기는데, 이 균은 우리 장내에서 유익한 미생물의 작용을 도와 설사나 장염을 예방하며 변비를 막아준다.
콩에 풍부한 칼륨이 우리 몸의 나트륨 양을 조절해 혈압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담북장은 청국장보다 콩을 띄우는 기간이 짧아 콩의 본맛이 많이 남아 있으며, 보통 된장보다 더 담백하다.
육안으로 잘 뜬 메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려면 먼저 표면이 잘 말라 있고 노르스름하며 속은 약간 말랑말랑한 것을 고른다.
속담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 듣지 않는다.” 는 아무리 사실대로 말하여도 믿지 않는 경우를 뜻하며,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 듣는다.”는 속담은 반대의 경우이다.
장맛을 결정하는 좋은 메주고르기"
메주의 곰팡이는 흰색이나 노란색을 띠어야 좋은 것이며, 검은색이나 푸른색을 띠고 있는 것은 잡균이 번식한 것이다.
반면 표면이 거무스름하고 끈적거리며 축축한 듯하면 제대로 뜬 것이 아니다. 또한 메주의 겉은 노르스름하되 붉은색이 섞여 있어야 좋고, 쪼갠 면이 잘 떠서 검붉게 보여야 한다.
메주 색이 처음의 콩 빛깔대로 노란 것은 덜 띄워진 것이다. 약간 갈색이 나는 것이 좋지만 지나치게 떠서 속이 곯은 것도 좋지 않다.
메줏가루를 살 때는 검은빛이 도는 것보다 노란빛이 도는 것을 택한다.
잘뜬메주를 뜨는포인트" 먼저 콩을 삶을 때는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고 손가락으로 비벼 보아 쉽게 뭉그러질 때까지 충분히 익혀야 한다.
덜 익은 콩으로 메주를 쑤면 여러 가지 분해효소가 제대로 침투하지 못해 장맛이 떨어진다.
이런 메주로 간장을 담그면 색이 탁하고 맛이 없어 장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반면에 오래 가열하여 콩을 지나치게 익히면 단백질 분해에 지장을 주므로 고온에서 단시간에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주덩이를 만들어 처음 말릴 때 표면이 덜 마르면 잡균이 번식해 독소를 생성하거나 썩기 때문에 메주 겉면의 수분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며, 온도가 너무 높아도 안 된다.
메주를 빚을 때 가운데를 약간 오목하게 눌러놓으면 메주가 잘 떠서 곰팡이가 많이 생긴다.
메주를 소금물과 함께 넣고 40~60일 정도 숙성 발효시켜 간장이 우러나면 메주는 건져내고 간장을 걸러낸다.
간장을 걸러내고 남은 메주덩이를 부수어 고루 섞은 다음 싱거우면 소금이나 걸러낸 간장을 약간 섞어 버무린다.
소독한 항아리의 밑바닥에 소금을 약간 뿌린 뒤 버무려둔 메주를 꼭꼭 눌러 담고 그 위를 소금으로 하얗게 덮어둔다.
항아리 입구를 망사로 씌워서 햇볕이 좋을 때는 뚜껑을 열어 볕을 쪼이고 해가 지면 뚜껑을 닫으면서 한 달 정도 숙성시키면 된장이 완성된다.
좀더 맛있는 된장을 담그기 위해서는 간장을 빼지 않고 담그는 방법도 있다.
메주의 종류는 용도",
장(醬)을 담그니까 장메주라 하며, 간장용메주와 고추장메주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용 진장을 만들 때 절에서 만든 절메주로 담갔다.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장(醬)을 담그는 기본 재료인 메주를 만드는 일. 메주는 콩[大豆]을 삶아 찧어서 일정 크기의 덩어리 형태로 만든다.
메주는 말장(末醬), 밀조(密祖), 훈조(燻造), 장국(醬麴), 며조, 메조, 며주 등으로 일컬어졌으며,
절메주는 집메주보다 4배 가량 크고 넓적하게 만든다.
삶은 콩을 찧어 덩이로 만든 메주를 떡메주라 하며, 검정콩으로 만들면 검정콩메주라 한다.
개량식 메주는 다음과 같이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덩어리 메주: 선별한 콩을 침지(18~30시간)하고 삶은 후 냉각한다. 여기서 황국균을 혼합한 후 절구로 찧어서 벽돌형 등 일정한 모양으로 만든 후 20~25℃에서 띄운다. 청 녹색의 곰팡이가 덮히면 말려서 메주로 쓴다.
2) 콩알메주: 황국균 접종까지는 덩어리 메주와 같다.
접종한 콩알을 국상자에 3cm 두께로 담고 30~35℃로 6~12시간 보온한 후 흰색의 균사가 덮이면 콩알이 떨어지도록 헤쳐서 20~30℃에서 3~4일 발효시킨다. 녹황색 곰팡이가 콩알에 덮이고 이를 건조시키면 콩알메주가 된다.
3) 국수형 메주: 덩어리 메주와 같게 접종하고 접종한 삶은 콩을 쵸퍼로 마쇄와 동시에 압출시켜 가락으로 뽑는다. 이 가락을 국상자에 담아서 콩알메주와 같이 띄우고 건조하면 황녹색의 국수형 메주가 된다.
[어원과 역사] 장을 만주말로 ‘미순’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오래 전에 우리나라에 전해진 것으로 추측된다. 12세기에 간행된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장왈밀저(醬曰蜜沮)라 하여 메주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데 이 때의 메주는 지금의 메주나 장을 함께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한문이 많이 쓰이면서 메주즙만을 ‘장’이라 하여 메주와 구분하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어의 미소(味噌)는된장을 뜻하는데 “미순, 메조|”등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해동역사(海東繹史)』에서는 신당서(新唐書)를 인용하여 발해의 명산물로서 책성(柵城)의 시(豉)를 들고 있다. 시는 『설문해자(說文解字)』에 의하면 배염유숙(配鹽幽菽) 즉, 콩을 소금과 함께 어두운 곳에서 발효시킨 메주인 것이다.
발해는 고구려 유민이 세운 나라인데 고구려는 발효식품이 발달한 나라였고 또 콩의 원산지가 우리나라라는 것을 생각할 때 오랜 옛날부터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구체적인 기록으로는 삼국사기에 밀장시(蜜醬豉)라는 말이 있어 통일신라에 이미 간장과 된장이 있었으므로 그 원료인 메주도 이와 비슷한 역사를 가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주 미생물] 다음과 같은 미생물이 알려져 있다.
① 곰팡이류:Rhizopus nigricans, R. chinensis, R. oryzae, R. japonicus, Mucor abun- dans, M.griseocyanus,M. mucedo, Aspergillus oryzae. Penicillium lanosum,P. kaupscinskii 등.
② 효류:Saccharomyces coreanus,S. rouxii, Rhodo- torula flava, Torulopsis datria 등.
③ 세균류:Bacillus subtillis, B. pumilus, Staphylococcus aureus 등. [메주의 발효숙성] 찐 콩을 으깨서 성형하여 놓아두면 공기 중에 있는 여러 미생물이 부착하여 증식되면서 일어나는데 이들 미생물이 분비하는 여러 효소들에 의하여 메주 원료인 콩이 분해되는 과정이다.
메주 표면에 증식하는 Rhizopus속, Aspergillus속, Mucor속 등 αw 0.75내외를 선호하는 호기성 곰팡이가 분비하는 전분질 분해효소(amylase), 단백질 분해효소(protease), 유지분해효소(lipase)등에 의하여 콩이 분해되고 메주 내부에서는 αw 0.9내외를 선호하는 Bacillus subtilis, B. pumilus 등이 분비하는 단백질 분해효소, 전분질 분해효소, 유지분해효소 등이 분해에 관여한다.
간장"
간장은 주로 메주 내부에 있는 세균의 단백질 분해효소로 분해되어 수용성 질소화합물로 전환된 아미노산, 그밖에 저급화 분해산물이 가용성화 되어 소금물에 용출되고 내염성세균, 효모 등에 의해서 풍미물질이 생성되면서 숙성된 것이다.
[메주의 유형과 규격] 식품공전에는 한식 메주와 개량 메주가 있고 전통식품 표준규격(농수산물가공산업육성법, 제13조 근거)에 따른 전통 메주의 규격은, 성상은 고유의 색택과 풍미가 양호하며 이물이 없어야 하고 수분 10.0% 이하, 조단백질 35.0% 이상, 조지방 15.0% 이상, 아미노태 질소 110mg%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식품공전에서는 대두를 주원료로 하여 성형하거나, 곡물입자의 형태를 유지하여 발효시킨 것을 말하며,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의 원료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2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다.
1) 한식메주: 대두(95% 이상)를 주원료로 하여 증숙, 성형하여 발효시킨 것.
2) 개량메주: 대두(85% 이상)를 주원료로 하여 곡물 알갱이의 형태를 유지하여 발효시킨 것. 규격은 성상(고유의 색택과 향미를 가지고 이미 · 이취가 없어야 한다), 수분(10% 이하, 개량메주에 한한다), 조단백질(35% 이상, 건조물로서), 타르색소(불검출), 아플라톡신(10㎍/㎏ 이하 B1로서), 보존료(불검출)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간장을 담그는데 사용하는 메주는?
재래식 메주와 개량식 메주가 있다.
재래식 메주는 늦가을에 메주콩을 충분히 불려 5시간 이상 삶은 다음 절구에 찧어서 벽돌형, 정방형, 혹은 큰 대접형으로 만들어 식히면서 굳힌다.
굳은 덩어리를 볏짚으로 엮어 방안에 메달아 놓으면 곰팡이는 메주 표면에 번식하고 틈새는 세균이 번식하여 자연발효로 메주가 뜨게 된다.
이듬해 봄에 메달아 놓은 메주를 떼어내 담요 등을 덮어 보온하여 후발효를 한 다음 햇볕에 말려 표면의 이물질과 곰팡이를 쓸어내 버리면 재래식 메주가 된다.
이 메주는 재래식 간장, 된장 등을 만드는데 사용한다. 근래 재래식 메주의 제조방법을 개량하여 만든 개량식 메주는 황국균인Aspergillus oryzae를 인공 접종시켜 메주의 품질을 개선하고 제조기간을 단축시키는 장점이 있다.
메주쑤기는"
보통 10~12월에 이루어지며, 특히 입동(立冬) 무렵인 음력 10월 또는 동짓달에 쑨다. 메주 쑤는 시기는 장의 종류나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는 메주쑤기를 11월에 하고 있으며, 궁중 진장(眞醬)용 메주인 절메주는 음력 4월 무렵, 집메주는 음력 10월이나 동짓달에 쑤었다.
순창에서는 고추장메주를 여름철인 8~9월, 처서 무렵에 쑨다.
서울, 경기, 경상, 제주에서는 음력 10월 무렵, 충청도에서는 음력 8~10월 무렵, 전라도 구례에서는 음력 10월이나 동지에 쑨다. 무주는 동짓달, 부안은 가을쯤 메주를 쑤기도 하며, 남원, 평안도에서 정월에 메주를 쑤기도 한다.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 11월령에서는 “부녀야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 두소”라고 하였으며, 『증보산림경제』에는 “콩을 정선하여 한 밤을 수침(水浸)한 뒤에 건져서 란자(爛煮)하고 절구에 찧어서 손으로 중(中)수박 크기의 덩어리를 만들고, 칼로 반을 잘라서 그 반쪽을 칼로 제며 반월형의 1촌(寸) 두께의 메주편을 만든다.”라고 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처음에 콩을 삶을 때에 물을 넉넉히 부어 솥바닥에 눌러 붙지 않게 하고 콩을 작은 그릇에 불리면 그릇이 터지오, 조리로 일어 가마나 솥에 붓고 끓어 넘치거든 뚜껑을 열지 말고 그냥 물만 넘기고 삶으라, 뚜껑을 자주 열면 콩도 넘어 나올 뿐 아니라 콩이 덜 무르나니라. 뜸들여 잘 무르게 한 후에 퍼내어 물이 빠지거든 깍지가 없도록 잘 찧어서 메주를 보사기만하게 조금 납작하게 만들어 하나씩 펴놓고 하루 동안 안팎을 말린 후에 겉이 꾸덕꾸덕해지거든 멱서리나 섬이나 둥구미에 띄우되 솔잎을 깔고 한 켜씩 메주를 늘어놓아 ……(중략)…… 잘 살펴 띄우라.”라고 하였다.
보통 한 가정에서 4~5말의 콩으로 메주를 쑤는데, 이것을 콩 한 되 또는 두 되로 메주 한 개 정도가 되도록 빚어 단단하게 만든다.
식구가 적으면 1~2말 정도 메주를 쑤기도 한다.
메주쑤기 과정은 콩 선별하기(선별), 씻기(수세), 물에 담가 콩 불리기(수침), 콩 익히기(삶기, 찌기), 삶은 콩 찧기, 성형, 겉말림, 띄우기 순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메주쑤기 과정은 아래와 같다. 대두(大豆) 또는 메주콩이라고도 하는 콩을 준비한다.
주로 황금콩, 장엽, 태광 같은 백립종 품종의 콩이다.
벌레가 먹은 것이나 썩은 것을 골라내고 좋은 콩을 선별한 후, 깨끗한 물에 잘 씻어서 하루 정도 물에 담가 충분히 불려 놓았다가 콩을 익힌다.
콩을 익히는 방법은 물에 삶거나 시루에 안쳐 찌기도 하지만 주로 가마솥에 넣고 삶아 익힌다.
콩을 삶고 나서 처음의 2~3배 부피로 늘어나므로 양을 잘 조절한다.
물기를 뺀 콩을 가마솥에 넣고 콩의 2~3배 정도의 물을 넉넉히 붓고 콩이 완전히 무르도록 푹 삶는다.
100도에서 김이 오른 후 3~4시간 이상 삶는데, 민간에서는 5~8시간 동안 삶는다. 콩을 삶을 때 메주콩의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한번 불에 올린 솥은 끓어 넘치더라도 뚜껑을 열지 않으며, 한소끔 끓으면 불을 줄여서 뭉근하게 뜸을 들이는데, 대개 큰 장작 하나 남겨두어 은근하게 불을 뗀다.
콩을 삶는 정도는 손으로 비벼보아 반쪽으로 갈라지지 않고 쉽게 뭉그러질 때까지 또는 콩의 노란색이 불그을음(또는 꺼멓도록)하게 될 때까지 삶는다.
잘 삶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면 끈기도 있고 잘 뭉쳐져서 찧은 후 메주 만들 때도 좋고 메주도 잘 뜨고 장맛이 좋아진다.
덜 익은 콩으로 메주를 만들면 끈기가 없어 서로 섞이지도 않고 차지지도 않으며, 장맛이 떨어지고 담근 간장색이 탁해져 장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콩을 지나치게 익혀도 단백질 분해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푹 삶은 콩을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 후 식기 전에 절구에 담아 완전히 으깨지도록 빠르게 찧어 메주틀이나 그릇에 담아 모양을 만들거나 손으로 뭉쳐서 일정한 형태로 만든다.
절구 대신 함지박 같은 큰 그릇에 놓고 찧거나, 포대에 담고 발로 밟아 으깨기도 한다.
메주틀에 베보자기를 깔고 찧은 메주콩을 넣은 뒤 베주머니로 덮고 꼭꼭 밟아서 만든다. 식은 것을 찧거나, 너무 거칠게 찧어도 알맹이가 겉돌아 잘 뭉쳐지지 않아서 좋지 않다.
메주의 크기가 너무 크거나 두꺼우면 메주가 마르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쓸데없는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 좋지 않다.
메주 모양은 목침이나 납작한 전석처럼 각형(角形)으로 만들거나 둥글게 원형으로 만들어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간격을 주고 펼쳐놓아 꾸덕꾸덕해질 때까지 말려 겉말림을 한다.
겉면이 완전히 굳으면 새끼줄로 엮어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매달아 띄운다.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메주는 콩으로만 만들지만, 고추장 메주는 콩에 쌀이나 밀, 보리 같은 전분질을 섞어 만든다.
콩과 밀을 6 : 4 정도의 비율로 섞고, 콩과 찹쌀을 5 : 2 정도의 비율로 섞는데, 고추장용 떡메주는 콩과 찹쌀을 하룻밤 불렸다가 함께 찐 다음 절구에 넣어 찧어서, 주먹만한 크기로 동글납작하게 빚어 가운데를 손가락으로 구멍을 내고 겉말림하여 띄운다.
순창 고추장메주는 가운데 구멍을 볏짚줄로 꿰어 매달아 띄운다.
끝이 살짝 치켜 올라가 있는 처마 밑에 메주를 매단다.
볏짚으로 솜씨 부려 매달고 나서 한 발 물러서서 본다.
가을 햇살에 금빛으로 빛나는 메주. 예술작품이 따로 없다.
메주는 우리의 일 년 작품이다.
봄에 콩 씨를 심고, 새하고 싸우며 콩 싹을 지키고. 풀과 싸워 이기면 콩꽃을 구경할 수 있다.
콩 꼬투리가 달리면 가뭄에 목말라하지 않나, 태풍에 쓰러지지 않나, 벌레가 너무 많지 않나 걱정. 그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콩이 영글고 콩잎이 누렇게 물들어 떨어지면 거두어들인다.
콩대를 베어 말렸다가 콩깍지가 벌어지면 도리깨로 턴다.
그러면 콩깍지 부스러기, 덜 여문 콩, 잘 익은 콩, 벌레 먹은 콩이 뒤섞이기 마련. 거기서 잘 여문 콩을 고른다.
된서리가 내리면 메주 쑬 때다. 메주를 매달아야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기분이다.
메주콩 삶은 냄새를 기억하는가? 메주를 빚는 어른들 곁에서 집어먹던 콩 맛을 아는가? 요즈음 사라진 메주 쑤기. 나 역시 농사를 시작하고서야 메주를 쑤기 시작했다.
처음이니 혼자서는 자신이 없다.
남편과 함께 가마솥에 불을 때며 콩을 삶았다.
불 때느라, 그 다음에는 콩물이 끓어 넘치지 않게 하느라 바빴다.
아궁이 불길이 잦아들고, 뜸이 푹들 무렵, 다 된 걸 어찌 아나? 나도 남편도 둘 다 모른다.
둘이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 수밖에… 다른 건 어찌 귀동냥을 했는데 이건 못 알아 놨다. 앞집에도 가 보고, 뒷집에도 가 보았지만 아무도 계시지 않는다.
이거 어떡하지? 그러는데 가마솥에서 나는 냄새가 달라졌다.
이게 메주 냄새야. 어릴 때 맡아보던 그 냄새. 둘이 눈을 마주보며, 머리로는 먼 시간여행을 했다.
어린 시절 맡아본 냄새를 따라 그때 기억 속으로. 메주를 빚을 차례. 뜨거운 콩을 자루에 담은 뒤, 큰 그릇에 넣고 새 장화를 신고 푹푹 밟는다.
콩알이 다 으깨졌으면 메주를 빚는다.
큰되 한 되짜리 틀에 넣고 밟아서 빚는데 아이들도 잘한다.
연신 콩을 집어 먹으며. 온 식구 몸무게를 모아 단단하고 반듯한 메주를 빚는다.
그러고 나면 아침 먹고 시작한 일인데, 밖이 깜깜하다.
메주를 하룻밤 식힌 뒤, 볏짚으로 솜씨를 부려 처마 밑에 매단다. 시골 살면 전염된다.
초겨울에 메주 쑤고, 한 겨울에 청국장 냄새 풍기고 싶어 한다. 주부들만 그런 게 아니다.
남정네들도 열심이다.
한번은 마을 회의를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메주 이야기가 나왔다.
남정네들이 더욱 열심히 이야기를 한다.
시골집에서 메주 쑤기는 주부들만의 몫이 아니다.
남편도 함께 불을 때고, 메주 빚고, 매달고 처마 밑에서 아침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메주가 마르면 안방 아랫목에 메주를 모시고 띄우기 시작한다.
고롬고롬한 메주 뜨는 냄새. 겨울에 아랫목을 차지하는 게 메주만 있나, 청국장도 있다.
냄새가 어찌나 놀라운지. 청국장을 띄우고 나면 며칠 동안 방안에서 냄새가 사라지질 않지만, 우리 집 식구들은 익숙하다.
한 방에서 냄새를 맡으며 먹고 자고. 청국장과 하나가 된다.
집에서 만든 청국장은 콩과 볏짚이 뜨겁게 만나 이룬 맛이다.
미끈미끈 거리고, 끈적거리며 냄새도 더 지독하고. 어디서도 맛 볼 수 없는 내 손 맛이 있다.
좋은 메주는 잡균이 번식하지 않고 영양성분의 분해효소를 만드는 세균이 고루 분포되어 있어야 한다.
재래식 메주의 경우는 전적으로 공기 중에 있는 균이 들어가 번식하게 되므로 메주 띄우는 장소에 따라 장맛이 크게 좌우된다.
청국장 1g에 약 10억 마리 이상의 청국장균이 생기는데, 이 균은 우리 장내에서 유익한 미생물의 작용을 도와 설사나 장염을 예방하며 변비를 막아준다.
콩에 풍부한 칼륨이 우리 몸의 나트륨 양을 조절해 혈압을 정상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담북장은 청국장보다 콩을 띄우는 기간이 짧아 콩의 본맛이 많이 남아 있으며, 보통 된장보다 더 담백하다.
육안으로 잘 뜬 메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려면 먼저 표면이 잘 말라 있고 노르스름하며 속은 약간 말랑말랑한 것을 고른다.
속담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 듣지 않는다.” 는 아무리 사실대로 말하여도 믿지 않는 경우를 뜻하며,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 듣는다.”는 속담은 반대의 경우이다.
장맛을 결정하는 좋은 메주고르기"
메주의 곰팡이는 흰색이나 노란색을 띠어야 좋은 것이며, 검은색이나 푸른색을 띠고 있는 것은 잡균이 번식한 것이다.
반면 표면이 거무스름하고 끈적거리며 축축한 듯하면 제대로 뜬 것이 아니다. 또한 메주의 겉은 노르스름하되 붉은색이 섞여 있어야 좋고, 쪼갠 면이 잘 떠서 검붉게 보여야 한다.
메주 색이 처음의 콩 빛깔대로 노란 것은 덜 띄워진 것이다. 약간 갈색이 나는 것이 좋지만 지나치게 떠서 속이 곯은 것도 좋지 않다.
메줏가루를 살 때는 검은빛이 도는 것보다 노란빛이 도는 것을 택한다.
잘뜬메주를 뜨는포인트" 먼저 콩을 삶을 때는 비릿한 냄새가 나지 않고 손가락으로 비벼 보아 쉽게 뭉그러질 때까지 충분히 익혀야 한다.
덜 익은 콩으로 메주를 쑤면 여러 가지 분해효소가 제대로 침투하지 못해 장맛이 떨어진다.
이런 메주로 간장을 담그면 색이 탁하고 맛이 없어 장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반면에 오래 가열하여 콩을 지나치게 익히면 단백질 분해에 지장을 주므로 고온에서 단시간에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메주덩이를 만들어 처음 말릴 때 표면이 덜 마르면 잡균이 번식해 독소를 생성하거나 썩기 때문에 메주 겉면의 수분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며, 온도가 너무 높아도 안 된다.
메주를 빚을 때 가운데를 약간 오목하게 눌러놓으면 메주가 잘 떠서 곰팡이가 많이 생긴다.
메주를 소금물과 함께 넣고 40~60일 정도 숙성 발효시켜 간장이 우러나면 메주는 건져내고 간장을 걸러낸다.
간장을 걸러내고 남은 메주덩이를 부수어 고루 섞은 다음 싱거우면 소금이나 걸러낸 간장을 약간 섞어 버무린다.
소독한 항아리의 밑바닥에 소금을 약간 뿌린 뒤 버무려둔 메주를 꼭꼭 눌러 담고 그 위를 소금으로 하얗게 덮어둔다.
항아리 입구를 망사로 씌워서 햇볕이 좋을 때는 뚜껑을 열어 볕을 쪼이고 해가 지면 뚜껑을 닫으면서 한 달 정도 숙성시키면 된장이 완성된다.
좀더 맛있는 된장을 담그기 위해서는 간장을 빼지 않고 담그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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