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7일 화요일

“대통령님, 사람뒤에 숨지마십시오”

“대통령님, 사람뒤에 숨지마십시오”

靑 원론 답변에...조은산 “대통령님, 사람뒤에 숨지마십시오” <script data-ad-client="ca-pub-4162949345545299" async src="https://pagead2.googlesyndication.com/pagead/js/adsbygoogle.js"></script>

진인(塵人) 조은산이 27일 자신이 올렸던 ‘시무 7조’ 국민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님, 어디에 계십니까. 인의 장막에 가려져 보이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또 “스스로 태양이 돼 군림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했다.


조은산은 이날 블로그에 ‘문재인 대통령님께 바치는 무영가(無影歌)’라는 글을 올리고 “40만의 염원을 담아 이 글을 바칩니다. 결코 사람 뒤에 숨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라고 했다. 40만명 이상이 동의한 자신의 상소문에 청와대가 디지털소통센터장 명의로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자 이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은산이 지난 8월 27일 올린 ‘시무7조’ 상소문에는 43만9611명이 동의했고, 72일 만인 지난 23일 청와대는 강정수 디지털소통센터장(비서관)이 나서 “정부는 중산층과 서민, 청년,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조은산은 이날 글을 “말 못한 아픔들이 40만의 바람이 되어 시화문을 타고 여민관을 스쳐 지났다” “좌우를 두고 정처 없던 그들(40만)은 여민관을 지나 갈래길에 가만히 닿았고 녹지원의 반송 아래, 낙엽이 되어 내려앉았다”로 시작했다. 여민관은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 등을 주재하는 곳이다.


그러면서 “두려운 마음에 손이 떨려 글을 이어나가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 그러합니다”라며 “그러나 이겨낼 것입니다. 눈을 바로 떠 숨을 크게 들이마심은 남은 말들이 태산 같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은산이 지난 8월 올렸던 시무 7조 청원. /국민청원 홈페이지

조은산은 문 대통령을 향해 “하나의 권리가 다른 하나의 권리를 막아서면 안 된다”며 “한쪽에 모든 힘을 가하면 양쪽이 모두 무너진다”고 했다.


조은산은 “결코 사람 뒤에 숨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각자 다르니 한곳에 몰아넣으면 안 됩니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지켜주는 것이 진정한 통합”이라며 “다르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오, 밟아 없앨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조은산은 “스스로 태양이 되어 군림하시면 안 된다”며 “음지와 양지를 만들어낼 뿐”이라고 했다. 이어 “국민이 별이니 밤하늘이 되어 이들을 밝혀 주소서. 큰 별이 작은 별의 빛을 해하거든 더욱 어두워지시어 작은 별 또한 찬란히 빛나게 하소서”라고 했다.


이어 “지도자는 첨예한 대립의 칼날 위에 홀로 춤을 추듯, 위태롭게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라며 “기업과 노조,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대인과 임차인, 다주택자와 무주택자, 계층과 계층 결국 한 몸과 같으니 헤아림을 같이하시고 한쪽을 해하려거든 차라리 함께 멸하시어 그 흔적마저 없애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은산은 문 대통령을 향해 보편적·선별적 복지를 아우르는 차등적 복지, 입시 제도·채용 과정 정비 등의 제언을 올렸다. 또 재정 건전성과 관련해 “재정을 한 계층에게 강요한 고통의 산물이 아닌, 기업의 이익 창출과 고용의 확대에서 나오는 경제 순환의 산물로 채우셔야 한다”며 “정치가 이념을 품어도 경제는 원리로써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조은산은 “'공권력의 살아있음을 보여주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라며 “다만 일선의 경찰관들과 구급대원들의 공권력을 먼저 살피셔야 하며 이러한 공권력은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인천 라면 형제’와 관련해선 “어떤 누구도 저들끼리 설익은 라면을 끓이다 목숨을 잃지 않도록, 먼저 돌아간 예쁜 동생의 영혼을 병상의 형이 위로하지 않도록, 과자를 찾는 아이의 영혼이 더는 편의점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부디 온 힘을 다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조은산은 글 말미에 “마지막 고언을 담은 이 글이 북악산 자락으로 몸을 돌려 날아오르는 그 순간에, 이미 그 뜻을 다 했으니 저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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