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8일 목요일

줄타기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한 무형문화재 공연 '줄타기'를 보러 갔습니다.
그 동안 TV로만 보던 줄타기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큰 기대를 안고 달려갔더니 이미 수많은 어린이와 부모님들, 사진작가들께서 이미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하고 계셨더라구요. 이번 궁궐 행사가 얼마나 인기가 좋은지, 궁중문화축전을 통해 배운 게 하나 있다면 공연 시간 전보다 무조건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봄이 오는 길목은

   


줄광대 김대균 명인
줄타기 공연을 선보여 주실 분은 줄타기보존회 소속 줄광대 김대균 명인입니다. 등장하시자마자 구수하고 재미난 입담에 저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한참을 웃었습니다.

본인 소개와 줄타기 공연에 관한 간단한 설명을 하신 뒤에 줄타기가 197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58호로 지정되고 2011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과 본인이 줄타기 광대로서 살아온 40년간의 삶에 대한 자부심을 크게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본인에게나 본인의 환경에 대한 자부심은커녕 위축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많 보았는데, 김대균 명인의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를 존경심을 느꼈습니다.








































줄타기 첫 번째 마당 ‘줄고사’
줄타기 첫 번째 마당에서는 줄고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줄타기를 무사히 잘 마치고 내려올 수 있도록, 재미있는 공연이 될 수 있도록 등 여러 가지를 기원하시면서 고사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줄타기 하면 많은 분들이 줄을 타는 줄광대 혼자만이 하는 놀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김대균 명인께서 본격적으로 줄을 타시기 전에 줄타기는 혼자 하는 놀이가 아니라고 짚어주셨습니다.








줄광대, 어릿광대, 악사
줄타기는 줄타기에서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줄광대, 줄을 타면서 줄광대의 재담에 맞장구도 쳐 주고 관객들의 호응도 이끌어내는 어릿광대, 그리고 줄광대가 줄을 타거나 어릿광대와 줄광대가 재담을 나누는 동안 반주를 하는 악사들로 어우러지는 공연입니다. 누구 하나만을 위한 공연이 아니라 서로 간의 합이 잘 맞아야 하는, 조화가 제일 중요한 공연이었던 것입니다.






줄타기 둘째 마당 ‘어릿광대놀음’
둘째 마당에서는 어릿광대놀음이 진행되었습니다. 어릿광대가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 신명 나는 가락과 몸짓으로 본 공연 전 관객들이 공연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김대균 명인께서도 어릿광대의 노래와 몸짓에 맞춰 같이 신나게 즐기셨습니다.

줄타기 셋째 마당 ‘줄광대놀음’
이제 본격적으로 셋째 마당인 줄광대놀음이 시작되었습니다. 드디어 줄 위로 올라타시는 김대균 명인! 부채를 쥐고 조심스럽게 균형을 잡아가면서 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두 발을 움직이는 김대균 명인의 모습에 모두 한 순간 숨을 죽이고 완전히 줄 위에 올라선 순간 뜨거운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명인: “이보게~”
 어릿광대: “왜 그러나?”
 명인: “여기 올라갈 때는 좀 그랬는데 막상 올라와 많은 사람들을 내려다보니 이것 또한 좋네.”

어릿광대와 곡예사의 재치 있는 재담에 많은 관객들은 쉴 새도 없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잠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김대균 명인의 묘기는 공포영화 보는 것 만큼이나 보는 사람 마음을 쫄깃하게 만들었습니다.




























김대균 명인의 “아이고, 앉으니 낫네그려.”
 줄 위에 턱하니 걸터앉아 잠시 아찔한 휴식(?)을 취하시면서 여전히 어릿광대와 재담을 주고받고, 구경하는 어린이들의 앵콜 요청도 넉살 좋게 잘 받아주셨습니다.

 무엇보다 뙤약볕에서 30분 동안 외홍잽이, 쌍홍잽이, 외무릎풍치기 등 여러 고난도의 기술을 보여주시면서 줄을 타셨음에도 불구하고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여유롭고 즐기시는 모습이 정말 멋있으셨습니다.









명인의 뒤를 이어 명인께서 가르치고 계시는 제자가 보름 동안 연습한 줄타기를 선보이기 위해 줄 위에 올라탔습니다.
웃는 게 매력적인 훈남 제자의 등장에 더위에 지쳐가던 관객들의 시선이 다시 반짝 빛납니다. 그 시선에 보답한다는 듯이 제자는 스승님 못지않은 구수한 재담과 그 동안의 갈고 닦은 줄타기 실력을 보여줍니다.

명인과 제자가 담긴 이 한 컷의 사진을 보면서 명인의 모습에서 제자가, 제자의 모습에서 명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서로 살아온 환경 또한 다를 것이며, 생각의 차이 또한 존재할 것이지만 줄타기를 타는 자부심과 줄타기를 계승해가려는 모습은 아버지와 아들만큼이나 무척이나 닮아 있었습니다.




내년 궁중문화축전 기간에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초대해달라던 명인. 내년엔 꼭 더 좋은 공연으로 자주 뵐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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