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지시받고 거짓말·증거인멸 감행, 조국 '가족펀드' 세상에 드러..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 실질오너가 조후보자의 친척 조모”라는 의혹 보도는 사실과 다릅니다. (...) 조모씨(조범동)가 투자대상 선정을 포함하여 펀드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2019년8월19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입장문)
“조범동은 익성 또는 IFM의 우회상장을 위한 상장회사의 선정, 우국환과의 인수협상, WFM의 경영권 양수도계약의 체결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점을 종합하면, 조범동이 코링크PE의 실질적인 경영자인 점을 인정할 수 있다”(2020년12월23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판결문“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정 교수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실질적인 경영자라고 못박았다. 이로써 2019년 8월19일 ‘코링크PE의 실질 오너가 조씨’라는 취지의 서울경제의 보도에 대해 당시 조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단이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8월19일/ 청문회준비단, 본지 보도에 허위 해명
2019년 8월18일 오후 7시55분께 송고한 ‘조국 75억 펀드, 펀드 진짜 주인 따로 있나... 조 후보자 관계에서 조 장관 후보자의 친척이 코링크PE의 실질적인 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질적인 오너(소유주)’라는 핵심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한 뒤 나간 보도였다. 또 조씨가 본인 입으로 ‘조국과 친척 관계’라고 했다는 증언도 여러 명에게 확보한 상태였다.
다음날 오전에는 ‘[단독]김도읍 의원 “조국 75억 펀드 실질 오너는 친척 조모씨 의혹”’ 기사[▶링크]로 조씨를 특정해 폭로했다. 이는 조씨가 코링코PE가 6,0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협약을 체결하는 현장에서 코링크PE 측 대표로 노출된 사진을 확보하여 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당일 조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단은 입장문을 내어 조씨가 실질 오너라는 사실을 부인했다. 우선 “정 교수가 조씨의 소개로 블루코어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조씨는 코링크PE 대표와 친분 관계가 있어 거의 유일하게 위 펀드가 아닌 다른 펀드 투자 관련 중국과 MOU 체결에 관여한 사실이 있을 뿐”이라며 “조모씨가 투자대상 선정을 포함하여 펀드운영 일체에 관여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했다.
일국의 법률과 사법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의 청문회 준비단은 어쩌다 언론에 공식 배포한 해명 자료에서 거짓말을 하게 된 것일까. 더군다나 청문회 준비단에는 각종 범죄 수사를 수행해온 날고 뛰는 검사들이 수두룩하게 포진해 있었는데 어째서 그들마저 속았던 것일까.
정 교수의 1심 판결문에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일어난 경위가 자세히 나와 있다. 또 코링크PE 측이 청문회 준비단에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도 나와 있다. 판결문을 기반으로 최초 펀드 보도 이후 5일여간 벌어진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8월14일/ 정경심, 본지 첫 보도 보고 조범동에 항의
본지는 2019년 8월14일 국회로부터 입수한 조 전 장관의 재산 내역에서 코링크PE의 사모펀드‘ 블루코어’ 출자증서를 확인했다. 2017년7월 말 총 100억원 규모 블루코어 펀드에 정 교수와 자식 2명이 총 74억5,000만원을 약정하고 10억5,000만원을 투자했다는 내용의 자료였다. 이는 오후 9시께 ‘[단독]조국, 민정수석 시절 사모펀드에 75억 투자약정’ 기사[▶링크]로 내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교수가 본지 보도가 나온 지 약 한 시간 30분 뒤 조씨에게 전화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조씨와의 통화에서 먼저 블루펀드 출자증서가 법무부에 제출된 것에 대해서 항의했다고 한다. 앞서 코링크PE는 회사를 찾아온 대검찰청 직원에게 출자증서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법무부는 조 장관 후보자 지명에 따라 8월9일 코링크PE에 조 전 장관 가족의 금융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날 대검의 한 직원은 코링크PE를 찾아 블루코어 출자증서를 받아갔다. 조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물증이 세상 밖으로 나온 순간이었다.
정 교수는 조씨에게 향후 제3자로부터 자료 제출을 요구받는 경우 자신과 사전에 협의를 하라고 했다고 한다. 또 정 교수는 다음날인 8월15일 이상훈 코링크PE 대표에게도 전화해 법무부에 출자 증서를 제출한 것을 질책했다. 그리고 그에게도 향후 해명을 하거나 자료를 내보낼 때에는 사전에 자신에게 확인을 받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8월15일/ 이상훈, 본지 통화에서 거짓말 시작
“조국 후보자 사모님이 펀드 투자하신 게 조범동 사장님 통해서 투자했다고 하던데요”
“아닙니다” “조 사장님은 지금 계속 사무실 왔다 갔다 하신다고 제가 그쪽 내부에서 들었는데요”
“아 전혀 아닙니다”
2019년 8월15일 오후 2시께 이뤄진 서울경제와 이 대표의 통화 내용이다. 본지는 이날 정오께 조씨가 코링크PE의 ‘실질적인 오너’라는 핵심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했다.
조씨가 조 전 장관과 친척 관계라고 했다는 증언도 여러 명에게 확보했다. 이에 코링크PE의 이 대표에게 전화해 조씨에 대해 직설적으로 물어봤는데 전면 부인한 것이다.
이 대표가 본지의 질의에 거짓말로 일관했던 것은 앞서 정 교수로부터 항의와 질책을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본지는 이날 오후 6시께 조씨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수신 거부 당했고, 문자에도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또 정 교수는 이날 본지가 코링크PE 사무실을 방문한 뒤 쓴 기사에 대해서는 ‘무대응’ 지시를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는 2019년 8월15일 오후 5시께 코링크PE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있는 주소지의 건물을 찾았다. 해당 사무실에 올라가 노크하니 사람이 나왔다.
기자가 “코링크 사모펀드를 찾아왔다”고 말하자 그는 “그 회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기자가 재차 물었으나 “그런 회사는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에 본지는 오후7시49분께 ‘[단독]조국 75억 PE 사무실 갔더니 “그런 회사 없다”’ 기사[▶링크]를 내보냈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대표는 본지 기사가 뜬 지 30여분 뒤인 오후8시23분 정 교수에게 기사 링크를 보내주었다고 한다. 이에 정 교수는 10여분 뒤 이 대표에게 ‘대응하지 말라’는 취지의 답장을 했다고 한다.
8월16일/ 정경심 지시받고 신상팀장에게 거짓말
판결문에는 정 교수 측의 지시를 받은 코링크PE가 조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단 신상팀장이었던 김미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거짓말한 사실도 나온다. 김 팀장은 조 전 장관이 취임한 이후 장관정책비서관을 역임한 핵심 인사다.
김 팀장은 2019년 8월15일 조 전 장관에게 블루펀드 출자 관련 자료인 ‘펀드 운용현황보고서’ 등을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정 교수는 이 대표에게 텔레그램으로 연락해 이 자료들을 김 팀장에게 보내 주라고 요구했다. 이 대표는 이 지시를 받고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던 운용현황보고서를 새롭게 만들었다.
정 교수는 다음날 오전 이 대표에게 해당 자료를 청문회 준비단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조 전 장관은 김 팀장에게 코링크PE가 자료를 전달해 줄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정 교수는 이 대표에게 “청문회준비단도 믿지 못하겠다”고 말하고는 해당 자료를 자택으로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코링크PE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의 자택을 찾아 해당 자료를 조 전 장관에게 주었다. 정 교수는 이 자료들을 검토했으나 청문회준비단에 제출하지 않고 자택 서재에 보관했다. 코링크PE는 김 팀장에게는 ‘개인정보보호 등의 문제가 있어 관련 자료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8월19일/ 준비단 검사도 속여···정경심은 용인
앞서 언급한 본지 보도에 대한 청문회 준비단의 거짓 해명은 이 대표가 사모펀드 의혹 대응 업무 담당 이모 검사를 속인 결과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코링크PE 실사주는 조씨라는 사실을 폭로한 직후인 2019년 8월19일 오전 11시, 이 검사는 이 대표에게 전화해 언론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질문했다.
이 검사는 ‘블루펀드의 다른 투자자가 조국의 가족과 관련이 있는지’ 물었는데, 이 대표는 ‘다른 투자자들의 인적사항은 법령상 문제 때문에 알려줄 수 없으나 조국의 가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블루코어의 나머지 투자자 3명은 정 교수의 남동생 정광보씨와 그 자식들 2명인데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또 이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조씨의 코링크PE 실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거짓말을 했다. 청문회 준비단의 거짓 해명은 이 통화 내용을 정리하여 배포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당시 이 검사에게 거짓말한 이유에 대해 “피고인(정 교수)이 정광보가 블루펀드 출자자라는 사실이 청문회준비단에 알려지면 안 된다고 강하게 이야기를 했다”라고 검찰 조사와 법정에서 진술했다.
실사주 의혹에 대한 거짓말에 대해서는 “조범동이 자신이 코링크PE의 실사주임이 밝혀지면 안 된다고 계속 강조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이 대표는 이 검사와의 전화통화를 마친 뒤 정 교수에게 전화해 이 검사와의 대화 내용을 알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으며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하여 질책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정경심 목적은···‘오너 조범동’ ‘남동생 투자’ 은폐
법원은 정 교수가 ▶코링크PE의 실사주가 친족인 조씨인 사실 ▶블루코어가 정 교수와 정 교수의 남동생 등 일가족 6명만 출자한 가족펀드인 사실 ▶정 교수가 블루펀드의 투자처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 등이 밝혀질 경우 문제가 될 것으로 우려했다고 봤다.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에 임명되기 이전에 조씨 및 코링크PE와 관련해 투자를 했고, 그 이후에는 허위 재산신고까지 한 상황이었기에 이같은 우려가 있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정 교수는 이같은 사실들이 드러날 경우 조 전 장관과 정 교수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수사가 개시돼 위법 행위가 인정될 가능성을 염려했기에 코링크PE 관계자들에게 허위 자료를 만들게 하거나 관련 자료를 폐기, 은닉하게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법원은 봤다.
실제로 정 교수는 2019년 8월17일 조씨와 사모펀드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대응 방안을 협의하던 중 ‘코링크PE에서 동생인 정광보의 이름이 적힌 자료가 외부에 드러나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씨는 이러한 말을 듣고 청문회 준비단에 거짓말을 하는 한편 정씨 관련 자료 폐기를 감행했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한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았으며 법원은 1심에서 이 부분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정 교수 측은 “야당 및 언론에서 피고인이 투자한 사모펀드와 관련하여 과도한 정치적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걱정한 사실이 있을 뿐 향후 진행될 수사에 대비하기 위하여 정광보 관련 자료를 인멸하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정 교수는 2심 재판에서 이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검찰과 다툴 전망이다.
조국은 어디까지 관여했을까···조국 1심 재판 주목
그렇다면 조 전 장관은 코링크PE가 거짓말과 증거인멸을 하는 과정에 얼마나 관여했을까. 이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가 진행하는 조 전 장관의 재판에서 한 차례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앞서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정 교수가 위와 같은 대응을 한 과정에 조 전 장관도 일부 관여했다고 보고 증거위조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2019년 8월16일 코링크PE 측이 1차로 만든 펀드 운용현황보고서를 수정하면서 기존에 있던 조 전 장관 측에 불리한 내용을 삭제, 변경한 데 대한 것이다.
공소장에는 조 전 장관이 청문회 준비 당시 허위 해명을 시켰다는 사실도 적시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이 2019년 8월21일 청문회 준비단으로부터 “펀드 담당자가 ‘정광보가 블루코어 출자자이고 그 이전의 해명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는 보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하여 펀드 담당자로 하여금 정 교수 등을 직접 면담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건의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썼다.
또 검찰은 전 장관이 언론에 ‘정광보 본인이 아니어서 오늘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는 취지의 허위 해명을 하게 했다고도 썼다.
검찰은 정 교수가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코링크PE의 정 교수의 남동생 자료 폐기와 관련한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선 조 전 장관에게 적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이 알았다는 진술이나 물증은 충분히 나오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경심 재판부, 위조교사엔 무죄···신상팀장 "당시 조국 당황" 증언
다만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는 조 전 장관도 받고 있는 증거위조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인(정 교수)이 이상훈 등에게 2차 펀드 운용현황보고서 위조를 교사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또 앞서 김 팀장은 조 전 장관이 정 교수의 남동생이 블루코어의 출자자였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 8월 정 교수의 1심 공판에 출석해 2019년 8월21일 조 전 장관에게 보고했을 때 상황에 대해 “조 전 장관이 놀라고 당황한 것이 저와 똑같다고 느꼈다”며 “그래서 정 교수에게 물어보니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서 미안하다’고 저와 후보자에게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김 팀장은 “확인하려고 말씀드렸는데 후보자가 충격을 받아 제게 ‘정말이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난다”고도 말했다.
또 검찰이 “조 전 장관이 펀드운용보고서 등과 관련해 전혀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느냐”고 묻자 김 팀장은 “저는 그렇게 느꼈다”며 “계속 새로운 의혹이 나올 때마다 난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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