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9일 토요일

우리 속담 , 俗談 .

우리  속담 , 俗談. 영어 속담 Too many cooks spoil the broth.  [English Proverbs]

속담() : 
예로부터 전해지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표현.
관용 표현() : 
둘 이상의 낱말이 합쳐져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뜻으로 굳어져서 쓰이는 표현.
교훈이나 풍자를 하기 위해 어떤 사실을 비유의 방법으로 서술하는 간결한 관용어구().

관용어구에는 속담 이외에도 금기담()·격언·수수께끼·인사말 등이 있다.

이러한 어구는 비록 낱말은 아니지만 한 언어의 특별한 문화적·사회적 관념을 나타내기 때문에 어휘()에 준하는 것으로 다루어 사전에 등록되는 것이 보통이다.

우리 나라에서 ‘속담’이란 말이 처음 쓰이기 시작한 것은 조선 중기 ≪어우야담 ≫이나 ≪동문유해 ≫ 같은 책이지만 실제로 속담이 쓰인 사실은 그보다 훨씬 앞선다.

≪삼국유사≫ 권5의 욱면비염불서승(西)이라는 조항에 ‘내 일 바빠 한댁[]방아 서두른다.’라는 예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이미 상당수의 속담이 일반화되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속담의 발생은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특정한 역사적 사례에 대한 묘사로부터 형성되는 경우이다.
하나는,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반사례에 대한 묘사로부터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속담이 일반사례의 묘사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도 반복되는 특수사례라고 해석할 수 있으므로 근원적으로는 특정한 역사적 사례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음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적 인물이나 문학작품의 인물,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는 지역 또는 벼슬의 이름이 속담에 등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러한 고유명사가 들어 있는 표현이 이미 언어대중에게 어떤 일반적인 특성을 나타내는 의미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 황정승()네 치마 하나 세 모녀가 돌려 입듯
○ 춥기는 사명당()의 사첫방이라
○ 한상국()의 농사짓기
○ 고수관()의 딴전피기
○ 변학도() 잔치에 이도령()의 밥상
○ 양천현감() 죽은 말 지키듯
○ 아산()이 깨어지나 평택()이 무너지나
○ 평양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

○ 운봉()이 내 마음을 알지
○ 조자룡()이 헌 칼 쓰듯
○ 장비()는 만나면 싸움
○ 송도() 말년()에 불가살이
어떤 표현이 하나의 속담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선 속담은 한 개인의 비유의 발언에서 비롯한다.




처음부터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기발한 착상에서 나올 수도 있고, 그저 우연히 어떤 사건을 묘사, 서술하는 과정에서 나올 수도 있다.
그 비유의 어구가 새로운 사례에 다시 적용될 때에 그것을 이해한 언어대중이 그 묘사의 적절함에 경이와 쾌감을 느껴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한, 그 어구는 속담으로 정착하지 못한다.
공감이 되었다 해도 그 어구는 아직 좀더 다듬어져야 할 여지가 있다.
계속해서 다시 인용될 만큼 보편적인 의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처음 사용되었을 때보다 더 다듬어지면서 공감을 느끼는 언어대중에 의해 거듭 인용되었을 때, 그것은 속담의 자격을 갖추고 언어사회에 정착한다.
과정을 요약
특수사례의 발생,
그 사례의 묘사,
그 묘사의 다듬어짐,
언어대중의 공감과 다시 인용함,
어구의 고정화와 전파 등의 다섯 단계를 얻게 된다.

이 다섯 단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항은 속담이 애초에 개인적·구어적()·특수적인 것에서 출발하지만 나중에는 사회적·문어적()·일반적인 것으로 귀결됨으로써 그 언어사회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얼굴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속담은 가끔 정착과정에서 부분적인 변개()를 입기도 하고 엉뚱한 뜻으로 바뀌기도 한다.







‘황정승의 곯은 계란’이란 속담은
‘계란유골()’이란 한자표현을 거쳐 ‘계란에도 뼈가 있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굴원()이 제몸 추듯’은 ‘구렁이 제몸 추듯’이란 중간 단계를 거쳐 ‘구렁이 담 넘어 가듯’이란 엉뚱한 속담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앞의 예에서는 ‘계란유골’의 ‘골()’이란 글자의 음차()표기가 뜻풀이로 바뀌면서 일어난 것이다.

이다음의 예에서는 중국 고대의 시인 굴원이 누구인 줄을 모르는 언어대중이 그 이름을 발음이 비슷한 ‘구렁이’로 바꾸면서 일어난 것이다.
흔히 속담은 전근대적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과거에 생성된 것이며 현재에는 생성되지 않는 것으로 착각하는 수가 있다.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현재에 만들어진 속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니다.
그것은 아직 정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정된 어구로 정착하지 않았거나 언어대중의 인용사례가 드물고 공감의 폭이 넓지 않을 수는 있다.
속담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어구는 유행어구의 성격을 띠고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예) 20세기 초반에 발생하여 현재 완전히 정착한 속담에 ‘의사와 변호사는 나라에서 낸 도둑놈’ 같은 것이 있다.
‘중매 반, 연애 반’ 같은 것은 어떤 사건에 자의()와 타의()가 반씩 섞여 있을 경우를 나타내는 속담으로 정착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조상의 지혜

말 속에 숨겨진 지혜
속담이란 예로부터 전해지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표현을 말해. 
예를 들어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보자. 
천 리는 서울에서 부산 정도의 거리야. 
참 먼 길이지. 
하지만 멀다고 가만히 있으면 천릿길을 갈 수 없어.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어느새 천릿길을 갈 수 있지. 
길을 가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일도 그래. 작은 것부터 착실히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큰일을 이룰 수 있게 되지. 
이렇게 해서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은 작은 것부터 착실히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큰일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게 되었어.

속담은 대개 문장의 형태로 표현되고, 일상에 필요한 삶의 교훈을 전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직접적으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비유적으로 깊은 뜻을 표현하는 특징이 있지.

관용 표현이란 

둘 이상의 낱말이 합쳐져 원래의 뜻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의미로 굳어져서 쓰는 표현을 말해. 

예를 들어 '발이 넓다'라는 관용 표현을 살펴보자. 
원래의 뜻은 '발의 넓이가 넓다'이지만, 관용적으로 쓰일 때에는 '아는 사람이 많다'라는 새로운 의미로 쓰여.

관용 표현은 두 개 이상의 낱말이 한 덩어리로 굳어져 한 낱말처럼 쓰이므로 그 표현을 마음대로 바꾸어 쓸 수 없어. 
예를 들어 '발이 넓다'에서 '넓다' 대신 '크다'를 사용하여 '발이 크다'라고 한다면 '아는 사람이 많다'라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돼.

Quiz 

속담의 외형구조는 짧은 형과 긴 형의 두 가지로 나눈다.
짧은 형은 대체로 복합개념을 나타내는 어구이거나 단문()이며, 긴 형은 중문() 또는 복문()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속담의 외형구조에서 찾아낼 수 있는 특성에 운율적() 조화와 통사적() 조화를 들 수 있다.

운율적 조화는 압운()과 율격()의 두 가지 방법으로 성취된다.
압운에는 두운()·각운() 또는 단어반복의 방법이 쓰인다.

다음은 압운의 기교를 보이는 속담의 예들이다.
○ 꿩 먹고, 알 먹고·
○ 아이 치레, 송장 치레
○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 염불도 몫몫, 쇠뿔도 각각

○ 신첨지 신꼴을 보겠다
○ 지게 지고 제사 지내도 다 제멋
○ 물어도 준치, 썩어도 생치
○ 소는 소힘, 새는 새힘
○ 가는 날이 장 날


우리 속담에서 발견되는 율격은 우리 나라 전통시가의 기본율격과 마찬가지로 4음절 길이(4모라)를 1음보로 하는 2음보 및 그 갑절인 4음보를 보여준다.

다음은 그 전형적인 예들이다.
○ 공든 탑이 무너지랴.
○ 무른 땅에 말뚝 박기
○ 병신 자식 효도 본다.

통사적 조화를 보이는 속담은 모두 중문이나 복문의 있는 긴 문장의 속담이다.
수적으로 보면 전체 속담의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구조적 안정감이 속담의 표준형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다음은 대구를 이루어 통사적 조화를 보이는 예들이다.
○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 입은 거지는 먹어도, 벗은 거지는 못 먹는다.

○ 좋은 일에는 남이요, 궂은 일에는 일가라.
○ 꿀 먹은 벙어리요, 침 먹은 지네라.
○ 불 없는 화로, 딸 없는 사위


속담 연구가들은 대개 밖으로 표출된 형태적 특징을 압운·균제형()·간결 등에서 찾고 있다.
내용적 특징으로는 의의()·함미(:짠맛) 등을 들고 있다.

속담의 문학적 형태는 시가형() 속담과 설화형() 속담으로 나타난다.
우선, 시가형 속담을 살펴볼 때 한국속담은 1행으로 되어 있는 간결한 단어형 내지 2구 1행형식을 취하는 것이 많다.

속담을 분석해보면 8음절이 가장 많고 다음이 9음절·7음절이며 대개 10음절 이내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8음절은 자수율로는 4·4조요, 음보율로는 2음보이다.


이들은 형식상으로 좌우대칭을 취하려는 의식이 강하다.
형식 없는 속담은 생존의의를 상실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항시 고정적인 틀 속에서 존재하려는 의지를 지니고 있다.
자수율은 4·4조 외에 3·4조, 5·5조, 6·5조, 6·6조, 7·5조 등이 두루 쓰이고 있다.
○ 친구 따라 강남 간다.(4·4조)
○ 자는 범 군침 주기(3·4조)
○ 금일 충청도 명일 경상도(5·5조)
○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6·5조)
○ 토끼 죽으니 여우 슬퍼한다.(6·6조)
○ 빚 보증하는 자식 낳지도 마라.(7·5조)


속담은 형식상 정제된 언어의 간소화를 꾀하고 있지만 ‘승소()’, ‘동네 북’, ‘그림의 떡’처럼 2음절·3음절·4음절로 된 것부터 58음절이나 되는 긴 것도 있다.
○ 백년이 잠깐이요 만세()도 바쁜 것이요,
백이숙제()와 도척()이 양()을 잃기는 마찬가지이니 당장에 한번 취하여 시비()를 도무지 잊어버리니만 못하다.

음보율은 ‘눈 먼 사랑’이나 ‘옥에 티’처럼 1음보로 된 것도 적지 않지만 2음보가 지배적이다.
○ 안성 맞춤/안장 맞춤
○ 아동 판수/육갑 외듯
이같은 속담 길이는 민요의 2음보 1행의 길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원시민요적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긴 음보로는 4음보를 취하고 있는 것도 있다.
○ 이마에 부은 물이/발뒤꿈치로 흐른다
속담민요,
곧 요언()은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지만 민요에 삽입되어 내려오기도 하고 민요적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님아 님아 우리 님아
이제 가면 언제 올래
동솥에 삶은 밤이
꼭꼬 울면 다시 올래
고목나무 새싹 돋아
꽃이 피면 다시 올래


간혹 간단한 속담 속에는 이야기 내용을 담은 설화형의 속담류가 있다.
속담에 나타난 설화내용은 ‘선() 설화, 후() 속담’의 것과 ‘선 속담, 후 설화’의 것으로 나뉜다.
‘춘천 토목공’이라는 속담은 전자에 속하며 ≪순오지 ≫에 다음의 이야기가 전한다.

예전에 한 촌옹이 자기 딸을 지극히 사랑하여 장차 사위를 고르고자 할 새 괴목()으로 만든 궤()에다가 쌀 오십오 두를 넣어 두고서 사람들을 불러모아 말했다.

“아무라도 이 궤 이름과 그 속에 든 쌀 두수()를 알아맞히는 자가 있으면 그로 하여금 사위를 삼겠다.”

그의 딸이 몰래 어떤 바보 장사치에게 알려주어 응하게 하였다.
그 뒤에 사위를 불러 만나게 되자 한다는 첫 인사가 “노목궤()에 쌀이 오십오 두”라고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하나만 알고 변통성이 없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다.
먼저 설화가 생겼고 그 설화에 따른 ‘춘천 토목공’이라는 속담이 형성되었다고 하겠다.
선 속담, 후 설화형으로는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는 속담을 들 수 있다.

≪송남잡지 ≫에 의하면 항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옛날 게라는 이름의 사람에게 아주 절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굴억이라 했다.

게의 마누라가 굴억의 아름다움을 탐내어 같이 살기 위해 자기 남편을 독살했다.
그랬더니 굴억이 말하기를, 사나이는 마땅히 저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을 바친다는 말이 있으니 나도 친구 따라 죽겠노라며 자살하고 말았다.
그 독부는 남편도 굴억도 모두 잃게 되었다.

≪송남잡지≫를 지은 조재삼()의 설대로 ‘구럭’은 ‘그물’의 뜻이 있으니 허황한 이야기를 호사가가 부합시킨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필시 어부속담으로 게 잡으러 갔다가 풍랑 때문에 게도 못 잡고 그물마저 몽땅 잃어버리는 잦은 사건과 그런 상황 때문에 발생한 속담이다.
‘게도 구럭도 다 잃었다.’고 하면 그들에게는 ‘멧돝 잡으러 갔다가 집돝 잃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속담의 의미구조는 대개 좌우대칭을 이룬 2단구조를 이루고 있다.
두 부분의 의미의 경중에 따라 주제의미부·부주제의미부·종속의미부로 나누어볼 때 다섯가지 기본유형이 나온다.


속담은 어느 부분도 의미의 강도면에서 강약이 없다.
앞뒤 문장을 바꿔놓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 해도 의미의 강도가 변한다거나 맛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속담류는 의미와 주제의식이 비슷하지만 후단에 더 역점을 가하고 있는 형이어서 도치될 때 의미가 반감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속담은 서너 개의 음절로 구성된 아주 짧은 형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교묘한 은유로 말미암아 자체 안에서 서로 맞부딪치는 의미의 갈등을 겪는다.
이것이 바로 속담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의미상의 특성이다.
○ 중의 빗([-머리]의 [+머리])
○ 그림의 떡([-음식]의 [+음식])
○ 늙은이 불량한 것([+점잖음]이 [-점잖음])
○ 짚신에 분칠([-고귀함]에 [+고귀함])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하나의 속담 안에서, 앞의 명사가 지닌 의미상의 속성과 뒤의 명사가 지닌 속성 사이에는 서로 용납할 수 없는 대립이 존재한다.
이것을 속담 의미의 상대성이라고 한다.
이 상대성이 만들어내는 갈등으로부터 은유의 결과인 새로운 추상의미가 만들어진다.
이 추상의미야말로 속담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속담으로 나타내고자 하는 참의미이다.
이 참의미를 기본의미라고 한다면 글자가 나타내는 축자적() 의미는 표면의미라고 할 수 있다.
‘중의 빗’의 표면의미는 글자 그대로 ‘중이 가지고 있는 빗’이요,
기본의미는 ‘가지고 있어 보아야 아무 쓸모가 없는 물건’이라는 추상화된 의미이다.

대부분의 속담은 표면의미로부터 추상화된 기본의미를 설정할 수 있다.
속담이 기원적으로 특수사례의 묘사에 의해 생성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의미상의 또다른 특성으로 지적되어야 할 것은 다음과 같이 가중현상을 보이는 의미의 갈등이다.
○ 빚주고 뺨맞기([손실1]하고 [손실2])
○ 뛰는 말에 채찍질([속력1]에 [속력2])
○ 바늘뼈에 두부살([연약함 1]에 [연약함 2])
예들은 앞의 명사가 지닌 의미가 뒤의 명사에 가서 더욱 심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의미의 가중현상을 의미속성의 점층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층성’은 앞에 이미 설명한 ‘상대성’과 더불어 속담 속에 나타나는 갈등의 중요한 두 측면을 이룬다.
의미상의 갈등은 존재하지만 표면의미로부터 더 이상 의미를 추상화할 수 없어서 그 표면의미가 그대로 기본의미 구실을 하는 속담도 있다.
○ 무자식()이 상팔자()([-행복의 조건]이 [+행복의 조건])
○ 말이 말을 만든다([언어1]이 [언어2])
이 속담들을 보면 그것들이 나타내고자 하는 명제는 축자풀이에서 더 이상 추상화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그 표면의미가 정말 그대로 기본의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표면의미가 그대로 기본의미가 되어, 거기에 아무런 의미기능도 첨가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진술이지 비유를 생명으로 하는 속담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속담은 ‘자식이 없어서 불행중 다행’이라든가, ‘자식 가진 사람 부러워할 것 없다.’는 함축의미()를 화용론적()으로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말이 말을 만든다’는 속담은 ‘더 이상 논쟁을 벌이지 말자.’라든가 ‘말은 조심해야 한다.’는 함축의미를 가지게 될 때 속담으로서의 쓰임새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속담이 나타내는 비유는 그 언어사회가 관습적 또는 암시적으로 받아들이는 화용론적 함축의미에 의해서 생명을 얻는다.
‘성부동() 남’이라는 속담은 ‘성이 다르니까 친척이 아닌 타인’이란 동일률()의 명제를 표면의미로 삼는다.
그 기본의미는 ‘남이기는 하지만 친척보다 더 다정한 사이’라는 반어적() 표현으로 해석해야 바르게 이해된 것이다.

성부동 남’은 ‘친척보다 더 다정한 사이’, 더 나아가 ‘형제 이상의 형제’라는 사회적 함축의미에 의해서 존재의 가치가 확인된다.

속담은 한 언어사회가 관용하는 함축의미 때문에 지속적으로 비유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속담의 일차적 기능이 비유에 있다고 해서 특정한 사실에 대한 비유적 서술만으로 속담이 해야 할 모든 일을 끝마치는 것은 아니다.

비유를 근간으로 하고 표면의미에서 도출된 기본의미로 해석하되 거기에 화용론적 부차기능이 생생한 구실을 할 때 속담은 비로소 속담으로서의 효과를 완성시킨다.


속담의 효과는 크게 두 가지 방면으로 작용한다.
첫째는 교화()의 기능이고,
둘째는 풍자()의 기능이다.

예)‘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은 ‘가까운 데 있는 일을 잘 모른다.’라든가, ‘가까운 곳에 진실(또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일반성을 띤 기본의미로 해석된다.
이 기본의미는 다시 그 속담이 사용되는 상황에 따라, 명령이나 지시 또는 경고를 나타내는 완곡한 표현일 수 있다.
결국 ‘너 자신을 돌이켜 보라.’든가, ‘가까운 사람을 조심하라.’는 함의를 반영하게 됨으로써 교화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은 ‘너 자신을 알라.’는 격언과 교화의 기능에 있어 일치를 보게 된다.

속담이 나타내려고 하는 기본의미를 교화의 방편으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야유나 풍자로 탈바꿈을 한다.
‘열두 가지 재주에 저녁거리가 없다.’는 속담을 예로 하여 생각해보자.
이 속담은 ‘여러 가지 능력이 반드시 현실적 생활수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본의미로 해석된다.
이 속담이 돈벌이에는 관심이 없고 여러 가지 취미활동에 열을 올리는 자녀에게 지나치게 빠져들지 말라는 경고의 뜻으로 쓰면 교화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된다.
반면, 다재다능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친구가 돈을 꾸어달라고 했을 때, 그 친구를 돌려보내고 그를 잘 아는 다른 사람에게 그 친구를 가리켜 이 속담을 적용한다면, 그것은 다분히 비꼬는 심정을 나타내는 표현이 될 것이다.
‘외손뼉이 울랴?’라든가,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와 같은 반문형태의 속담은 풍자의 기능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속담을 구성하고 있는 어휘나 속담의 기본의미를 좀더 세밀하게 관찰해보면 민속적 차원에서 우리 선조들의 의식구조나 생활상의 이모저모를 찾아볼 수 있다.
쉽게 지적할 수 있는 사항으로 다음 몇 가지가 있다.


속담이 지닌 비속성은 바로 속담의 본질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것은 서민들이 지닌 의식의 비속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점잖음을 중요시하던 조선시대 양반들은 속담을 한자의 고사성어와 같은 형태로 변조하여 사용할지언정 우리말 형태 그대로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가령 이의봉()의 ≪동한역어 ≫에 보면 106종류의 우리 나라 속담을 수집해놓고 있는데, 그 중 66종류를 사자성어로 바꾸어놓고 있다.
실제로 양반층은 이러한 숙어의 형태로 사용했을 것이다.
아무리 천박한 표현이라도 그것을 한자로 바꾸어놓으면 그 비속성이 어느 정도 경감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특별히 자주 등장하는 어휘는 개·똥·물·소·집·사람·밥·말[]·발[]·떡 등이다.
이들 열 개의 낱말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은 것이 ‘개’와 ‘똥’이라는 사실은 속담의 비속성을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들 낱말이 나타내는 의미를 범주화하면 ‘가축’·‘자연’·‘주거’·‘인륜’·‘음식’·‘언어’·‘신체’의 일곱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일곱 가지 분야가 우리 조상들의 일상()의 관심거리였을 것이다.



수의성 편의성

일반 언어대중은 속담이 표현하는 기본의미가 보편적 진리를 나타내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실제로 속담은 일상의 생활환경 속에서 임기응변으로 자기합리화를 위해 쓰는 일이 많다.
어떤 두 개의 속담을 나란히 대비해놓고 보면 서로 상반되는 기본의미 또는 함축의미를 나타내는 수가 있다.

속담들은 표면적인 의미를 어느 정도로 추상화시키며,
현장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느냐 하는 데 따라 서로 정반대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것들이다.

이처럼 속담의 의미는 논리적 모순을 무리 없이 함께 거느린다.
속담은 보편타당한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사의 단면을 그때그때마다 편한 대로 노출시키기 위해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속담은 의미상의 논리적 모순을 무리 없이 나타낸다.
그것은 인간사회가 그처럼 모순이 공존하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인간은 논리적 모순을 넘어서는 차원에서 살고 있는 셈이다.

속담은 그러한 인간사회를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다.
거울에는 어떤 국가관이나 종교관이 들어 있는가?
○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
○ 잘 되면 충신, 못 되면 역적
이런 속담이 나타내는 것은 일단 일반서민이 정치권력에 관심이 별로 없으며, 그러한 권력에 객관적 자세를 취한다는 점이다.


정치권력과 밀착되어 있는 양반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객관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 양반 못된 것이 장에 가 호령
○ 사모 쓴 도둑놈
○ 대신댁 송아지 백정 무서운 줄 모른다.
○ 양반은 글덕, 상놈은 발덕
이처럼 양반에게 냉소적이면서도 관존민비를 운명적으로 받아들인다.

속담 속에 ‘충성’이니 ‘민족’이니 하는 개념이 끼어들 터전은 처음부터 없었다.
속담에 반영된 종교관은 어떠한가?

불교가 사회발전의 중요한 추진력으로 작용했던 통일신라나 고려 초기에 정착된 속담이 있다면 불교를 소재로 하는 긍정적인 묘사가 있었을 듯도 하나, 우리가 알고 있는 속담 속에서는 불교가 결코 아름답게 그려져 있지 않다.
○ 불 차인 중놈 달아나듯
○ 비맞은 중놈
○ 부처님 위해 불공하나?
○ 의뭉하기는 노전대사라.
이런 예를 보면 승려는 비난과 야유의 대상이었지, 존경의 흔적은 찾을 길이 없다.

조선조 사회에서 불교가 미약하고 쇠잔하기는 했으나 때때로 덕이 높은 승려가 국사()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나라가 위급한 지경이었을 때는 승병을 일으켜 목숨을 바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담 속에 긍정적인 불교나 승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특정한 사회집단에 대해서 배타적으로 움직이는 서민들의 의식구조를 반영하는 듯하다.

이와 같은 의식의 맥락은 현대에 만들어진 속담 ‘의사와 변호사는 허가낸 도둑놈’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속담을 통해 건전하고 진취적인 사회관을 추론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야비하고 편의주의적인 사상이 냉소적 의식에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속담을 토대로 하여 한국사람의 성격을 분석한 심리학자의 연구결과는
① 언어중시(),
② 체면지향(),
③ 목전실리(),
④ 피해의식()이라는 네 가지 특성으로 정리되어 있다.

체면과 실리의 양쪽 끝을 편의에 따라 왕래하는 기회주의자들이 속담을 즐기는 언어대중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특성들이 한국인의 참모습은 아니며, 일부 서민들이 지니고 있는 하나의 경향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바람직한 성품과는 거리가 먼 것이며, 이것은 분명히 서민들의 냉소적 의식이 언어로 표출된 결과이다.


문헌에 나타난 최초의 속담은 ≪삼국유사≫ 권5에 “내 일 바빠 한 댁 방아를 서두른다().”는 것이다.
 ‘속담’이라 하지 않고 ‘기사지망()’ 위에 ‘이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 뒤 조선조에 와서 중국어 교과서인 ≪박통사언해 ≫에 ‘상언()’이라는 용어를 속담 대신 사용하였다.
조선 중기 ≪어우야담≫이나 ≪동문유해≫ 같은 문헌부터 속담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있다.
속담자료집이 출현한 것은 17세기 홍만종()의 ≪순오지≫부터이다.
권하에 124수의 당시 유행하던 속담을 한역하여 싣고 있다.

이덕무()는 ≪청장관전서 ≫ 권62 열상방언()조에 100수를 한역해놓았다.
조재삼()은 ≪송남잡지≫ 권5·6 방언류에 많은 속담을 싣고 있는데, 전와()에 의한 오류를 교정하기도 하였다.

정약용()은 ≪이담속찬 ≫에 241수의 속담을 한역하여 싣고 있다.
편자 미상인 ≪동언해 ≫에도 422수의 속담이 한역되어 실려 있다.
최초의 국문속담사전은 1913년 신문관()에서 간행된 최원식()의 ≪조선이언 ≫으로, 이 책에는 900여 수의 속담이 수록되어 있다.

1922년 동양서원()에서 간행한 김상기()의 ≪조선속담≫은 ≪조선이언≫의 900여 속담에다가 600여 수의 속담을 추가하여 모두 1,500여 수를 수록하고 있다.
1940년 조광사()에서 간행한 방종현()·김사엽()의 ≪속담대사전≫은 본격적인 속담집으로 총 4,000여 수를 싣고 있다.
1948년 정음사()에서 발간한 김원표()의 ≪조선속담집≫에는 700여 수의 속담이 실려 있다.

1959년 제일프린트사에서 인쇄한 진성기()의 ≪제주도속담≫은 우리 나라 최초의 지방속담집으로 400여 수가 수록되어 있다.
1962년 경학사()에서 간행된 ≪속담사전≫에는 1,256수의 속담이 수록되어 있다.

1962년 민중서관에서 발간한 이기문()의 ≪속담사전≫은 한국 속담집 중 가장 방대한 것으로 7,000여 수가 수록되어 있다.
속담의 출전을 밝히는 한편 그 용례까지 들고 있어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이 밖에 신창순()이 <신채속담 > 600수를 ≪국어국문학≫(제32호)에 발표하였다.

김선풍()은 <신채언어 > 380수를 ≪한국민속학≫(제3집)에, <새 속담 새 겹말> 348수를 ≪어문논집≫(제14·15합집, 고려대학교)에 각각 싣고 있다.
1970년대에는 한국민속학회에서 ≪한국속담집≫(서문당)을 내놓았다.
1980년대에는 송재선()이 ≪우리말속담큰사전≫(서문당, 1983))을 펴냈다.

1990년대에는 동문선()에서 펴낸 ≪상말속담사전≫(1993)·≪여성속담사전≫(1995)·≪동물속담사전≫·≪주색잡기속담사전≫(1997) 등은 소재별 속담사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1993년 정종진이 태학사에 간행한 ≪한국의 속담≫사전은 현대소설이나 수필·희곡 중에서 8,500항목 정도의 예문을 뽑아 그 용도로 삼고 있다.

문헌

  • 『속담사전』(이기문, 민중서관, 1962)
  • 「속담의 감화성」(이용주, 『서울대학교 사대학보』, 1963)
  • 「속담의 의미기능에 관한 연구」(김종택, 『국어국문학』34.35호, 1967)
  • 『우리나라 속담의 특징과 내용-무형의 증인-』(강신항, 정화출판사, 1979)
  • 『한국속담의 근원설화』(강재철, 백록출판사, 1980)
  • 「속담」(김선풍, 『우리민속문학의 이해, 개문사, 1980)
  • 「속담으로 푼 한국인의 성격」(최상진, 『신동아』, 1980.3.)
  • 「속담의 종합적 검토를 위하여」(심재기, 『관악어문연구』 7,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982)


  • 「한국속담의 어, 구, 절(語.句.節) 유형연구」(이을환, 『한글학회50돌기념논문집』, 1971)
  • 「속담에 나타난 민족성」(김선풍, 『한국민속학』 5, 민속학회, 1972)
  • 「속담의 유형연구」(문정애, 『국어교육론지』 1, 대구교육대학국어과, 1973)
  • 「속담의 비교연구」(서석연, 『박인수박사화갑기념논문집』 제Ⅱ집, 1976)
  • 「속담의 의미기능에 대하여」(심재기, 『이숭녕선생고희기념국어국문학논총』, 1977)
  • 『속담이야기』(김선풍·리용득, 국학자료원, 1993)

속담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속담대사전

속담대사전방종현, 김사엽이 펴낸 속담집. 국립중앙도서관소장. 
총 496면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사전체재를 갖춘 속담집이다. 

1940년 조광사에서 간행되었는데 수록 속담수는 총 4,000여수이며 그 중 우리말 속담은 3,000여수에 달한다.

속담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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