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사건 고 서울시장 박원순 휴대폰 봤는데???.. 검·경 발표 내용은 천양지차...
검찰은 참고인 진술 내용까지 공개
5개월 수사한 경찰은 A4 2장 '맹탕'
경찰 수사내용 '2차 가해' 수단 악용
"朴 배려했지만 피해자는배려 안 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마무리됐지만,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엔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경찰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방조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박 전 시장의 행적과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과정을 자세히 공개한 반면, 경찰은 '빈 손'에 가까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31일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양측 수사결과는 보도자료의 분량과 구성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경찰은 지난 5개월간 46명의 인원을 투입해 △피해자의 박 전 시장 성추행 고소사건 △박 전 시장 사망 경위(변사)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 고발 사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그 결과는 A4용지 2장에 불과했다. 반면 검찰은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유출 의혹에 대해서만 6장의 수사결과를 공개했다.
이처럼 검찰과 경찰이 박 전 시장 휴대폰을 똑같이 들여다 봤는데도, 결과물에선 큰 차이가 났던 이유는 경찰의 경우 '변사' 관련해서만 디지털 포렌식이 가능했기 때문이란 점도 있다. 경찰의 '변사 사건 처리 규칙'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 관련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때까지 사인 및 사망 경위를 수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변사자와 유족 등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관련성이 있는지만 확인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자세한 사망 동기와 경위는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경찰이 '성추행 방조 의혹' 수사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발표는 "참고인 26명과 피고발인 5명을 조사했으며 박 전 시장 휴대폰 확인을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돼 확인하지 못했다"는 게 전부였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휴대폰도 제출 받아 봤지만 구체적 내용은 밝힐 수 없다. 피해자가 변호사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공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참고인 주장 중 피해자 진술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밝히기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검찰은 참고인 조사를 통해 밝혀진 내용까지 언론에 모두 공개했다. 박 전 시장이 사망 직전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 및 고한석 전 비서실장과 주고받았던 대화내용은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확인된 내용이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경찰은 피해자와 만난 기억이 없다는 서울시 직원의 진술을 휴대폰이나 일정표와 대조하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4년간 업무에 사용한 3대의 휴대폰 등 많은 자료를 제출했는데도 자료 확인보다 범죄 입증이 안 됐다는 결과만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찰 수사결과는 "피해자가 거짓말을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은 "경찰 조사에 의해 고소인 측 주장이 거짓이거나, 억지 고소·고발이었다는 점이 확인됐다. 묵인·방조 혐의가 거짓임이 드러난 만큼 다른 주장들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도 경찰의 무혐의 처리 결과를 근거로 피해자를 비난하는 댓글이 무분별하게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측을 지원하는 여성단체 연대체인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공동행동)은 "경찰은 현 시점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부정의·무책임·혼란과 2차 피해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았고, 할 수 있는 역할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경찰이 박 전 시장을 배려하느라 정작 살아있는 피해자는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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