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1일 화요일

김시습(金時習)

김시습(金時習)

조선전기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의 자작시(自作詩) 


김시습 영정, 충남 유형문화재 제64호, 충남 부여군 외산면 ..<금오신화>, 김시습 지음,

1435(세종 17)∼1493(성종 24). 조선 초기의 학자·문인.


김시습은 서울성균관 부근에서 태어났다. 1437년(세종 19) 3살 때부터 외조부로부터 글자를 배우기 시작하여 한시를 지을 줄 아는 천재였다.


본관은 강릉(江陵).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청한자(淸寒子)·동봉(東峰)· 벽산청은(碧山淸隱)·췌세옹(贅世翁), 법호는 설잠(雪岑)이다. 서울 출생. 


신라 태종무열왕의 6세손인 김주원(金周元)의 후손이다. 무반 계통으로 충순위(忠順衛)를 지낸 김일성(金日省)의 아들이다.


『정속(正俗)』, 『유학자설(幼學字說)』, 『소학(小學)』을 배운 후 5세 때 이미 시를 지을 줄 알아 그가 신동(神童)이라는 소문이 당시의 국왕인 세종에게까지 알려졌다. 세종이 승지를 시켜 시험을 해보고는 장차 크게 쓸 재목이니 열심히 공부하라고 당부하고 선물을 내렸다고 하여 ‘오세(五歲, 5세)’라는 별호를 얻게 되었다.


5세인 1439년(세종 21)에는 이웃집에 살고 있던 예문관 수찬(修撰)이계전(李季甸)으로부터 『중용』과 『대학』을 배웠고, 이후 13세인 1447년(세종 29)까지 이웃집의 성균관 대사성 김반(金泮)에게서 『맹자』·『시경』·『서경』을 배웠고, 겸사성 윤상(尹祥)에게서 『주역』·『예기』를 배웠고, 여러 역사책과 제자백가는 스스로 읽어서 공부했다.


생후 8개월에 글뜻을 알았고 3세에 능히 글을 지을 정도로 천재적인 재질을 타고 났다. 5세에는 세종의 총애를 받았으며, 후일 중용하리란 약속과 함께 비단을 하사받기도 했다. 나아가 당시의 석학인 이계전(李季甸)·김반(金泮)·윤상(尹祥)에게서 수학하여 유교적 소양을 쌓기도 했다. 그의 이름인 시습(時習)도 〈논어 論語〉 학이편(學而篇) 중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과거준비로 삼각산 중흥사(三角山 中興士)에서 수학하던 21세 때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대권을 잡은 소식을 듣자 그 길로 삭발하고 중이 되어 방랑의 길을 떠났다. 생육신의 한 사람.


1449년(세종 31)에는 어머니 장씨를 여의자 15세의 나이로 외가의 농장 곁에 있는 어머니의 무덤 옆에서 여막을 짓고 3년상을 치렀다. 그러나 3년상이 끝나기도 전에 그를 어머니처럼 돌보아주던 외숙모가 별세하였고, 당시 아버지는 계모를 맞아들였으나 병을 앓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무렵 그는 훈련원도정(訓鍊院都正) 남효례(南孝禮)의 딸과 혼인하였으나 원만한 가정이 되지 못하였다. 어머니의 죽음은 인간의 무상함을 깨닫게 되었고, 18세에 송광사에서 선정에 드는 불교입문을 하였다. 그 후 삼각산(三角山) 중흥사(重興寺)로 들어가 공부를 계속하였다.


21세 때인 1455년(세조 1)수양대군(首陽大君, 세조)의 왕위찬탈[계유정난(癸酉靖難)] 소식을 듣고, 3일간 통곡을 하고 보던 책들을 모두 모아 불사른 뒤 스스로 머리를 깎고 승려가 되어 산사를 떠나 전국 각지를 유랑하였다.


그는 관서·관동·삼남지방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의 삶을 직접 체험했는데, 〈매월당시사유록 每月堂詩四遊錄〉에 그때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31세 되던 세조 11년 봄에 경주 남산(南山) 금오산(金鰲山)에서 성리학(性理學)과 불교에 대해서 연구하는 한편,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지었던 것으로 보인다. 37세에 서울 성동(城東)에서 농사를 직접 짓고 환속하는 한편 결혼도 했다. 벼슬길로 나아갈 의도를 갖기도 했으나 현실의 모순에 불만을 품고 다시 관동지방으로 은둔, 방랑을 하다가 충청도 홍산(鴻山) 무량사(無量寺)에서 59세를 일기로 일생을 마쳤다.


그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속에서 어느 곳에도 안주하지 못한 채 기구한 일생을 보냈는데, 그의 사상과 문학은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한 것이다. 전국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얻은 생활체험은 현실을 직시하는 비판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야를 넓게 했다. 그의 현실의 모순에 대한 비판은 불의한 위정자들에 대한 비판과 맞닿으면서 중민(重民)에 기초한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이상을 구가하는 사상으로 확립된다. 한편 당시의 사상적 혼란을 올곧게 하기 위한 노력은 유·불·도 삼교(三敎)를 원융적(圓融的) 입장에서 일치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불교적 미신은 배척하면서도 조동종(漕洞宗)의 인식론에 입각하여,


그의 선대는 원성왕의 아우 김주원(金周元)이다. 그의 비조(鼻祖)는 고려시대 시중을 지낸 연(淵)·태현(台鉉)로 전하고 있으나 이는 잘못 전해진 것이다. 『매월당집』의 세계도(世系圖)에 의하면 김인존(金仁存)이 맞다. 증조부 김윤주(金允柱)는 안주목사(安州牧使), 할아버지 김겸간(金謙侃)은 오위부장(五衛部將), 아버지 김일성(金日省)은 음보(蔭補)로 충순위(忠順衛)를 지냈으며, 그의 어머니는 울진 선사 장씨(仙槎張氏)이다.


김시습의 생애를 알려주는 자료로는 『매월당집』에 전하는 「상류양양진정서 (上柳襄陽陳情書)」, 윤춘년(尹春年)의 전기(傳記), 이이의 전기, 이자(李耔)의 서문(序文), 『장릉지(莊陵誌)』·『해동명신록』·『연려실기술』 등이 있다.


사육신이 처형되던 날 밤 온 장안 사람들이 세조의 전제에 벌벌 떨고 있을 때에 거리에서 거열형(車裂刑)에 처해진 사육신의 시신을 바랑에 주섬주섬 담아다가 노량진 가에 임시 매장한 사람이 바로 김시습이었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후 그는 관서지방을 유람하며 역사의 고적을 찾고 산천을 보면서 많은 시를 지었다. 이는 『매월당집』에 『탕유관서록(宕遊關西錄)』으로 남아 있다.


그가 쓴 발문에서 방랑을 시작한 동기를, “나는 어려서부터 성격이 질탕(跌宕)하여 명리(名利)를 즐겨하지 않고 생업을 돌보지 아니하여, 다만 청빈하게 뜻을 지키는 것이 포부였다. 본디 산수를 찾아 방랑하고자 하여, 좋은 경치를 만나면 이를 시로 읊조리며 즐기기를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하였지만, 문장으로 관직에 오르기를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하루는 홀연히 감개한 일(세조의 왕위찬탈)을 당하여 남아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도(道)를 행할 수 있는데도 출사하지 않음은 부끄러운 일이며, 도를 행할 수 없는 경우에는 홀로 그 몸이라도 지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였다.”고 적었다.


26세 때인 1460년(세조 6)에는 관동지방을 유람하여 지은 시를 모아 『탕유관동록 (宕遊關東錄)』을 엮었고, 29세인 1463년(세조 9) 때에는 호남지방을 유람하여『탕유호남록 (宕遊湖南錄)』을 엮었다.


그 해 가을 서울에 책을 구하러 갔다가 효령대군(孝寧大君)의 권유로 세조의 불경언해사업 (佛經諺解事業)에 참가하여, 교정(校正)일을 맡아 열흘간 내불당에 거쳐한 일이 있었다.


1465년(세조 11) 원각사 낙성식에 불려졌으나 짐짓 뒷간에 빠져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평소에 경멸하던 정창손(鄭昌孫)이 영의정이고, 김수온(金守溫)이 공조판서로 봉직하고 있는 현실에 불만을 품고 31세 때인 1465년(세조 11) 봄에 경주로 내려가 경주의 남산인 금오산(金鰲山)에 금오산실(金鰲山室)을 짓고 칩거하였다. 이때 매월당이란 호를 사용하였다.

이곳에서 31세(1465) 때부터 37세(1471)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로 불리는


『금오신화』를 비롯한 수많은 시편들을 『유금오록(遊金鰲錄)』에 남겼다. 그동안 세조와 예종이 죽고 성종이 왕위에 오르자 1471년(성종 2) 37세에 서울로 올라와 이듬해 성동(城東) 폭천정사(瀑泉精舍), 수락산 수락정사(水落精舍) 등지에서 10여 년을 생활하였으나 자세한 것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1481년(성종 12) 47세에 돌연 머리를 기르고 고기를 먹으며, 안씨(安氏)를 아내로 맞아들여 환속하는 듯하였으나, 이듬해 ‘폐비윤씨사건(廢妃尹氏事件)’이 일어나자, 다시 관동지방 등지로 방랑의 길에 나섰다. 당시 양양부사(襄陽府使)였던 유자한(柳自漢)과 교분이 깊어 서신왕래가 많았으며,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강릉·양양·설악 등지를 두루 여행하였다. 이 때 그는 육경자사(六經子史)로 지방청년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시와 문장을 벗삼아 유유자적한 생활을 보냈는데, 『관동일록(關東日錄)』에 있는 100여 편의 시들은 이 기간에 쓰여진 것이다.


10대에는 학업에 전념하였고, 20대에 산천과 벗하며 천하를 돌아다녔으며, 30대에는 고독한 영혼을 이끌고 정사수도(靜思修道)로 인생의 터전을 닦았고, 40대에는 더럽고 가증스러운 현실을 냉철히 비판하고 행동으로 항거하다가 50대에 이르러서는 초연히 낡은 허울을 벗어 버리고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다가 마지막으로 찾아든 곳이 충청도 홍산(鴻山) 무량사

(無量寺)였다.


이곳에서 1493년(성종 24) 59세의 나이로 병사하였다. 유해는 불교식으로 다비(茶毗)를 하여 유골을 모아 그 절에 부도(浮圖)로 안치하였다. 그는 생시에 이미 자기의 초상화인 노·소(老少) 2상(二像)을 손수 그리고 스스로 찬(贊)까지 붙여 절에 남겨두었다고 하나, 현재는 『매월당집』(신활자본)에 「동봉자화진상(東峯自畫眞像)」이 인쇄되어 전한다.


작은 키에 뚱뚱한 편이었고 성격이 괴팍하고 날카로워 세상 사람들로부터 광인처럼 여겨지기도 하였으나 배운 바를 실천으로 옮긴 지성인이었다. 이이(李珥)는 백세의 스승이라고 칭찬하기도 하였다.


그가 쓴 많은 시가 유실되었으나 그의 문집은 중종 때에 정부 관료들에 의해서 그의 시가 좋다고 하여 편찬이 논의되었고, 이자(李耔)에 의하여 10여 년 동안 수집하여 겨우 3권으로 모아졌으며, 윤춘년·박상이 문집 자료를 모아 1583년(선조 16) 선조의 명에 의하여 이이가 전을 지어 교서관에서 개주 갑인자로 23권이 간행되었다. 일본 봉좌문고와 고려대학교

만송문고에 소장되어 있다.


김시습은 지금까지 『금오신화』의 작자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러나 그의 저작은 자못 다채롭다고 할 만큼, 조선 전기의 사상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유·불 관계의 논문들을 남기고 있으며, 그뿐 아니라 15권이 넘는 분량의 한시들도 그의 전반적인 사유세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몫으로 주목을 요한다. 이 같은 면은 그가 이른바 ‘심유천불(心儒踐佛)’이니 ‘불적이유행(佛跡而儒行)’이라 타인에게 인식되었듯이 그의 사상은 유불적인 요소가 혼효되어 있다.


어디까지나 그는 근본사상은 유교에 두고 아울러 불교적 사색을 병행하였으니, 한편으로 선가(禪家)의 교리를 좋아하여 체득해 보고자 노력하면서 선가의 교리를 유가의 사상으로 해석하기도 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후대에 성리학의 대가로 알려진 이황(李滉) 으로부터 ‘색은행괴(索隱行怪)’하는 하나의 이인(異人)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때에는 불교 자체를 엄격히 이단시하였으므로, 김시습과 같은 자유분방한 학문추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의 사상에 대한 정밀한 검토와 분석이 아직 우리 학계에서는 만족할 만큼 이루어져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 점은 그의 생애가 여러 차례의 변전을 보여 주었고, 따라서 그의 사상체계 또한 상황성을 띠고 있기에 일관한 연구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신귀설(神鬼說)」· 「태극설(太極說)」·「천형(天形)」 등을 통하여 불교와 도교의 신비론(神秘論)을 부정하면서 적극적인 현실론을 펴고 있다.


이는 유교의 속성인 현실을 중심으로 인간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면과 맥이 닿고 있다. 잡저(雜著)의 대부분은 불교에 관계된 논문들인데, 그는 부처의 자비정신을 통해 한 나라의 군주가 그 백성을 사랑하여, 패려(悖戾: 도리에 어그러짐)·시역(弑逆: 부모나 임금을 죽이는 대역행위)의 부도덕한 정치를 제거하도록 하는 데 적용하고자 하였다. 이같이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은 그의 「애민의(愛民議)」에 가장 잘 반영되어 있다. 혹자들은 그의 성리사상이 유기론(唯氣論)에 가까운 것으로 말하고 있으며, 불교의 천태종에 대해 선적(禪的)인 요소를 강조하였다고 한다.


특히, 「귀신론」은 귀신을 초자연적 존재로 파악하지 않고 자연철학적으로 인식하여, ‘만수지일본(萬殊之一本)’·‘일본지만수(一本之萬殊)’라 하여 기(氣)의 이합집산에 따른 변화물로 보았다. 그의 문학세계를 알게 해주는 현존 자료로는 그의 시문집인 『매월당집』과 전기집(傳奇集) 『금오신화』가 있다.


지금까지 그의 문학세계에 대한 연구는 주로 전기집인 『금오신화』에 집중되어왔으며, 그의 시문에 대한 연구는 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왔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시문집인 『매월당집』은 원집(原集) 23권 중에 15권이 시로써 채워져 있으며, 그가 재능을 발휘한 것도 시이다.


그는 문(文)에서도 각 체 문장을 시범하고 있지만 그 대부분이 그의 사상편(思想篇)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김시습의 시는 현재까지 그의 시문집에 전하는 것만 하더라도 2,200여수나 되지만 실제로 그가 지은 시편은 이보다 훨씬 더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가 스스로 술회한 그대로 어릴 때부터 질탕하여 세상의 명리나 생업과 같은 것을 돌보지 아니하고, 마음 내키는대로 산수를 방랑하면서 좋은 경치를 만나면 시나 읊으면서 살았다. 원래 시란 자기실현의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역대의 시인 가운데서 김시습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시로써 말한 시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시로써 자신의 정신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었기에 그로 하여금 시를 쓰게 한 시적 충격과, 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시적 동기도 모두 시로써 읊었다. 시 말고는 따로 할 것이 없었기 때문에 시를 쓰게 된 그는, 시를 쓰는 행위 그 자체가 중요했기에 시를 택하게 되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는 그에게서 유출되는 모든 정서가 시로써 표현할 가치가 있는지 여부도 고려하지 않았다. 실천적인 유교이념을 가진 그의 지적 소양에서 보면, 그는 모름지기 경술(經術)로써 명군(明君)을 보좌해야만 하였고, 문장으로 경국(經國)의 대업에 이바지해야만 하였다.


정작 그가 몸을 맡긴 곳은 자연이요 선문(禪門)이었으며, 그가 익힌 문장은 시를 일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선문은 이단이요 시작(詩作)은 한갓 여기(餘技)로만 생각하던 그때의 현실에서 보면, 그가 행한 선문에 몸을 던진 것이나 시를 지음에 침잠한 것도 이미 사회의 상도가 아니었다.


그의 행적이 괴기하다든가 그의 시작이 희화적(戱畵的)이라는 평가는 당연하였다. 우리나라 한시가 대체로 그러하지만, 김시습의 시에서도 가장 흔하게 보이는 주제적 소재는 ‘자연’과 ‘한(閑)’이다. 몸을 산수에 내맡기고 일생을 그 속에서 노닐다가 간 그에게 자연은 그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그는 ‘스스로 그렇게 있는 것’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신도 그 일부가 되곤 하였다. 평소 도연명(陶淵明)을 좋아한 그는 특히 자연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였다. 현실에 대한 실의가 크면 클수록 상대적으로 자연의 불변하는 영속성 때문에 특별한 심각성을 부여하고 비극적인 감정이 깃들이게 하였다.


일생을 두고 특별한 일에 종사하지 않았던 그에게는, 어쩌면 ‘한(閑)’이 전부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관심과 욕망으로부터 마음을 자유롭게 가지고, 자연과 함께 평화스러운 상황에 놓이기가 어려웠다. 한의(閑意)가 일어났다가도 세상일이나 다른 사물이 끼어들어 분위기를 흔들어 놓곤 하였다. 때문에 「한의(閑意)」·「한극(閑極)」·「한적(閑適)」·「우성(偶成)」·「만성(漫成)」·


「만성(謾成)」등 그의 시에서 보여준 그 많은 ‘한(閑)’에도 불구하고, 그는 완전한 한일(閑逸)

속에서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였다. 그의 시에 대한 뒷사람들의 비평은 대체로 두 가지

방향으로 집약된다.


첫째는 힘들이지 않고서도 천성(天成)으로 시를 지었다는 점이며, 둘째는 그 생각이 높고

깊으며 뛰어나 오묘한 데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들이 모두 인상비평의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 하더라도, 시인

자신이 “단지 시의 묘한 곳을 볼 뿐이지 성련(聲聯)은 문제 삼지 않는다.”라고 하였듯이 그의

시에서 체재나 성률은 말하지 않는 쪽이 나을 듯하다.


그의 시 가운데서 역대 시선집에 뽑히고 있는 것은 20여 수에 이른다. 그의 뛰어난 대표작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산행즉사(山行卽事)」(7절)·「위천어조도(渭川漁釣圖)」(7절)·「도중(途中)」(5율)·「등루(登樓)

」(5율)·「소양정(昭陽亭)」(5율)·「하처추심호(何處秋深好)」(5율)·「고목(古木)」(7율)·


「사청사우(乍晴乍雨)」(7율)·「독목교(獨木橋)」(7율)·「무제(無題)」(7율)·「유객(有客)」(5율)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도중」·「등루」·「독목교」·「유객」 등은 모두 『관동일록』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그가 마지막으로 관동지방으로 떠났을 때의 작품이며, 대체로 만년의 작품

가운데에서 수작(秀作)이 많다.


『금오신화』는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만복사저포기(萬福寺樗蒲記)」 등 5편이 전부이며, 이것들은 김시습의 사상을 검증하는 호재(好材)로 제공되어 왔다.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를 제외한 그 밖의 것들은 모두 감미로운 시적 분위기로 엮어진

괴기담(怪奇譚)이다.


이 전기의 틀을 빌려 그에게 있어서 가장 결핍되어 있던 사랑을 노래함으로써, 우리나라 역대 시인 가운데에서 가장 많은 염정시(艶情詩)를 남긴 시인이 되었다. 그의 역사사상은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문제를 풀어 가는 소재로 인식하였으며, 역사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룬 한국 최초의 역사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고금제왕국가흥망론(古今帝王國家興亡論)」이란 논문에서 역사적 위기도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다고 파악하고, 항상 인간의 마음씀씀이를 중시하였다. 그가 마음을 바르게 하여야 한다고 한 점은 단순히 성리학적 견해만이 아니라 불교의 근본 이론이기도 하다.


「위치필법삼대론(爲治必法三代論)」에서는 삼대의 군주들이 백성들의 생활에 공헌을 하였기 때문으로 해석하였으며 인간의 고대문화의 발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렸다. 그는 우리나라의 역사도 단군조선으로부터 당대인 세종대까지의 역사를 문화사, 사상적으로 파악하여 발전적 역사관을 보였으며, 금오신화 중의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는

역사소설이라 할 수 있다.


작자 미상인 김시습의 초상화가 무량사에 소장되어 있다. 그는 단종이 복위된 1707년(숙종 33)에 사헌부 집의(執議)에 추증되었고, 1782년(정조 6)에는 이조판서에 추증되었으며 1784년(정조 8)에는 청간(淸簡)이란 시호가 내려졌다.

매월당(梅月堂) 김시습 한시 모음 도중(途中 ) 김시습 (金時習) 漢詩 산책

도중途中 김시습 (金時習) 貊國初飛雪 春城木葉疏 맥의 나라 이 땅에 첫눈이 날리니, 맥국초비설 춘성목엽소 춘성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客久食無魚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는데, 추심촌유주 객구식무어 객창에 오랫동안 고기 맛을 못보겠네.


山遠天垂野 江遙地接虛 산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산원천수야 강요지접허 강물 아득해 대지는 허공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征馬政躊躇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니,


고홍락일외 정마정주저 나그네 발걸음 가는 길 머뭇거리네 詠妓三首 綠羅新剪製春衫 理線掂針玉手織 녹라신전제춘삼 리선점침옥수직 自敍一生人命薄 隔沙窓語細喃喃 자서일생인명박 격사창어세남남 초록 비단 말라 봄옷을 마련핳제 바늘 따라 실 따라서 고운 손길 노닐더니 서러워라 이내 일생 왜 이리도 박명한가. 창가에 의지하여 소곤소곤 속삭이네.

도중途中 김시습 (金時習)

誰家園裏曉鶯啼 撩亂春心意轉迷 수가원이효앵제 료란춘심의전미 自愧妾身輕似葉 食須東里宿須西 자괴첩신경사엽 식수동리숙수서 어드메 뒷동산에 꾀꼴 소리 요란하냐. 춘심을 자아내니 심사 더욱 산란하다 가엾어라 여자의 몸 갈잎 같은 신세런가 동쪽 집 저녁 먹고 서쪽 집 침방 드네.


死麕茅束者何斯 一見飄風姓不知 사균모속자하사 일견표풍성부지 狂且狡童如鬼꞉ 去時批額奪笄兒 광차교동여귀역 거시비액탈계아 꿈결인 듯 얼핏 마난 그 사나이 누구더냐 한 번 보고 헤어지니 성명조차 모를레라. 교할해라 그의 거동 귀신인 듯 금비녀 은비녀도 떠날 적에 다 빼앗겼네 夜雪야설 어제 늦게 흐린 구름 컴컴하더니 오늘밤에 상서로운 눈 퍼 붓는다.


솔 덮어 가벼운 것 수북하더니 대 때리면 가늘게 우수수한다. 촛불 심지 자르며 아담한 시(詩)이루었고 기울어진 평상도 꿈에 들기는 넉넉하다. 깨어진 창에 나는 조약돌 부서지고 괴벽(壞璧)은 휘장을 흔들어 댄다. 병풍에 기대면 등잔 불꽃 짧고 통에 꽂으면 물에 잠겨서도 탄다. 한 그릇 녹여서 茶 달이는데 야반지경 적요 해진다.

도중途中 김시습 (金時習)시문,

感懷 김시습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愁邊醉復醒 수변취부성 : 시름 속에 취했다가 다시 깨노라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 새가 날아가듯 내 이 몸은 덧없고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그 많던 계획도 마름풀잎처럼 떠버렸네 經事莫 (厭+ 食포식할 염)腹 경사막염복 : 경사(經事)를 뱃속에 너무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 재명공고형 : 재주와 이름은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 베개 높이 베고서 잠잘 생각이나 하리니 更載夢虞庭 갱재몽우정 : 꿈에나 순임금 만나 말을 나눠 보리라.


사청사우 乍晴乍雨 -김시습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유객有客 김시습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 청평사의 나그네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니노라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 탑은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 꽃잎은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 맛있는 나물 때맞춰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 시를 읊으며 선동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 나의 백년 근심이 살라지네 희정숙견방喜正叔見訪 寂寂鎖松門(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籟颭東軒(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 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심(尋訪 靑藜一尋君(청려일심군) : 청려장 짚고 그대 찾으니 君家住海濱(군가주해빈) : 그대 집은 바닷가에 있었구나 寒花秋後艶(한화추후염) : 국화꽃은 늦가을이라 더욱 곱고 落葉夜深聞(낙엽야심문) : 깊은 밤 낙옆 지는 소리 들려온다 野外金風老(야외금풍로) : 들 밖에 바람소리 세차고 簷頭夕照曛(첨두석조훈) : 처마 위엔 저녁빛이 어둑해진다 寧知今日遇(녕지금일우) : 어찌 알았겠나,


오늘 그대 만나 團坐更論文(단좌갱론문) : 다정히 둘러 앉아 다시 글을 논할 줄을 기우 1寄友 望中山水隔蓬萊(망중산수격봉래) : 눈 앞에 산과 물은 봉래산에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단우잔설억기회) : 그친 비와 녹은 눈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미전차심공극목) : 이 마음 펴지 못해 공연히 눈만 치뜨고 夕陽無語倚寒梅(석양무어의한매) : 석양에 말없이 차가운 매화나무에 기대어본다 기우 2寄友 爲因生事無閑暇(위인생사무한가) :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고부심운결사기) : 구름 찾아 결사하는 기약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주살홍진하일료) : 달려가 세상풍진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벽산회수불승사) : 푸른 산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구나 기우 3寄友 落盡閑花春事去(낙진한화춘사거) : 다 진 한가한 꽃나무,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일봉소식각래무) : 한 통의 소식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상사몽파죽창정) : 그리운 꿈 깨니 대나무 창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망제성중산월고) : 서울 바라보니, 산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다 기우 4寄友 東望鷄林隔片雲(동망계림격편운) : 동뽁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계림 바라보니 胡然未易得逢君(호연미이득봉군) : 어찌하여 그대 마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청간천외고륜월) : 청컨대, 하늘 밖 외로운 궁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양지청휘일양분)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다오

落葉낙엽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풍래성척척)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 내고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어지러워요 鼓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砌沒苔紋(첩체몰태문)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지요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에 젖은 낙엽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늦은 가을, 빈산이 너무 초라해 無題 1무제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笻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蘆原卽事노원즉사 草綠長堤小逕斜(초녹장제소경사)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지고 依依桑柘有人家(의의상자유인가) : 산뽕나무 무성한데 인가가 나타난다 溪楓一抹靑煙濕(계풍일말청연습) : 시냇가 단풍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십리서풍취도화) : 십리 길에 하늬바람 벼꽃에 불어든다 途中卽事(도중즉사)-金時習(김시습) 一村蕎麥熟(일촌교맥숙)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십리할황운) : 십리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귀사서풍원)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서풍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曛(천산일이훈),


온 산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還山환산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蛀(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几席塵(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新漲신창 昨夜山中溪水生(작야산중계수생) : 어제 밤 산속에서 계곡물 붙더니 石橋柱下玉鏗鏘(석교주하옥갱장) : 돌다리 기둥 아래 옥구슬 부딪는 소리 可憐嗚咽悲鳴意(가련오열비명의) : 가련토록 흐느끼며 구슬피 우는 뜻은 應帶奔流不返情(응대분류불반정) : 체인 물이 흘러가 되돌아오지 못함이겠지 感懷감회 事事不如意(사사불여의) : 일마다 내 마음 같지 않아 愁邊醉復醒(수변취복성) : 시름 속에 취하여 다시 깬다 一身如過鳥(일신여과조) : 이 한 몸 나는 새와 같아 百計似浮萍(백계사부평) : 많았던 내 계획 부평초 신세 經史莫饜腹(경사막염복) : 경서와 사서 너무 배워 배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재명공고형) : 재주와 명예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유사고침수) : 다만 베개 높이 베고 잠잘 생각아나 하며 賡載夢虞庭(갱재몽우정) : 꿈속에서 순임금 만나 화답해보리라

晩意만의 萬壑千峰外(만학천봉외)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고운독조환)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차년거시사)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내세향하산) : 내년에는 어느 산을 향할까 風息松窓靜(풍식송창정) : 바람 자니 소나무 창 고요하고 香銷禪室閑(향소선실한) : 향불 스러지니 스님의 방 한가롭다 此生吾已斷(차생오이단)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서적수운간)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目羞목수 經書今棄擲(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食粥식죽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곰 같아 아침 먹기 좋구나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불러 번듯이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육천일) : 인간생애 삼만 육천 일에 且莫咻咻多苦辛(차막휴휴다고신) : 아직은 편하다고 말하지 말라, 쓰고 신 일 많으리니 煮茶 1자다 松風輕拂煮茶煙(송풍경불자다연),


솔바람 다 달이는 연기 몰아 올리고 裊裊斜橫落澗邊(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물가로 떨어진다 月上東窓猶未睡(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挈甁歸去汲寒泉(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기는다 煮茶 2자다 自怪生來厭俗塵(자괴생래염속진) :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入門題鳳已經春(입문제봉이경춘) :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지나갔다 煮茶黃葉君知否(자다황엽군지부) :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却恐題詩洩隱淪(각공제시설은륜) : 시 짓다가 숨어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野鳥 야조 綿蠻枝上鳥(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시주소한일) : 사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卽事 즉사 有穀啼深樹(유곡제심수) :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우네 前村桑葚紅(전촌상심홍) : 앞 고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農雲峯上下(농운봉상하) :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疏雨埭西東(소우태서동) :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懶覺身無事(라각신무사) :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衰知酒有功(쇠지주유공) :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已得歸歟興(이득귀여흥) :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江山屬此翁(강산속차옹) :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晝意 주의 驟暄草色亂紛披(취훤초색난분피) :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수교남헌일오시) : 남쪽 마루에서 잠 깨니 해가 한참 낮이다 更無世緣來攪我(갱무세연래교아) : 다시는 세상인연으로 날 괴롭히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嬰兒(심신련도화영아) : 마음과 몽이 수련되어 어린아이로 되었다네

曉意 효의 昨夜山中雨(작야산중우) : 어젯밤 산속에 비 내려 今聞石上泉(금문석상천) : 오늘 아침 바위샘 물소리 난다 窓明天欲曙(창명천욕서) : 창 밝아 날 새려하는데 鳥聒客猶眠(조괄객유면) : 새소리 요란하나 나그네는 아직 자네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 : 방은 작으나 공간이 훤해지니 雲收月在天(운수월재천) : 구름 걷혀 하늘에 달이 있음일게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 부엌에서 기장밥 다 지어놓고 報我懶茶煎(보아라다전) : 나에게 차 달임이 늦다고 나무란다 薄暮 1박모 怕風棲鵲閙松枝(파풍서작료송지)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던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천기층음일모시) : 하늘 기운 층층이 어두워져 저물어 가는 때 雪打明窓淸坐久(설타명창청좌구) : 눈발이 창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방에 앉아 更看山月上城陬(갱간산월상성추) : 산의 달, 성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薄暮2(박모2)-金時習(김시습) 爐灰如雪火腥紅(노회여설화성홍) : 화로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석정팽잔명일종) : 돌솥에는 차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끽료상방고와처) : 차 마시고 상방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수성청경화풍송) : 몇 차례 맑은 경쇠소리 솔바람에 화답한다 訪隱者 1방은자 白石蒼藤一逕深(백석창등일경심) :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삼연모옥재송음)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紜世上無窮爭(분운세상무궁쟁) :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불입이가일촌심)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訪隱者 2방은자 自言生來懶折腰(자언생래라절요)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嶂恣逍遙(백운청장자소요) : 흰 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송풍취송전산우) :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일타자형화반조) :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我生 아생 我生旣爲人(아생기위인) : 내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세상에 좌절하였네. 靜思縱大恧(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擗甚如擣(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방아 찧듯 하네. 況未盡忠孝(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차외하구토) : 이외에 무엇을 구하고 찾겠는가.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한 죄인이요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해지네.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 백년 후에 내 무덤에 표할 때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 천년 뒤에 속마음 알 수 있으리. 蓮經讚 연경찬 雲起千山曉(운기천산효) : 온 산 새벽인데 구름 일고 風高萬木秋(풍고만목추) : 바람은 높이 불어 나무마다 가을이네 石頭城下泊(석두성하박) : 성 아래 돌 머리에 묵으니 浪打釣魚舟(낭타조어주) : 물결은 고깃배에 부딪는다.

古風十九首 고풍십구수 始皇倂六國(시황병육국) : 진시황 여섯 나라를 삼키니 時號爲强秦(시호위강진) : 그 때 사람들이 强秦이라 하였네 焚蕩先王書(분탕선왕서) : 선왕들의 책을 불살라 버리니 四海皆鼎新(사해개정신) : 온 세상이 다 세로와 졌었지 自稱始皇帝(자칭시황제) : 스스로 시황제라 치아니 率土皆稱臣(솔토개칭신) : 천하 백성이 신하가 되었네 防胡築長城(방호축장성) : 오랑캐를 막고 만리장성을 쌓고 望海勞東巡(망해노동순) : 바다 보려 수고로이 동쪽 땅 돌기도 했어라 驪山宮闕壯(려산궁궐장) : 여산 궁궐은 장대하고 複道橫高旻(복도횡고민) : 낭하가 높은 하늘 가로질렀지만 楚人一炬後(초인일거후) : 초나라 사람 한 번 올린 횃불에 空餘原上塵(공여원상진) : 언덕 위에 티끌만 남아 있다오.


登樓 등루 向晩山光好(향만산광호) : 해질녘 산색은 아름답고 登臨古驛樓(등림고역루) : 오래된 역의 누대에 오른다. 馬嘶人去遠(마시인거원) : 말은 울고 사람은 멀어지고 波靜棹聲柔(파정도성유) : 물결은 고요하니 노 젓는 소리 부드럽다. 不淺庾公興(불천유공흥) : 유공의 흥취가 옅지 않아 堪消王粲憂(감소왕찬우) : 완찬의 근심을 녹일 만하다 明朝度關外(명조도관외) : 내일 아침이면 관 밖을 건너리니 雲際衆峰稠(운제중봉조) : 저 멀리 구름 끝에 산봉우리들 빽빽하다.


古柳 고류 古柳蟬聲急(고류선성급) : 오래된 버드나무에 매미 소리 급하니 他鄕此日情(타향차일정) : 타향살이 오늘의 내 마음이로다. 長天列峀碧(장천열수벽) : 먼 하늘에 벌리어 있는 산은 푸르고 疎雨半江明(소우반강명) : 성긴 비에 강은 반쯤은 밝구나. 晝永移書榻(주영이서탑) : 낮이 길어 책상을 옮겨놓고 天晴洗酒罌(천청세주앵) : 샘물이 맑아 술병을 씻어본다. 爾來來訪少(이래내방소) : 요즘 와서는 찾는 이도 적어지고 牢落轉無營(뇌락전무영) : 뇌락하여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登昭陽亭 등소양정 鳥外天將盡(조외천장진) : 새는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愁邊恨不休(수변한불휴) : 시름에 겨워 한이 그치지 않는다. 山多從北轉(산다종북전) : 산은 많아서 북쪽에서 굴러오고 江自向西流(강자향서류) : 강은 스스로 서쪽을 향해 흐른다. 雁下沙汀遠(안하사정원) : 기러기 날아 내리는 모래톱은 아득하고 舟回古岸幽(주회고안유) : 배 돌아오니 옛 언덕 그윽하다 何時抛世網(하시포세망) : 언제나 세상 그물 던져 버리고 乘興此重遊(승흥차중유) : 흥에 겨워 여기 와서 다시 놀아볼까.


地僻 지벽 地僻無人事(지벽무인사) : 땅이 궁벽하여 사람 일은 없고 春情惻惻寒(춘정측측한) : 봄의 정은 가엾게 차갑기만 하다. 風搖千尺樹(풍요천척수) : 바람은 천 척 높은 나무를 흔들고 雲過萬重山(운과만중산) : 구름은 만 겹 싸인 산을 지난다. 歲月常沉疾(세월상침질) : 세월은 늘 침울하고 빠른데 年華少展顔(년화소전안) : 세월은 언제나 얼굴 펴는 일이 적구나 誰知潘岳鬢(수지반악빈) : 누가 알리오, 반악의 흰 귀밑머리 愁至最先斑(수지최선반) : 근심이 오면 가장 먼저 얼룩지는 줄을 閑寂 한적 自少無關意(자소무관의) : 젊어서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하여 而今愜素心(이금협소심) :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이 유쾌하다 種花連竹塢(종화연죽오) : 꽃을 심어 대숲 언덕에 연결하고 蒔藥避棠陰(시약피당음) : 아가위 그늘 피해 약초를 모종낸다. 苔蘚人蹤少(태선인종소) : 이끼 끼어 사람 자취 드물고 琴書樹影深(금서수영심) : 나무 그늘 깊이 거문고와 책이 있도다.


從來樗散質(종래저산질) : 전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更來病侵尋(갱래병침심) : 다시 병이 침입해 찾아드는구나. 俯仰 부앙 俯仰杳無垠(부앙묘무은)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기중유차신)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삼재참병립) : 삼재에 참여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일리자상분) : 한 가지 이치가 자연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형역위미물) : 몸에 구속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궁행즉대군) : 몸소 실천하면 큰 인물이 되는 법이도다. 古今何間斷(고금하간단) : 예와 지금에 무슨 단절이 있을까 堯舜我同群(요순아동군) : 요임금 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渤海 발해 渤海秋深驚二毛(발해추심경이모) : 발해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홍비준저구기조)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막사한사지자노) : 한가한 일 생각치 말자, 나만 피곤하구나 且與鐺杓同死生(차여당표동사생) : 음악과 술과 생사를 같이하여 逞盡丈夫平生豪(령진장부평생호) : 장부의 평생호기를 다 부려보자구나. 渭川漁釣圖 위천어조도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에 날이 쓸쓸하여 낚싯대를 떠나니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들도 알아보고 미끼를 문다 如何老作鷹揚將(여하노작응양장) : 어찌하여 늙어서도 매처럼 용맹을 떨쳐 空使夷齊餓採薇(공사이제아채미) : 백이숙제로 하여 헛되이 굶어죽게 하였나 서민 敍悶 八朔解他語(팔삭해타어)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삼기능철문)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우화음득구) : 비와 꽃을 읊어 싯구를 얻었고 聲淚手摩分(성루수마분)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구분했네 上相臨庭宇(상상림정우) : 높은 정승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貺典墳(제종황전분) : 여러 종중에서 많은 책을 선사했네 期余就仕日(기여취사일)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경술좌명군) : 경학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장지 壯志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주경 晝景 天際彤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 인간세상 유월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 산 속에서 푸른 물 베개한 줄을 누가 믿어줄까 수락산성전암 水落山聖殿庵 山中伐木響丁丁(산중벌목향정정) : 산속에 나무치는 소리 정정거리고 處處幽禽弄晩晴(처처유금농만청) : 곳곳에 깊숙한 산새는 늦어 갠 날을 노래한다 碁罷溪翁歸去後(기파계옹귀거후).


바둑을 마친 개울가 늙은이 돌아간 뒤 綠陰移案讀黃庭(녹음이안독황정) : 푸른 그늘에 책상을 옮기고 황정경을 읽는다 무제 1無題 石泉凍合竹扉關(석천동합죽비관) : 바위샘물 얼어붙고 합죽선 닫아걸고 剩得深閑事事閑(잉득심한사사한) : 마음의 한가함 얻으니 일마다 한가롭다 簷影入窓初出定(첨영입창초출정) : 처마 그림자 창에 들자 비로소 선정에서 나와 時聞霽雪落松閑(시문제설낙송한) : 가끔씩 소나무 사이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 듣는다 무제 2無題 不湏偸得未央丸(불회투득미앙환) : 구태어 미앙환을 탐낼 필요 없느니 境靜偏知我自閑(경정편지아자한) : 경계가 고요하여 내가 편안함을 조금 알겠도다 命僕竹筒連野澗(명복죽통연야간) : 하인에게 대통을 들판 개울에 이어 놓게하니 一條飛玉細珊瑚(일조비옥세산호) : 한 줄기 나는 옥같은 물방울이 산호처럼 고아라 무제 3無題 十錢新買小魚船(십전신매소어선) : 십전 들여 작은 고깃배 사서 搖棹歸來水竹邊(요도귀래수죽변) : 노 저어 수죽가로 돌아왔도다 占得江湖風雨夢(점득강호풍우몽) : 강호의 바람과 풍우의 꿈을 얻으니 箇中淸興與誰傳(개중청흥여수전) : 그 속에 맑은 흥취 누구에게 전해줄까 서금오신화후 1書金鰲新話後 矮屋靑氈暖有餘(왜옥청전난유여) : 작은 집에 푸른 담요엔 따스한 기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만창매영월명초) :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도등영야분향좌) : 기나긴 밤을 등불 돋우고 향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한저인간불견서) : 한가히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서금오신화후 2書金鰲新話後 玉堂揮翰已無心(옥당휘한이무심) : 옥당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단좌송창야정심) : 소나무 창에 단정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鑵銅甁烏几靜(향관동병오궤정) : 향관과 동병과 오궤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풍류기화세수심) : 풍루스런 기이한 이야기 자세히 찾아본다 관소 灌蔬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해월 海月 年年海月上東陬(연년해월상동추) : 해마다 바닷달 동켠에서 떠올라 來我床前遺我愁(내아상전유아수) : 내 평상으로 와 근심을 가져주네 萬里更無纖翳隔(만리갱무섬예격) : 만리장공에 조금도 막히는 것 없어 一天渾是玉壺秋(일천혼시옥호추) : 온 하늘이 모두 옥병같은 가을이로다,


秦宮漢苑人橫笛(진궁한원인횡적) : 진나라 궁궐과 한나라 정원에서 피리 부는 사람 楚水吳江客艤舟(초수오강객의주) : 초나라 오나라 강가에서 배를 대는 나그네 離合悲歡應共伴(이합비환응공반) : 만나고 헤어짐과 슬퍼하고 기뻐함 함께 하리니 停杯且莫問從由(정배차막문종유) : 잠시 술잔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묻지 말아라 희청 喜晴 昨夜屢陰晴(작야루음청) : 어제밤 여러 번 흐렸다가 날이 개니 今朝喜見日(금조희견일) : 오늘 아침 해를 보니 기쁘기만 하다 陰陰夏木長(음음하목장) : 여름 나무는 자라서 그늘지고 嘒嘒鳴寒蚻(혜혜명한찰) : 가을을 알리는 매미는 쓰르르 울어댄다 樹有櫟與樗(수유력여저) : 나무로는 가죽나무와 참나무가 있고 穀有稗與糲(곡유패여려) : 곡식에는 피와 조가 있도다 世我苦相違(세아고상위) : 세상과 나는 괴롭게도 서로 어긋나고 年來添白髮(년래첨백발) : 나이는 많아져 백발이 늘어난다 開襟納新凉(개금납신량) : 옷깃을 헤치고 새로이 시원함 드니 淸風轉颷䬍(청풍전표䬍) : 맑은 바람 더욱 휘몰아 부는구나 설복노화 雪覆蘆花 滿江明月照平沙(만강명월조평사) :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벌을 비추고 裝點漁村八九家(장점어촌팔구가) : 어촌 열 아홉 가구를 환하게 장식하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갱유일반청절태) : 다시 하나의 맑고도 뛰어난 자태 있으니 暟暟白雪覆蘆花(개개백설복노화) : 차갑게도 흰 눈이 갈대꽃을 눌러 덮었구나,


몽중작 夢中作 一間茅屋雨蕭蕭(일간모옥우소소) : 한 칸 초가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춘반여추의적료)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적료하다 俗客不來山鳥語(속객불래산조어) : 세상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倩誰描(개중청미천수묘) : 그 중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려낼까 정야 靜夜 三更耿不寐(삼경경불매) : 깊은 밤 근심에 잠은 오지 않고 明月滿東窓(명월만동창) : 밝은 달만 동쪽 창에 가득하구나 杜口傳摩詰(두구전마힐) : 임 막고 왕유를 전하고 無心學老龐(무심학노방) : 무심코 늙은 방씨의 은거함만 배웠네 最憐淸似水(최련청사수) : 물처럼 맑은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安得筆如杠(안득필여강) : 어찌 깃대 같은 붓을 얻을 수 있을까 剪燭拈新語(전촉념신어) : 초심지 자르며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排聯押韻雙(배련압운쌍) : 배율시를 지으며 운을 맞춘다 월색月色 長空月色正嬋娟(장공월색정선연) : 높은 하늘에 달빛이 고와 欹枕夜凉人未眠(의침야량인미면) : 싸늘한 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네 何處斷腸江上笛(하처단장강상적) : 어디선가 애끊는 강 위의 피리소리 一聲吹破碧雲天(일성취파벽운천) : 한 곡조 피리소리 푸른 하늘 구름을 흩어버린다

월야독보정중 月夜獨步庭中 滿身風露正凄凄(만신풍로정처처) : 몸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 쓸쓸하기만 한데 夜半鐘殘斗已西(야반종잔두이서) : 깊은 밤, 종소리 잦아들고 북두성은 서쪽으로 기운다 松鶴有機和月唳(송학유기화월려) : 소나무에 앉은 학 마음 있어 달에 화답하여 울고 草蟲牽恨向人啼(초충견한향인제) : 풀벌레 한에 끌리어 사람 향해 우는구나 半窓孤枕燈花落(반창고침등화락) : 홀로 누운 창에 등불 불꽃이 떨어지고 幽樹一庭簾影低(유수일정렴영저) : 나무 그윽한 뜰에 발 그림자 나직하구나 侍者正眠呼不起(시자정면호불기) : 시중 드는 이, 바로 잠 들어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好詩吟了便旋題(호시음료편선제) : 좋은 시 읊고나서 바로 시 제목 생각해본다 야심 夜深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鴟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頤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慵疏(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주의 晝意 庭花陰轉日如年(정화음전일여년) : 뜰에 핀 꽃 그늘 돌아 하루가 일년 같은데 一枕淸風直萬錢(일침청풍치만전) : 베개로 불어드는 맑은 바람 만금의 값나가네 人世幾回芭鹿夢(인세기회파록몽) : 사람은 몇 번이나 득실을 헤아리는 꿈을 꾸는가 想應終不到林川(상응종부도임천),


그러나 생각은 끝내 자연의 삶에 이르지 못하리라 월야우제 月夜偶題 滿庭秋月白森森(만정추월백삼삼) : 뜰에 가득한 가을달 흰빛 창창하고 人靜孤燈夜已深(인정고등야이심) : 외로운 불빛, 사람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간다 風淡霜淸不成夢(풍담상청불성몽) : 살랑거리는 바람, 맑은 서리에 잠은 오지 않고 紙窓簾影動禪心(지창염영동선심) : 종이 창의 발 그림자에 부처마음 이는구나 월야月夜 絡緯織床下(낙위직상하) : 여치는 평상 아래에서 베짜듯 울고 月白淸夜永(월백청야영) : 밝은 달빛, 맑은 밤은 길기도하여라 靈臺淡如水(영대담여수) : 마음은 물 같이 담담하고 萬像森復靜(만상삼부정) : 만물은 가득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風動鳥搖夢(풍동조요몽) : 바람 불어 새는 꿈에서 깨고 露滴鶴竦驚(노적학송경) : 이슬방울에 학은 놀라 움추리는구나 物累不相侵(물루불상침) : 만물의 질서는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箇是招提境(개시초제경) : 그것이 바로 부처님 나라의 경지이로다 중추야신월1中秋夜新月 半輪新月上林梢(반륜신월상림초) : 둥그레한 초승달 나무가지 끝에 뜨면 山寺昏鐘第一鼓(산사혼종제일고) : 산사의 저녁종이 처음으로 울려온다 淸影漸移風露下(청영점이풍로하) : 맑은 그림자 옮아오고 바람과 이슬이 내리는데 一庭凉氣透窓凹(일정량기투창요) : 온 뜰에 서늘한 기운 창틈을 스며든다 중추야신월2中秋夜新月 白露溥溥秋月娟(백로부부추월연) : 흰 이슬 방울지고 가을달빛 고운데 夜虫喞喞近床前(야충즐즐근상전) : 밤 벌레소리 시꺼럽게 침상에 앞에 들려오네 如何撼我閒田地(여하감아한전지) : 나의 한가한 마음 흔들어 놓으니 나는 어찌하랴 起讀九辯詞一篇(기독구변사일편) : 일어나 구변의 노래 한 편을 읽고있도다 구우久雨 茅簷連日雨(모첨연일우) : 초가에 연일 비 내려 且喜滴庭際(차희적정제) : 처마에 물방울지니 우선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저사소청주)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궁수저은서) : 궁색하고 근심스러우니 은서나 지어볼리라 소우(疏雨)-김시습(金時習) 疏雨蕭蕭閉院門(소우소소폐원문) : 소슬한 가랑비에 문을 닫고 野棠花落擁籬根(야당화락옹리근) : 해당화 뜰어져 울타리밑에 쌓였구나,


無端一夜芝莖長(무단일야지경장) : 까닭없이 밤새도록 지초 줄기 자라나 溪上淸風屬綺園(계상청풍속기원) : 개울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 기원과 같아라 우중민극(雨中悶極)-김시습(金時習)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霏霏麥隴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頤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簟乍支頤(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산거山居 山勢周遭去(산세주조거) : 산세는 주변을 둘러싸고 江流縹妙廻(강류표묘회) : 강물은 흘러 옥빛처럼 흘러간다 一鳩鳴白晝(일구명백주)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쌍학탁청태) : 한 쌍의 학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拄笏看雲度(주홀간운도) : 홀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본다 吟詩逼雨催(음시핍우최) : 시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아여도연정) :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守拙碧雲堆(수졸벽운퇴)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졸함을 지켜사노라 유거幽居) 幽居臥小林(유거와소림) : 숲 속에 누워 그윽히 사니 靜室一煙氣(정실일연기),


고요한 방안에 한 줄기 향기오른다 夜雨林花爛(야우임화란) : 밤비에 숲 속 꽃이 찬란하고 梅天風氣凉(매천풍기량) : 육칠 월 날씨에 바람은 서늘하구나 葉濃禽語警(엽농금어경) : 나뭇잎 짙고 새들은 지저귀고 泥濕燕飛忙(니습연비망) : 진흙에 질퍽하고 제비는 바삐 날아다닌다 何以消長日(하이소장일) : 긴 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新詩寫數行(신시사수행) : 새로운 시나 몇 줄 지어볼까나 제소림암題小林菴 禪房無塵地(선방무진지) : 선방 티끌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봉승화갈등) :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신여천리학) :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심사구추응) :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석경심운도) :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와 松窓獨自凭(송창독자빙) :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무단갱회수) : 까닭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崚嶒(산색벽릉증) : 산빛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춘유산사春遊山寺 春風偶入新耘寺(춘풍우입신운사) : 봄바람 불어 우연히 신운사에 들러보니 房閉僧無苔滿庭(방폐승무태만정) : 스님도 없는 승방, 뜰에 이끼만 가득하다,


林鳥亦知遊客意(임조역지유객의) : 숲 속의 새들도 나그네 마음 알고 隔花啼送兩二聲(격화제송양이성) : 꽃 넘어 저곳, 새는 두세 울음 울어 보내네 수파령水波嶺 小巘周遭水亂回(소헌주조수난회) : 작은 봉우리를 둘러 물이 어지러이 휘돌고 千章喬木蔭巖隈(천장교목음암외) : 일천 그루 높은 나무 바위 가에 그늘지운다 山深不見人蹤迹(산심불견인종적) : 산 깊어 사람의 자취 보이지 않고 幽鳥孤猿時往來(유조고원시왕래) : 깊은 산에 외로운 원숭이만 때때로 오고간다 우중서회雨中書懷 滿溪風浪夜來多(만계풍랑야래다) : 개울 가득한 풍랑 밤새 많아지니 茅屋蓬扉奈若何(모옥봉비내약하) : 초가집 사립문은 어찌 해야하는가 亂滴小簷聲可數(난적소첨성가수) :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 헤아릴 수도 있으니 塊然身在碧雲窩(괴연신재벽운와) : 외롭도다,


이내 몸은 푸른 구름 속에 있는 듯하여라 설효1雪曉 滿庭雪色白暟暟(만정설색백개개) : 뜰에 가득한 눈빛은 희고 아름다워라 瓊樹銀花次第開(경수은화차제개) : 옥나무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는구나 向曉推窓頻著眼(향효추창빈저안) :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秀處玉崔嵬(천봉수처옥최외) :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옥이 높게도 쌓였구나 설효2雪曉 我似袁安臥雪時(아사원안와설시) : 내가 원안처럼, 눈에 누워있어 小庭慵掃捲簾遲(소정용소권렴지) : 조그마한 뜰도 쓸기 싫고, 발마저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簷暖(만래풍일모첨난) : 늦어 부는 바람과 해,


초가집 처마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한간전산락분지) : 한가히 앞산을 보니, 나무가지에서 떡가루가 떨어진다 설효3雪曉 東籬金菊褪寒枝(동리금국퇴한지) : 동쪽 울타리에 금국화의 퇴색된 울타리 霜襯千枝个个垂(상친천지개개수) : 서리 내의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 놓았다 想得夜來重壓雪(상득야래중압설) : 생각건데, 밤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 從今不入和陶詩(종금불입화도시) : 이제부터 도연명의 화운시에도 들지 못한다 촌등村燈 日落半江昏(일락반강혼) :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一點明遠村(일점명원촌) :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熒煌穿竹徑(형황천죽경) :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꾾고 的歷透籬根(적력투리근) :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旅館愁閒雁(여관수한안) :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겹고 紗窓倦繡鴛(사창권수원) :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 蕭蕭秋葉雨(소소추엽우) : 우수수 가을잎에 내리는 비 相對正銷魂(상대정소혼) :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도점陶店 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노인은 울타리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 작은 개울 흐르는 봄물에 가마우지 먹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 청산 끊어진 곳에서, 돌아 갈 길은 아득한데 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 : 검은 등나무 덩굴 한 가지가 비스듬히 메어있다

김시습 영정, 충남 유형문화재 제64호, 충남 부여군 외산면 ... <금오신화>, 김시습 지음 본관은 강릉. 자는 열경(悅卿), 호는 매월당(梅月堂)·동봉(東峰) 벽산청은(碧山淸隱)·췌세옹(贅世翁) 등이며 법호는 설잠(雪岑)이다. 신라 태종무열왕의 6세손인 김주원(金周元)의 후손이다. 무반 계통으로 충순위(忠順衛)를 지낸 김일성(金日省)의 아들이다. 생후 8개월에 글뜻을 알았고 3세에 능히 글을 지을 정도로 천재적인 재질을 타고 났다. 5세에는 세종의 총애를 받았으며, 후일 중용하리란 약속과 함께 비단을 하사받기도 했다. 나아가 당시의 석학인 이계전(李季甸)·김반(金泮)·윤상(尹祥)에게서 수학하여 유교적 소양을 쌓기도 했다.


그의 이름인 시습(時習)도 〈논어 論語〉 학이편(學而篇) 중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과거준비로 삼각산 중흥사(三角山 中興士)에서 수학하던 21세 때 수양대군이 단종을 몰아내고 대권을 잡은 소식을 듣자 그 길로 삭발하고 중이 되어 방랑의 길을 떠났다(→ 생육신). 그는 관서·관동·삼남지방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백성들의 삶을 직접 체험했는데, 〈매월당시사유록 每月堂詩四遊錄〉에 그때의 시편들이 수록되어 있다. 31세 되던 세조 11년 봄에 경주 남산(南山) 금오산(金鰲山)에서 성리학(性理學)과 불교에 대해서 연구하는 한편, 최초의 한문소설 〈금오신화〉를 지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중途中 김시습 (金時習),

37세에 서울 성동(城東)에서 농사를 직접 짓고 환속하는 한편 결혼도 했다. 벼슬길로 나아갈 의도를 갖기도 했으나 현실의 모순에 불만을 품고 다시 관동지방으로 은둔, 방랑을 하다가 충청도 홍산(鴻山) 무량사(無量寺)에서 59세를 일기로 일생을 마쳤다. 그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갈등 속에서 어느 곳에도 안주하지 못한 채 기구한 일생을 보냈는데, 그의 사상과 문학은 이러한 고민에서 비롯한 것이다.


전국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얻은 생활체험은 현실을 직시하는 비판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시야를 넓게 했다. 그의 현실의 모순에 대한 비판은 불의한 위정자들에 대한 비판과 맞닿으면서 중민(重民)에 기초한 왕도정치(王道政治)의 이상을 구가하는 사상으로 확립된다. 당시의 사상적 혼란을 올곧게 하기 위한 노력은 유·불·도 삼교(三敎)를 원융적(圓融的) 입장에서 일치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


불교적 미신은 배척하면서도 조동종(漕洞宗)의 인식론에 입각하여, 불교의 종지(宗旨)는 사랑(자비)으로 만물을 이롭게 하고 마음을 밝혀 탐욕을 없애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또 비합리적인 도교의 신선술(神仙術)을 부정하면서도 기(氣)를 다스림으로써 천명(天命)을 따르게 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한다.


음양(陰陽)의 운동성을 중시하는 주기론적(主氣論的) 성리학의 입장에서 불교와 도교를 비판, 흡수하여 그의 철학을 완성시키고 있는데, 이런 철학적 깨달음은 궁극적으로는 현실생활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저(遺著)로는 〈금오신화〉·〈매월당집 梅月堂集〉·〈매월당시사유록〉 등이 있다.


가로 23.5cm, 세로 22cm의 작은 책자형 크기로써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의 글씨입니다. 이 글씨는 위창 오세창 선생이 수집한 여러 선현의 필적을 모아 집대성한 서첩『근묵(槿墨)』 중에 들어 있는 작품입니다.


​[글씨의 원문과 내용]

復有信孝出公州(부유신효출공주)  다시 신효(信孝)가 있어 공주에서 나오니

射鶴一羽緣大悲(사학일우연대비)  학을 쏜 한 깃의 인연이 크게 슬프네.

慈藏不識老曼殊(자장부식로만수)  자장은 늙은 만수를 알아보지 못하고

生增上慢深大癡(생증상만심대치)  증상만만 생기니 정말 어리석었다네.


月精寺基邈猶在(월정사기막유재)  월정사 터는 아득하게 그대로인데

古碑賓塔何瑰奇(고비빈탑하괴기)  옛 비석을 따르는 탑이 참으로 기이하네.

我今送子一遨遊(아금송자일오유)  나 지금 그대를 보내고 한순간 즐겁게 노니니

且須這裏開雙眉(차수저리개쌍미)  곧 이 속에서 두 눈썹이 열리네.


淸寒走筆, 청한(김시습)이 흘려서 빨리 쓴다.


*信孝(신효) : 생몰년 미상. 신라시대의 거사(居士).

효신(孝信)이라고도 한다. 충청남도 공주 출신. 지극한 효성으로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어머니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아니하므로 매일 고기를 구하려고 산과 들을 헤매었다.

       

어느 날 길에서 학(鶴) 다섯 마리를 보고 쏘았더니 그 한 마리가 깃 하나를 떨어뜨리고 모두 날아가 버렸다. 그 깃을 집어 눈을 가리고 사람을 보았더니 사람이 모두 짐승으로 보였다. 그래서 고기를 얻지 못하고 자기 넓적다리살을 베어 어머니에게 드렸다. 그 뒤에 출가하여 집을 절로 만들고 효가원(孝家院)이라 하였으며, 길을 떠나 전국을 여행하였다. 경주를 지나서 강릉에 이르러서 깃을 통하여 보니 모두가 인간의 형상으로 보였으므로 그곳에 거주할 뜻을 내었다.

       

길에서 만난 부인에게 살 만한 곳을 묻자, 부인은 서쪽 고개를 넘어서 북쪽으로 향한 동리(洞里)가 살 만하다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에, 어느 날 5명의 승려가 와서 전에 가져간 가사 한 폭을 돌려줄 것을 요구하였다. 그가 어리둥절해 하자 사람을 보았던 깃이라고 하였으므로 깃을 내어주었더니 한 승려가 받아서 뚫어진 가사에 맞추자 꼭 맞았으며, 깃은 천으로 바뀌었다. 다섯 승려와 헤어진 뒤 비로소 그들이 오대산의 오류성중(五類聖衆)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살았던 모옥은 지금의 월정사(月精寺)이다. 생애가 설화적이나 효도와 살생, 인간의 내면세계, 보살의 교화 등 깊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 뒤 모옥에 범일(梵日)의 제자 신의(信義)가 와서 암자를 세웠고, 수다사(水多寺)의 승려 유연(有緣)이 큰 사찰로 만들었다고 한다.


* 增上慢(증상만) : 사만(四慢)의 하나. 내가 아직 최상의 교법과 깨달음을 아직 얻지 못하고서도 얻었다고

                         생각하는 것.

* 瑰奇(괴기) : 기이하다. 기상천외하다. 비슷한말:瑰异(guīyì)

* 遨遊(오유) : 재미있고 즐겁게 놂

* 且須(차수) : 다만, 곧, 빨리

* 走筆(주필) : 글씨를 흘려서 빨리 씀.  


매월당梅月堂 김시습 한시 모음,



도중途中, 김시습 (金時習)


貊國初飛雪 春城木葉疏  맥의 나라 이 땅에 첫눈이 날리니,       
맥국초비설 춘성목엽소  춘성에 나뭇잎이 듬성해지네.             

秋深村有酒 客久食無魚  가을 깊어 마을에 술이 있는데,           
추심촌유주 객구식무어  객창에 오랫동안 고기 맛을 못보겠네.  
 
山遠天垂野 江遙地接虛  산이 멀어 하늘은 들에 드리웠고,        
산원천수야 강요지접허  강물 아득해 대지는 허공에 붙었네.     

孤鴻落日外 征馬政躊躇  외로운 기러기 지는 해 밖으로 날아가니,
고홍락일외 정마정주저  나그네 발걸음 가는 길 머뭇거리네


詠妓三首


綠羅新剪製春衫  理線掂針玉手織
녹라신전제춘삼  리선점침옥수직

自敍一生人命薄  隔沙窓語細喃喃
자서일생인명박  격사창어세남남

초록 비단 말라 봄옷을 마련핳제
바늘 따라 실 따라서 고운 손길 노닐더니
서러워라 이내 일생 왜 이리도 박명한가.
창가에 의지하여 소곤소곤 속삭이네.


誰家園裏曉鶯啼  撩亂春心意轉迷
수가원이효앵제  료란춘심의전미

自愧妾身輕似葉  食須東里宿須西
자괴첩신경사엽  식수동리숙수서


어드메 뒷동산에 꾀꼴 소리 요란하냐.
춘심을 자아내니 심사 더욱 산란하다
가엾어라 여자의 몸 갈잎 같은 신세런가
동쪽 집 저녁 먹고 서쪽 집 침방 드네.

死麕茅束者何斯  一見飄風姓不知
사균모속자하사  일견표풍성부지

狂且狡童如鬼꞉  去時批額奪笄兒
광차교동여귀역  거시비액탈계아

꿈결인 듯 얼핏 마난 그 사나이 누구더냐
한 번 보고 헤어지니 성명조차 모를레라.
교할해라 그의 거동 귀신인 듯
금비녀 은비녀도 떠날 적에 다 빼앗겼네


夜雪야설


어제 늦게 흐린 구름 컴컴하더니
오늘밤에 상서로운 눈 퍼 붓는다.....

솔 덮어 가벼운 것 수북하더니
대 때리면 가늘게 우수수한다......

촛불 심지 자르며 아담한 시(詩)이루었고
기울어진 평상도 꿈에 들기는 넉넉하다....

깨어진 창에 나는 조약돌 부서지고
괴벽(壞璧)은 휘장을 흔들어 댄다.....

병풍에 기대면 등잔 불꽃 짧고
통에 꽂으면 물에 잠겨서도 탄다......

한 그릇 녹여서 茶 달이는데
야반지경 적요 해진다.....


感懷 


事事不如意 사사불여의 : 일마다 뜻대로 되지 않아서
愁邊醉復醒 수변취부성 : 시름 속에 취했다가 다시 깨노라
一身如過鳥 일신여과조 : 새가 날아가듯 내 이 몸은 덧없고
百計似浮萍 백계사부평 :그 많던 계획도 마름풀잎처럼 떠버렸네
經事莫 (厭+食 포식할 염)腹 경사막염복 : 경사(經事)를 뱃속에 너무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재명공고형  : 재주와 이름은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 유사고침수 : 베개 높이 베고서 잠잘 생각이나 하리니
更載夢虞庭 갱재몽우정 : 꿈에나 순임금 만나 말을 나눠 보리라.


사청사우 乍晴乍雨 -김시습


乍晴乍雨雨還晴(사청사우우환청) : 잠깐 개었다 비 내리고 내렸다가 도로 개이니
天道猶然況世情(천도유연황세정) : 하늘의 이치도 이러한데 하물며 세상 인심이야
譽我便是還毁我(예아편시환훼아) : 나를 칭찬하다 곧 도리어 나를 헐뜯으니
逃名却自爲求名(도명각자위구명) : 명예를 마다더니 도리어 명예를 구하게 되네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꽃이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리오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구름이 가는 것을 산은 다투질 않네
寄語世人須記認(기어세인수기인) : 세상 사람에게 말하노니 반드시 알아두소
取歡無處得平生(취환무처득평생) : 기쁨을 취하되 평생 누릴 곳은 없다는 것을


유객有客  김시습


有客淸平寺(유객청평사) : 청평사의 나그네
春山任意遊(춘산임의유) : 봄 산을 한가로이 노니노라
鳥啼孤塔靜(조제고탑정) : 탑은 고요한데 새는 울고
花落小溪流(화락소계류) : 꽃잎은 개울에 떨어져 흘러가네
佳菜知時秀(가채지시수) : 맛있는 나물 때맞춰 돋아나고
香菌過雨柔(향균과우유) : 향기로운 버섯은 비 맞아 부드럽네
行吟入仙洞(행음입선동) : 시를 읊으며 선동에 들어서니
消我百年憂(소아백년우) : 나의 백년 근심이 살라지네


희정숙견방喜正叔見訪


寂寂鎖松門(적적쇄송문) : 솔 문을 닫아걸고 외로이 사니
無人踏鮮痕(무인답선흔) : 이끼 흔적 밝는이 아무도 없구나
澗聲搖北壑(간성요북학) : 바윗 물소리 북쪽 골짝을 흔들고
松籟颭東軒(송뢰점동헌) : 소나무 바람소리 동헌에 물결친다
世事寧緘口(세사녕함구) : 세상일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閒情似不言(한정사불언) : 한가한 정은 말 하지 못하는구나
喜君來一訪(희군래일방) : 그대 찾아오니 너무 기뻐서
相對敍寒溫(상대서한온) : 마주 보며 그간 온갖 일을 풀어본다


심(尋訪


靑藜一尋君(청려일심군) : 청려장 짚고 그대 찾으니
君家住海濱(군가주해빈) : 그대 집은 바닷가에 있었구나
寒花秋後艶(한화추후염) : 국화꽃은 늦가을이라 더욱 곱고
落葉夜深聞(낙엽야심문) : 깊은 밤 낙옆 지는 소리 들려온다
野外金風老(야외금풍로) : 들 밖에 바람소리 세차고
簷頭夕照曛(첨두석조훈) : 처마 위엔 저녁빛이 어둑해진다
寧知今日遇(녕지금일우) : 어찌 알았겠나, 오늘 그대 만나
團坐更論文(단좌갱론문) : 다정히 둘러 앉아 다시 글을 논할 줄을


기우 1寄友


望中山水隔蓬萊(망중산수격봉래) : 눈 앞에 산과 물은 봉래산에 가리고
斷雨殘雪憶幾回(단우잔설억기회) : 그친 비와 녹은 눈 속에서 얼마나 그리웠는지
未展此心空極目(미전차심공극목) : 이 마음 펴지 못해 공연히 눈만 치뜨고
夕陽無語倚寒梅(석양무어의한매) : 석양에 말없이 차가운 매화나무에 기대어본다


기우 2寄友


爲因生事無閑暇(위인생사무한가) : 살아가는 일로 한가할 때가 없어
孤負尋雲結社期(고부심운결사기) : 구름 찾아 결사하는 기약을 홀로 저버렸다
走殺紅塵何日了(주살홍진하일료) : 달려가 세상풍진 없애는 일 어느 때나 다할까
碧山回首不勝思(벽산회수불승사) : 푸른 산을 돌아보니 그대 생각 못잊겠구나


기우 3寄友

落盡閑花春事去(낙진한화춘사거) : 다 진 한가한 꽃나무, 봄날은 가는데
一封消息却來無(일봉소식각래무) : 한 통의 소식조차 오지를 않는구나
想思夢罷竹窓靜(상사몽파죽창정) : 그리운 꿈 깨니 대나무 창은 고요하고
望帝城中山月孤(망제성중산월고) : 서울 바라보니, 산 위의 달은 외롭기만 하다


기우 4寄友

東望鷄林隔片雲(동망계림격편운) : 동뽁으로 조각구름에 가린 계림 바라보니
胡然未易得逢君(호연미이득봉군) : 어찌하여 그대 마나기 이렇게도 쉽지가 않은가
請看天外孤輪月(청간천외고륜월) : 청컨대, 하늘 밖 외로운 궁근 달을 보시게나
兩地淸輝一樣分(양지청휘일양분) : 두 곳에 맑고 밝은 빛 꼭 같이 보내주고 있다오


落葉낙엽


落葉不可掃(낙엽불가소) : 낙엽을 그냥 쓸어서는 안 되네
偏宜淸夜聞(편의청야문) : 맑은 밤 그 소리 듣기가 좋아서 라네
風來聲慽慽(풍래성척척) : 바람 불면 우수수 소리 내고
月上影紛紛(월상영분분) : 달 떠오르면 그림자 어지러워요
鼓窓驚客夢(고창경객몽) : 창을 두드려 나그네 꿈 깨우고
疊砌沒苔紋(첩체몰태문) : 섬돌에 쌓이면 이끼 무늬도 지우지요
帶雨情無奈(대우정무내) : 비에 젖은 낙엽을 어찌할꺼나
空山瘦十分(공산수십분) : 늦은 가을, 빈산이 너무 초라해


無題 1무제


終日芒鞋信脚行(종일망혜신각행) : 종일토록 짚신 신고 내키는 대로 걸어
一山行盡一山靑(일산행진일산청) : 산을 다 걸으면 또 푸른 산
心非有想奚形役(심비유상해형역) : 마음은 물건이 아닌데 어찌 육체의 노예가 되며
道本無名豈假成(도본무명기가아) : 진리는 이름이 없거늘 어찌 위선을 행하리오
宿露未晞山鳥語(숙노미희산조어) : 밤이슬 마르지도 않는 새벽에 사내들 지저귀고
春風不盡野花明(춘풍부진야화명) : 봄바람 살랑 살랑 불어오고 들꽃은 밝구나
短笻歸去千峰靜(단공귀거천봉정) : 짧은 지팡이 짚고 돌아가니 수 천 봉우리 고요하고
翠壁亂煙生晩晴(취벽난연생만청) : 맑은 저녁 하늘 이끼 낀 푸른 절벽에 안개 자욱하다


蘆原卽事노원즉사


草綠長堤小逕斜(초녹장제소경사) : 긴 언덕 풀은 푸르고 작은 길 비탈지고
依依桑柘有人家(의의상자유인가) : 산뽕나무 무성한데 인가가 나타난다
溪楓一抹靑煙濕(계풍일말청연습) : 시냇가 단풍나무 문지르니 푸른 안개에 젖어있고
十里西風吹稻花(십리서풍취도화) : 십리 길에 하늬바람 벼꽃에 불어든다


途中卽事(도중즉사)-金時習(김시습)

一村蕎麥熟(일촌교맥숙) : 온 고을에 메밀이 익어
十里割黃雲(십리할황운) : 십리 길을 누런 구름으로 갈라놓았다
歸思西風遠(귀사서풍원) :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서풍은 멀기만 한데
千山日已曛(천산일이훈) : 온 산에 해는 이미 땅거미 진다


還山환산


山中四月盡(산중사월진) : 산 속엔 4월이 다가고
客臥動輕旬(객와동경순) : 나그네는 가볍게 열흘이 지나간다
四壁圖書蛀(사벽도서주) : 사면 벽에는 도서에 좀이 슬어
三間几席塵(삼간궤석진) : 삼간 방 책상엔 먼지만 쌓였다
菁花多結實(청화다결실) : 우거진 꽃에는 열매 많고
杏子已生仁(행자이생인) : 살구 열매엔 이미 씨가 생겼다
靜倚屛風睡(정의병풍수) : 고요히 병풍에 기대어 잠드니
風爲入幕賓(풍위입막빈) : 바람은 휘장 속으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新漲신창


昨夜山中溪水生(작야산중계수생) : 어제 밤 산속에서 계곡물 붙더니
石橋柱下玉鏗鏘(석교주하옥갱장) : 돌다리 기둥 아래 옥구슬 부딪는 소리
可憐嗚咽悲鳴意(가련오열비명의) : 가련토록 흐느끼며 구슬피 우는 뜻은
應帶奔流不返情(응대분류불반정) : 체인 물이 흘러가 되돌아오지 못함이겠지


感懷감회


事事不如意(사사불여의) : 일마다 내 마음 같지 않아
愁邊醉復醒(수변취복성) : 시름 속에 취하여 다시 깬다
一身如過鳥(일신여과조) : 이 한 몸 나는 새와 같아
百計似浮萍(백계사부평) : 많았던 내 계획 부평초 신세
經史莫饜腹(경사막염복) : 경서와 사서 너무 배워 배 채우지 말게
才名空苦形(재명공고형) : 재주와 명예 헛되이 몸만 괴롭힌다네
唯思高枕睡(유사고침수) : 다만 베개 높이 베고 잠잘 생각아나 하며
賡載夢虞庭(갱재몽우정) : 꿈속에서 순임금 만나 화답해보리라


晩意만의


萬壑千峰外(만학천봉외) : 온 골짜기와 봉우리 저 너머
孤雲獨鳥還(고운독조환) : 외로운 구름과 새 돌아오네
此年居是寺(차년거시사) : 올해는 이 절에서 지낸다만
來歲向何山(내세향하산) : 내년에는 어느 산을 향할까
風息松窓靜(풍식송창정) : 바람 자니 소나무 창 고요하고
香銷禪室閑(향소선실한) : 향불 스러지니 스님의 방 한가롭다
此生吾已斷(차생오이단) : 이승을 내가 이미 끊어버렸으니
棲迹水雲間(서적수운간) : 내 머문 자취 물과 구름에만 남기리라


目羞목수


經書今棄擲(경서금기척) : 경서 이제 내던지고
已是數年餘(이시수년여) : 이미 몇 년이 지났구나
況復風邪逼(황복풍사핍) : 하물며 다시 사악한 바람에 쫓겨
因成齒髮疎(인성치발소) : 이빨과 머리털도 성글어졌다
奇爻重作二(기효중작이) : 일 효가 겹쳐져 이 효로로 보이고
兼字化爲魚(겸자화위어) : “兼”자가 변하여 “魚”자로 보인다
雪夷看天際(설이간천제) : 눈이 덮인 속에서 멀리 하늘 끝을 바라보니
飛蛟滿大虛(비교만대허) : 나는 모기들만 하늘에 가득하다


食粥식죽


白粥如膏穩朝餐(백죽여고온조찬) : 흰죽이 곰 같아 아침 먹기 좋구나
飽來偃臥夢邯鄲(포래언와몽감단) : 배불러 번듯이 누워 한단의 꿈을 꾼다
人間三萬六千日(인간삼만육천일) : 인간생애 삼만 육천 일에
且莫咻咻多苦辛(차막휴휴다고신) : 아직은 편하다고 말하지 말라, 쓰고 신 일 많으리니


煮茶 1자다


松風輕拂煮茶煙(송풍경불자다연) : 솔바람 다 달이는 연기 몰아 올리고
裊裊斜橫落澗邊(뇨뇨사횡락간변) : 하늘하늘 기울어져 골짝물가로 떨어진다
月上東窓猶未睡(월상동창유미수) : 동창에 달 떠올라도 아직 잠 못 자고
挈甁歸去汲寒泉(설병귀거급한천) : 물병 들고 돌아가 찬물을 기는다


煮茶 2자다


自怪生來厭俗塵(자괴생래염속진) : 나면서 풍진 세상 스스로 괴이하게 여겨
入門題鳳已經春(입문제봉이경춘) : 문에 들어가 “봉”자를 쓰니 이미 청춘 다지나갔다
煮茶黃葉君知否(자다황엽군지부) : 달이는 누런 찻잎 그대는 알까
却恐題詩洩隱淪(각공제시설은륜) : 시 짓다가 숨어사는 일 누설될까 오히려 두렵다


野鳥 야조


綿蠻枝上鳥(면만지상조) : 나무 위의 새소리 잇달아
隨意便能鳴(수의편능명) : 제 뜻대로 거침없이 울어댄다
適志從吾好(적지종오호) : 뜻이 맞으면 내 기분대로 따르고
安心只欲平(안심지욕평) : 마음을 편하게 하여 평화롭고자 한다
驕榮爭似隱(교영쟁사은) : 부귀영화 교만함이 어찌 숨어 삶과 다투랴
苦學不如耕(고학불여경) : 고생스레 배움이 어찌 농사만 하리
詩酒消閑日(시주소한일) : 사와 술로 한가한 날 보내며
陶然送平生(도연송평생) : 기분 좋게 한 평생 보내고 싶어라


卽事 즉사


有穀啼深樹(유곡제심수) : 뻐꾸기가 울창한 나무숲에서 우네
前村桑葚紅(전촌상심홍) : 앞 고을에는 오디가 푹 익었다
農雲峯上下(농운봉상하) : 짙은 구름은 산봉우리로 오르내리고
疏雨埭西東(소우태서동) : 가랑비는 뚝 위로 오락가락
懶覺身無事(라각신무사) : 게을러 몸에 할 일 없음을 알고
衰知酒有功(쇠지주유공) : 몸이 쇠약해짐에 술에 공덕이 있음을 알았다
已得歸歟興(이득귀여흥) : 이미 돌아갈 마음 얻었으니
江山屬此翁(강산속차옹) : 강산이 이 늙은이의 것이라오


晝意 주의


驟暄草色亂紛披(취훤초색난분피) : 갑자기 따뜻하여 풀빛 어지러이 날리고
睡覺南軒日午時(수교남헌일오시) : 남쪽 마루에서 잠 깨니 해가 한참 낮이다
更無世緣來攪我(갱무세연래교아) : 다시는 세상인연으로 날 괴롭히지 않으리니
心身鍊到化嬰兒(심신련도화영아) : 마음과 몽이 수련되어 어린아이로 되었다네


曉意 효의


昨夜山中雨(작야산중우) : 어젯밤 산속에 비 내려
今聞石上泉(금문석상천) : 오늘 아침 바위샘 물소리 난다
窓明天欲曙(창명천욕서) : 창 밝아 날 새려하는데
鳥聒客猶眠(조괄객유면) : 새소리 요란하나 나그네는 아직 자네
室小虛生白(실소허생백) : 방은 작으나 공간이 훤해지니
雲收月在天(운수월재천) : 구름 걷혀 하늘에 달이 있음일게
廚人具炊黍(주인구취서) : 부엌에서 기장밥 다 지어놓고
報我懶茶煎(보아라다전) : 나에게 차 달임이 늦다고 나무란다


薄暮 1박모


怕風棲鵲閙松枝(파풍서작료송지) : 바람이 두려워 나무에 깃던 까치 소나무 끝에 시끄럽고
天氣層陰日暮時(천기층음일모시) : 하늘 기운 층층이 어두워져 저물어 가는 때
雪打明窓淸坐久(설타명창청좌구) : 눈발이 창을 때려 오래도록 고요히 방에 앉아
更看山月上城陬(갱간산월상성추) : 산의 달, 성 모퉁이에 떠오르는 것을 다시 본다


薄暮2(박모2)-金時習(김시습)


爐灰如雪火腥紅(노회여설화성홍) : 화로의 재가 눈 같은데 불빛 고기 살같이 붉고
石鼎烹殘茗一鍾(석정팽잔명일종) : 돌솥에는 차를 끊이고 있다
喫了上房高臥處(끽료상방고와처) : 차 마시고 상방에 높이 누운 곳에
數聲淸磬和風松(수성청경화풍송) : 몇 차례 맑은 경쇠소리 솔바람에 화답한다


訪隱者 1방은자


白石蒼藤一逕深(백석창등일경심) : 흰 돌과 푸른 등나무 사이로 좁은 길 깊숙이 나 있고
三椽茅屋在松陰(삼연모옥재송음) : 솔 그늘 아래 석가래 세 개 걸친 작은 띳집이 보인다
紛紜世上無窮爭(분운세상무궁쟁) : 분분한 세상살이 끝없는 싸움
不入伊家一寸心(불입이가일촌심) : 한 치 작은 그 집엔 들어가지 않으리라


訪隱者 2방은자


自言生來懶折腰(자언생래라절요) : 태어나서부터 허리 굽히기 싫어
白雲靑嶂恣逍遙(백운청장자소요) : 흰 구름 푸른 산을 마음대로 소요한다네
松風吹送前山雨(송풍취송전산우) : 솔바람 불어 앞산의 비를 보내어
一朶紫荊花半凋(일타자형화반조) : 한 떨기 자형화가 반이나 시들어 떨어지네


我生 아생


我生旣爲人(아생기위인) : 내는 이미 사람으로 태어났네
胡不盡人道(호불진인도) : 어찌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않으리오.
少歲事名利(소세사명리) : 젊어서는 명리를 일삼았고
壯年行顚倒(장년행전도) : 장년이 되어서는 세상에 좌절하였네.
靜思縱大恧(정사종대뉵) :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우니
不能悟於早(불능오어조) : 어려서 깨닫지 못한 탓이네
後悔難可追(후회난가추) : 후회해도 돌이키기 어려워
寤擗甚如擣(오벽심여도) : 깨닫고 보니 가슴이 방아 찧듯 하네.
況未盡忠孝(황미진충효) : 하물며 충효도 다하지 못했으니
此外何求討(차외하구토) : 이외에 무엇을 구하고 찾겠는가.
生爲一罪人(생위일죄인) : 살아서는 한 죄인이요
死作窮鬼了(사작궁귀료) : 죽어서는 궁색한 귀신이 되리
更復騰虛名(갱부등허명) : 다시 헛된 명예심 또 일어나니
反顧增憂悶(반고증우민) : 돌아보면 근심과 번민이 더해지네.
百歲標余壙(백세표여광) : 백년 후에 내 무덤에 표할 때는
當書夢死老(당서몽사로) : 꿈속에 죽은 늙은이라 써주시게나
庶幾得我心(서기득아심) : 행여나 내 마음 아는 이 있다면
千載知懷抱(천재지회포) : 천년 뒤에 속마음 알 수 있으리.


蓮經讚 연경찬


雲起千山曉(운기천산효) : 온 산 새벽인데 구름 일고
風高萬木秋(풍고만목추) : 바람은 높이 불어 나무마다 가을이네
石頭城下泊(석두성하박) : 성 아래 돌 머리에 묵으니
浪打釣魚舟(낭타조어주) : 물결은 고깃배에 부딪는다.


古風十九首 고풍십구수


始皇倂六國(시황병육국) : 진시황 여섯 나라를 삼키니
時號爲强秦(시호위강진) : 그 때 사람들이 强秦이라 하였네
焚蕩先王書(분탕선왕서) : 선왕들의 책을 불살라 버리니
四海皆鼎新(사해개정신) : 온 세상이 다 세로와 졌었지
自稱始皇帝(자칭시황제) : 스스로 시황제라 치아니
率土皆稱臣(솔토개칭신) : 천하 백성이 신하가 되었네
防胡築長城(방호축장성) : 오랑캐를 막고 만리장성을 쌓고
望海勞東巡(망해노동순) : 바다 보려 수고로이 동쪽 땅 돌기도 했어라
驪山宮闕壯(려산궁궐장) : 여산 궁궐은 장대하고
複道橫高旻(복도횡고민) : 낭하가 높은 하늘 가로질렀지만
楚人一炬後(초인일거후) : 초나라 사람 한 번 올린 횃불에
空餘原上塵(공여원상진) : 언덕 위에 티끌만 남아 있다오.


登樓 등루


向晩山光好(향만산광호) : 해질녘 산색은 아름답고
登臨古驛樓(등림고역루) : 오래된 역의 누대에 오른다.
馬嘶人去遠(마시인거원) : 말은 울고 사람은 멀어지고
波靜棹聲柔(파정도성유) : 물결은 고요하니 노 젓는 소리 부드럽다.
不淺庾公興(불천유공흥) : 유공의 흥취가 옅지 않아
堪消王粲憂(감소왕찬우) : 완찬의 근심을 녹일 만하다
明朝度關外(명조도관외) : 내일 아침이면 관 밖을 건너리니
雲際衆峰稠(운제중봉조) : 저 멀리 구름 끝에 산봉우리들 빽빽하다.


古柳 고류


古柳蟬聲急(고류선성급) : 오래된 버드나무에 매미 소리 급하니
他鄕此日情(타향차일정) : 타향살이 오늘의 내 마음이로다.
長天列峀碧(장천열수벽) : 먼 하늘에 벌리어 있는 산은 푸르고
疎雨半江明(소우반강명) : 성긴 비에 강은 반쯤은 밝구나.
晝永移書榻(주영이서탑) : 낮이 길어 책상을 옮겨놓고
天晴洗酒罌(천청세주앵) : 샘물이 맑아 술병을 씻어본다.
爾來來訪少(이래내방소) : 요즘 와서는 찾는 이도 적어지고
牢落轉無營(뇌락전무영) : 뇌락하여 갈수록 할 일이 없어지는구나.


登昭陽亭 등소양정


鳥外天將盡(조외천장진) : 새는 하늘 밖으로 날아가고
愁邊恨不休(수변한불휴) : 시름에 겨워 한이 그치지 않는다.
山多從北轉(산다종북전) : 산은 많아서 북쪽에서 굴러오고
江自向西流(강자향서류) : 강은 스스로 서쪽을 향해 흐른다.
雁下沙汀遠(안하사정원) : 기러기 날아 내리는 모래톱은 아득하고
舟回古岸幽(주회고안유) : 배 돌아오니 옛 언덕 그윽하다
何時抛世網(하시포세망) : 언제나 세상 그물 던져 버리고
乘興此重遊(승흥차중유) : 흥에 겨워 여기 와서 다시 놀아볼까.


地僻 지벽


地僻無人事(지벽무인사) : 땅이 궁벽하여 사람 일은 없고
春情惻惻寒(춘정측측한) : 봄의 정은 가엾게 차갑기만 하다.
風搖千尺樹(풍요천척수) : 바람은 천 척 높은 나무를 흔들고
雲過萬重山(운과만중산) : 구름은 만 겹 싸인 산을 지난다.
歲月常沉疾(세월상침질) : 세월은 늘 침울하고 빠른데
年華少展顔(년화소전안) : 세월은 언제나 얼굴 펴는 일이 적구나
誰知潘岳鬢(수지반악빈) : 누가 알리오, 반악의 흰 귀밑머리
愁至最先斑(수지최선반) : 근심이 오면 가장 먼저 얼룩지는 줄을


閑寂 한적


自少無關意(자소무관의) : 젊어서부터 세상일에 무관심하여
而今愜素心(이금협소심) :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이 유쾌하다
種花連竹塢(종화연죽오) : 꽃을 심어 대숲 언덕에 연결하고
蒔藥避棠陰(시약피당음) : 아가위 그늘 피해 약초를 모종낸다.
苔蘚人蹤少(태선인종소) : 이끼 끼어 사람 자취 드물고
琴書樹影深(금서수영심) : 나무 그늘 깊이 거문고와 책이 있도다.
從來樗散質(종래저산질) : 전부터 허약한 체질이라
更來病侵尋(갱래병침심) : 다시 병이 침입해 찾아드는구나.


俯仰 부앙


俯仰杳無垠(부앙묘무은) : 내려보고 쳐다봐도 아득히 끝없는데
其中有此身(기중유차신) : 그 가운데 이 몸 태어나 사는구나.
三才參竝立(삼재참병립) : 삼재에 참여하여 나란히 서니
一理自相分(일리자상분) : 한 가지 이치가 자연히 나누어진다.
形役爲微物(형역위미물) : 몸에 구속되어 보잘것없는 사람 되니
躬行卽大君(궁행즉대군) : 몸소 실천하면 큰 인물이 되는 법이도다.
古今何間斷(고금하간단) : 예와 지금에 무슨 단절이 있을까
堯舜我同群(요순아동군) : 요임금 순임금도 나와 한 무리인 것을


渤海 발해


渤海秋深驚二毛(발해추심경이모) : 발해에 가을 깊으니 새치머리 놀라게하고
鴻飛遵渚求其曹(홍비준저구기조) : 기러기도 물가에 내려 제 무리를 찾는구나
莫思閑事祗自勞(막사한사지자노) : 한가한 일 생각치 말자, 나만 피곤하구나
且與鐺杓同死生(차여당표동사생) : 음악과 술과 생사를 같이하여
逞盡丈夫平生豪(령진장부평생호) : 장부의 평생호기를 다 부려보자구나.


渭川漁釣圖 위천어조도


風雨蕭蕭拂釣磯(풍우소소불조기) : 비바람에 날이 쓸쓸하여 낚싯대를 떠나니
渭川魚鳥識忘機(위천어조식망기) : 위천의 물고기와 새들도 알아보고 미끼를 문다
如何老作鷹揚將(여하노작응양장) : 어찌하여 늙어서도 매처럼 용맹을 떨쳐
空使夷齊餓採薇(공사이제아채미) : 백이숙제로 하여 헛되이 굶어죽게 하였나


서민 敍悶


八朔解他語(팔삭해타어) : 여덟 달만에 남의 말 알아들었고
三朞能綴文(삼기능철문) : 세 돌에 글을 엮을 수 있었네
雨花吟得句(우화음득구) : 비와 꽃을 읊어 싯구를 얻었고
聲淚手摩分(성루수마분) : 소리와 눈물 손으로 만져 구분했네
上相臨庭宇(상상림정우) : 높은 정승 우리 집에 찾아 오셨고
諸宗貺典墳(제종황전분) : 여러 종중에서 많은 책을 선사했네
期余就仕日(기여취사일) : 내가 벼슬하는 날에는
經術佐明君(경술좌명군) : 경학으로 밝은 임금 도우려 했네“


장지 壯志


壯志桑弧射四方(장지상호사사방) : 큰 뜻으로 뽕나무 활 사방에 쏘면서
東丘千里負淸箱(동구천리부청상) : 동쪽나라 천리길 푸른 상자지고 다녔네
欲參周孔明仁義(욕참주공명인의) : 조공과 공자에 참여하여 인의를 밝히며
又學孫吳事戚揚(우학손오사척양) : 또 손자와 오기의 병법을 배워 척야의 무술 익혔네
運到蘇秦懸相印(운도소진현상인) : 우수가 닿으면 소진처럼 정승이 되고
命窮正則賦離騷(명궁정칙부이소) : 운명이 궁하면 정칙처럼 이소경이나 지으리
如今落魄無才思(여금낙백무재사) : 지금은 낙백하여 한 치의 재사도 없으니
曳杖行歌類楚狂(예장행가류초광) : 지팡이 끌고 노래하기가 초나라 광접여와 같네


주경 晝景


天際彤雲晝不收(천제동운주불수) : 하늘가 붉은 구름 낮에도 걷히지 않고
寒溪無響草莖柔(한계무향초경유) : 차가운 개울물 소리 없고 풀줄기는 부드럽네
人間六月多忙熱(인간육월다망열) : 인간세상 유월은 바쁘고도 무더우니
誰信山中枕碧流(수신산중침벽류) : 산 속에서 푸른 물 베개한 줄을 누가 믿어줄까


수락산성전암 水落山聖殿庵


山中伐木響丁丁(산중벌목향정정) : 산속에 나무치는 소리 정정거리고
處處幽禽弄晩晴(처처유금농만청) : 곳곳에 깊숙한 산새는 늦어 갠 날을 노래한다
碁罷溪翁歸去後(기파계옹귀거후) : 바둑을 마친 개울가 늙은이 돌아간 뒤
綠陰移案讀黃庭(녹음이안독황정) : 푸른 그늘에 책상을 옮기고 황정경을 읽는다


무제 1無題


石泉凍合竹扉關(석천동합죽비관) : 바위샘물 얼어붙고 합죽선 닫아걸고
剩得深閑事事閑(잉득심한사사한) : 마음의 한가함 얻으니 일마다 한가롭다
簷影入窓初出定(첨영입창초출정) : 처마 그림자 창에 들자 비로소 선정에서 나와
時聞霽雪落松閑(시문제설낙송한) : 가끔씩 소나무 사이에서 눈 떨어지는 소리 듣는다


무제 2無題


不湏偸得未央丸(불회투득미앙환) : 구태어 미앙환을 탐낼 필요 없느니
境靜偏知我自閑(경정편지아자한) : 경계가 고요하여 내가 편안함을 조금 알겠도다
命僕竹筒連野澗(명복죽통연야간) : 하인에게 대통을 들판 개울에 이어 놓게하니
一條飛玉細珊瑚(일조비옥세산호) : 한 줄기 나는 옥같은 물방울이 산호처럼 고아라


무제 3無題


十錢新買小魚船(십전신매소어선) : 십전 들여 작은 고깃배 사서
搖棹歸來水竹邊(요도귀래수죽변) : 노 저어 수죽가로 돌아왔도다
占得江湖風雨夢(점득강호풍우몽) : 강호의 바람과 풍우의 꿈을 얻으니
箇中淸興與誰傳(개중청흥여수전) : 그 속에 맑은 흥취 누구에게 전해줄까


서금오신화후 1書金鰲新話後


矮屋靑氈暖有餘(왜옥청전난유여) : 작은 집에 푸른 담요엔 따스한 기운 넉넉하고
滿窓梅影月明初(만창매영월명초) : 매화 그림자 창에 가득하고 달이 처음 밝아온다
挑燈永夜焚香坐(도등영야분향좌) : 기나긴 밤을 등불 돋우고 향 사르고 앉으니
閑著人間不見書(한저인간불견서) : 한가히 세상에서 보지 못한 글을 짓고 있노라


서금오신화후 2書金鰲新話後


玉堂揮翰已無心(옥당휘한이무심) : 옥당에서 글짓는 것은 이미 마음에 없고
端坐松窓夜正深(단좌송창야정심) : 소나무 창에 단정히 앉으니 깊은 밤이라
香鑵銅甁烏几靜(향관동병오궤정) : 향관과 동병과 오궤는 고요하기만 한데
風流奇話細搜尋(풍류기화세수심) : 풍루스런 기이한 이야기 자세히 찾아본다


관소 灌蔬


蕭散遺人事(소산유인사) : 쓸쓸히 인생만사 잊고
持瓢灌小園(지표관소원) : 박을 들고 작은 밭에 물을 준다
風過菜花落(풍과채화락) : 바람이 스치지 나물꽃 떨어지고
露重芋莖飜(노중우경번) : 이슬이 심하게 내려 토란 줄이 뒤집히네
地險畦町短(지험휴정단) : 땅이 험해 밭 두둑 짧고
山深草樹繁(산심초수번) : 산이 깊어 초목은 무성하도다
晩年勸學圃(만년권학포) : 늙어서 채소재배 배우기를 권하나
不是效如樊(불시효여번) : 번지를 본받으라는 것은 아니라오


해월 海月


年年海月上東陬(연년해월상동추) : 해마다 바닷달 동켠에서 떠올라
來我床前遺我愁(내아상전유아수) : 내 평상으로 와 근심을 가져주네
萬里更無纖翳隔(만리갱무섬예격) : 만리장공에 조금도 막히는 것 없어
一天渾是玉壺秋(일천혼시옥호추) : 온 하늘이 모두 옥병같은 가을이로다
秦宮漢苑人橫笛(진궁한원인횡적) : 진나라 궁궐과 한나라 정원에서 피리 부는 사람
楚水吳江客艤舟(초수오강객의주) : 초나라 오나라 강가에서 배를 대는 나그네
離合悲歡應共伴(이합비환응공반) : 만나고 헤어짐과 슬퍼하고 기뻐함 함께 하리니
停杯且莫問從由(정배차막문종유) : 잠시 술잔을 멈추고 그 이유를 묻지 말아라


희청 喜晴


昨夜屢陰晴(작야루음청) : 어제밤 여러 번 흐렸다가 날이 개니
今朝喜見日(금조희견일) : 오늘 아침 해를 보니 기쁘기만 하다
陰陰夏木長(음음하목장) : 여름 나무는 자라서 그늘지고
嘒嘒鳴寒蚻(혜혜명한찰) : 가을을 알리는 매미는 쓰르르 울어댄다
樹有櫟與樗(수유력여저) : 나무로는 가죽나무와 참나무가 있고
穀有稗與糲(곡유패여려) : 곡식에는 피와 조가 있도다
世我苦相違(세아고상위) : 세상과 나는 괴롭게도 서로 어긋나고
年來添白髮(년래첨백발) : 나이는 많아져 백발이 늘어난다
開襟納新凉(개금납신량) : 옷깃을 헤치고 새로이 시원함 드니
淸風轉颷䬍(청풍전표䬍) : 맑은 바람 더욱 휘몰아 부는구나


설복노화 雪覆蘆花


滿江明月照平沙(만강명월조평사) : 강에 가득한 밝은 달빛 모래벌을 비추고
裝點漁村八九家(장점어촌팔구가) : 어촌 열 아홉 가구를 환하게 장식하는구나
更有一般淸絶態(갱유일반청절태) : 다시 하나의 맑고도 뛰어난 자태 있으니
暟暟白雪覆蘆花(개개백설복노화) : 차갑게도 흰 눈이 갈대꽃을 눌러 덮었구나


몽중작 夢中作


一間茅屋雨蕭蕭(일간모옥우소소) : 한 칸 초가에 우수수 비 내리니
春半如秋意寂廖(춘반여추의적료) : 봄이 한참인데도 가을처럼 마음이 적료하다
俗客不來山鳥語(속객불래산조어) : 세상 손님 오지 않고 산새만 지저귀는데
箇中淸味倩誰描(개중청미천수묘) : 그 중에 맑은 맛은 누구에게 부탁하여 그려낼까


정야 靜夜


三更耿不寐(삼경경불매) : 깊은 밤 근심에 잠은 오지 않고
明月滿東窓(명월만동창) : 밝은 달만 동쪽 창에 가득하구나
杜口傳摩詰(두구전마힐) : 임 막고 왕유를 전하고
無心學老龐(무심학노방) : 무심코 늙은 방씨의 은거함만 배웠네
最憐淸似水(최련청사수) : 물처럼 맑은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安得筆如杠(안득필여강) : 어찌 깃대 같은 붓을 얻을 수 있을까
剪燭拈新語(전촉념신어) : 초심지 자르며 새로운 말을 찾아내고
排聯押韻雙(배련압운쌍) : 배율시를 지으며 운을 맞춘다


월색月色


長空月色正嬋娟(장공월색정선연) : 높은 하늘에 달빛이 고와
欹枕夜凉人未眠(의침야량인미면) : 싸늘한 밤, 베개 베고 누워도 잠은 오지 않네
何處斷腸江上笛(하처단장강상적) : 어디선가 애끊는 강 위의 피리소리
一聲吹破碧雲天(일성취파벽운천) : 한 곡조 피리소리 푸른 하늘 구름을 흩어버린다


월야독보정중 月夜獨步庭中


滿身風露正凄凄(만신풍로정처처) : 몸에 가득한 바람과 이슬 쓸쓸하기만 한데
夜半鐘殘斗已西(야반종잔두이서) : 깊은 밤, 종소리 잦아들고 북두성은 서쪽으로 기운다
松鶴有機和月唳(송학유기화월려) : 소나무에 앉은 학 마음 있어 달에 화답하여 울고
草蟲牽恨向人啼(초충견한향인제) : 풀벌레 한에 끌리어 사람 향해 우는구나
半窓孤枕燈花落(반창고침등화락) : 홀로 누운 창에 등불 불꽃이 떨어지고
幽樹一庭簾影低(유수일정렴영저) : 나무 그윽한 뜰에 발 그림자 나직하구나
侍者正眠呼不起(시자정면호불기) : 시중 드는 이, 바로 잠 들어 불러도 일어나지 않고
好詩吟了便旋題(호시음료편선제) : 좋은 시 읊고나서 바로 시 제목 생각해본다


야심 夜深


夜深山室月明初(야심산실월명초) : 깊은 밤, 산실에 달 밝은 때
靜坐挑燈讀隱書(정좌도등독은서) : 고요히 앉아 등불 돋워 은서를 읽는다
虎豹亡曹相怒吼(호표망조상노후) : 무리 잃은 호랑이와 표범들 어르렁거리고
鴟梟失伴競呵呼(치효실반경가호) : 소리개 올빼미 짝을 잃고 다투어 부르짖는다
頤生爭似安吾分(이생쟁사안오분) : 편안한 삶 다툼이 어찌 내 분수에 편안만 하리오
却老無如避世居(각로무여피세거) : 도리어 늙어서는 세상 피하여 사는 것만 못하리라
欲學鍊丹神妙術(욕학련단신묘술) : 오래 사는 범을 배우려 하시려면
請來泉石學慵疏(청래천석학용소) : 자연을 찾아 한가하고 소탈한 것이나 배워보시오


주의 晝意


庭花陰轉日如年(정화음전일여년) : 뜰에 핀 꽃 그늘 돌아 하루가 일년 같은데
一枕淸風直萬錢(일침청풍치만전) : 베개로 불어드는 맑은 바람 만금의 값나가네
人世幾回芭鹿夢(인세기회파록몽) : 사람은 몇 번이나 득실을 헤아리는 꿈을 꾸는가
想應終不到林川(상응종부도임천) : 그러나 생각은 끝내 자연의 삶에 이르지 못하리라


월야우제 月夜偶題


滿庭秋月白森森(만정추월백삼삼) : 뜰에 가득한 가을달 흰빛 창창하고
人靜孤燈夜已深(인정고등야이심) : 외로운 불빛, 사람은 말이 없고 밤은 깊어간다
風淡霜淸不成夢(풍담상청불성몽) : 살랑거리는 바람, 맑은 서리에 잠은 오지 않고
紙窓簾影動禪心(지창염영동선심) : 종이 창의 발 그림자에 부처마음 이는구나


월야月夜


絡緯織床下(낙위직상하) : 여치는 평상 아래에서 베짜듯 울고
月白淸夜永(월백청야영) : 밝은 달빛, 맑은 밤은 길기도하여라
靈臺淡如水(영대담여수) : 마음은 물 같이 담담하고
萬像森復靜(만상삼부정) : 만물은 가득하고 고요하기만 하다
風動鳥搖夢(풍동조요몽) : 바람 불어 새는 꿈에서 깨고
露滴鶴竦驚(노적학송경) : 이슬방울에 학은 놀라 움추리는구나
物累不相侵(물루불상침) : 만물의 질서는 서로 침해하지 않으니
箇是招提境(개시초제경) : 그것이 바로 부처님 나라의 경지이로다


중추야신월1中秋夜新月


半輪新月上林梢(반륜신월상림초) : 둥그레한 초승달 나무가지 끝에 뜨면
山寺昏鐘第一鼓(산사혼종제일고) : 산사의 저녁종이 처음으로 울려온다
淸影漸移風露下(청영점이풍로하) : 맑은 그림자 옮아오고 바람과 이슬이 내리는데
一庭凉氣透窓凹(일정량기투창요) : 온 뜰에 서늘한 기운 창틈을 스며든다


중추야신월2中秋夜新月


白露溥溥秋月娟(백로부부추월연) : 흰 이슬 방울지고 가을달빛 고운데
夜虫喞喞近床前(야충즐즐근상전) : 밤 벌레소리 시꺼럽게 침상에 앞에 들려오네
如何撼我閒田地(여하감아한전지) : 나의 한가한 마음 흔들어 놓으니 나는 어찌하랴
起讀九辯詞一篇(기독구변사일편) : 일어나 구변의 노래 한 편을 읽고있도다


구우久雨


茅簷連日雨(모첨연일우) : 초가에 연일 비 내려
且喜滴庭際(차희적정제) : 처마에 물방울지니 우선은 기쁘구나
底事消淸晝(저사소청주) : 무슨 숨겨진 일로 깨끗한 하루 보낼꺼나
窮愁著隱書(궁수저은서) : 궁색하고 근심스러우니 은서나 지어볼리라


소우(疏雨)-김시습(金時習)


疏雨蕭蕭閉院門(소우소소폐원문) : 소슬한 가랑비에 문을 닫고
野棠花落擁籬根(야당화락옹리근) : 해당화 뜰어져 울타리밑에 쌓였구나
無端一夜芝莖長(무단일야지경장) : 까닭없이 밤새도록 지초 줄기 자라나
溪上淸風屬綺園(계상청풍속기원) : 개울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 기원과 같아라


우중민극(雨中悶極)-김시습(金時習)


連空細雨織如絲(연공세우직여사) : 베를 짜는 양 가랑비 하늘에 가득하고
獨坐寥寥有所思(독좌요요유소사) : 적적히 홀로 앉으니 생각나는 바가 많구나
窮達縱云天賦與(궁달종운천부여) : 궁하고 달하는 것 하늘이 준 것이라 하지만
行藏只在我先知(행장지재아선지) : 가고 머물고는 내게 있음을 알고 있다네
霏霏麥隴秋聲急(비비맥롱추성급) : 부슬부슬 비 내리는 보리밭에 가을소리 급하고
漠漠稻田晩色遲(막막도전만색지) : 막막한 벼밭엔 저녁빛이 늦어 드는구나
老大頤生何事好(노대이생하사호) : 늙어서 편안한 삶에는 어떤 일이 좋은가
竹床凉簟乍支頤(죽상량점사지이) : 대나무 평상에 서늘한 돗자리에서 턱이나 괴는 것이네


산거山居


山勢周遭去(산세주조거) : 산세는 주변을 둘러싸고
江流縹妙廻(강류표묘회) : 강물은 흘러 옥빛처럼 흘러간다
一鳩鳴白晝(일구명백주) : 비둘기 한 마리 한낮을 울어대고
雙鶴啄靑苔(쌍학탁청태) : 한 쌍의 학은 푸른 이끼 쪼아댄다
拄笏看雲度(주홀간운도) : 홀을 잡고 흘러가는 구름 바라본다
吟詩逼雨催(음시핍우최) : 시 읊으며 비를 재촉하노라
我如陶然靖(아여도연정) : 나는 도연명과 같아서
守拙碧雲堆(수졸벽운퇴) : 푸른 구름 더미에 쌓여 졸함을 지켜사노라


유거幽居)


幽居臥小林(유거와소림) : 숲 속에 누워 그윽히 사니
靜室一煙氣(정실일연기) : 고요한 방안에 한 줄기 향기오른다
夜雨林花爛(야우임화란) : 밤비에 숲 속 꽃이 찬란하고
梅天風氣凉(매천풍기량) : 육칠 월 날씨에 바람은 서늘하구나
葉濃禽語警(엽농금어경) : 나뭇잎 짙고 새들은 지저귀고
泥濕燕飛忙(니습연비망) : 진흙에 질퍽하고 제비는 바삐 날아다닌다
何以消長日(하이소장일) : 긴 날을 어찌 보낼 것인가
新詩寫數行(신시사수행) : 새로운 시나 몇 줄 지어볼까나


제소림암題小林菴


禪房無塵地(선방무진지) : 선방 티끌없는 그곳에
逢僧話葛藤(봉승화갈등) : 스님을 만나 얽힌 이야기 나눈다
身如千里鶴(신여천리학) : 몸은 천 리를 나는 학 같고
心似九秋鷹(심사구추응) : 마음은 가을 철 매 같도다
石逕尋雲到(석경심운도) : 돌길에 구름 찾아 여기에 와
松窓獨自凭(송창독자빙) : 소나무 창가에 홀로 기대어본다
無端更回首(무단갱회수) : 까닭없이 다시 머리 돌려보니
山色碧崚嶒(산색벽릉증) : 산빛은 푸르고 험하기만 하구나


춘유산사春遊山寺


春風偶入新耘寺(춘풍우입신운사) : 봄바람 불어 우연히 신운사에 들러보니
房閉僧無苔滿庭(방폐승무태만정) : 스님도 없는 승방, 뜰에 이끼만 가득하다
林鳥亦知遊客意(임조역지유객의) : 숲 속의 새들도 나그네 마음 알고
隔花啼送兩二聲(격화제송양이성) : 꽃 넘어 저곳, 새는 두세 울음 울어 보내네


수파령水波嶺


小巘周遭水亂回(소헌주조수난회) : 작은 봉우리를 둘러 물이 어지러이 휘돌고
千章喬木蔭巖隈(천장교목음암외) : 일천 그루 높은 나무 바위 가에 그늘지운다
山深不見人蹤迹(산심불견인종적) : 산 깊어 사람의 자취 보이지 않고
幽鳥孤猿時往來(유조고원시왕래) : 깊은 산에 외로운 원숭이만 때때로 오고간다


우중서회雨中書懷


滿溪風浪夜來多(만계풍랑야래다) : 개울 가득한 풍랑 밤새 많아지니
茅屋蓬扉奈若何(모옥봉비내약하) : 초가집 사립문은 어찌 해야하는가
亂滴小簷聲可數(난적소첨성가수) : 처마에 떨어지는 빗소리 헤아릴 수도 있으니
塊然身在碧雲窩(괴연신재벽운와) : 외롭도다, 이내 몸은 푸른 구름 속에 있는 듯하여라


설효1雪曉


滿庭雪色白暟暟(만정설색백개개) : 뜰에 가득한 눈빛은 희고 아름다워라
瓊樹銀花次第開(경수은화차제개) : 옥나무 은빛 눈꽃이 차례로 피어나는구나
向曉推窓頻著眼(향효추창빈저안) : 새벽 되어 창문 열고 자주 눈을 돌리니
千峰秀處玉崔嵬(천봉수처옥최외) : 일천 봉우리 빼어난 곳에 옥이 높게도 쌓였구나


설효2雪曉


我似袁安臥雪時(아사원안와설시) : 내가 원안처럼, 눈에 누워있어
小庭慵掃捲簾遲(소정용소권렴지) : 조그마한 뜰도 쓸기 싫고, 발마저 늦게 걷는다
晩來風日茅簷暖(만래풍일모첨난) : 늦어 부는 바람과 해, 초가집 처마 따뜻해져
閒看前山落粉枝(한간전산락분지) : 한가히 앞산을 보니, 나무가지에서 떡가루가 떨어진다


설효3雪曉


東籬金菊褪寒枝(동리금국퇴한지) : 동쪽 울타리에 금국화의 퇴색된 울타리
霜襯千枝个个垂(상친천지개개수) : 서리 내의 천 가지에 하나하나 널어 놓았다
想得夜來重壓雪(상득야래중압설) : 생각건데, 밤동안에 무겁게 눌린 눈
從今不入和陶詩(종금불입화도시) : 이제부터 도연명의 화운시에도 들지 못한다


촌등村燈


日落半江昏(일락반강혼) : 해가 지니 강의 절반이 어둑해져
一點明遠村(일점명원촌) : 한 점 등불 아득히 먼 고을 밝힌다
熒煌穿竹徑(형황천죽경) : 등불의 불빛은 대나무 좁은 길을 꾾고
的歷透籬根(적력투리근) : 또렷하게 울타리 밑을 비춰오는구나
旅館愁閒雁(여관수한안) : 여관에 들려오는 기러기 소리 수심겹고
紗窓倦繡鴛(사창권수원) : 비단 창가 비치는 원앙 수놓기 권태롭구나
蕭蕭秋葉雨(소소추엽우) : 우수수 가을잎에 내리는 비
相對正銷魂(상대정소혼) : 마주 바라보니 내 넋이 녹아버리는구나


도점陶店


兒打蜻蜓翁掇籬(아타청정옹철리) : 아이는 잠자리 잡고, 노인은 울타리 고치는데
小溪春水浴鸕鶿(소계춘수욕로자) : 작은 개울 흐르는 봄물에 가마우지 먹을 감는다,
靑山斷處歸程遠(청산단처귀정원) : 청산 끊어진 곳에서, 돌아 갈 길은 아득한데
橫擔烏藤一个枝(횡담오등일개지) : 검은 등나무 덩굴 한 가지가 비스듬히 메어있다. 


불교의 종지(宗旨)는 사랑(자비)으로 만물을 이롭게 하고 마음을 밝혀 탐욕을 없애는 것이라고 파악한다. 또 비합리적인 도교의 신선술(神仙術)을 부정하면서도 기(氣)를 다스림으로써 천명(天命)을 따르게 하는 데 가치가 있다고 한다. 즉 음양(陰陽)의 운동성을 중시하는 주기론적(主氣論的) 성리학의 입장에서 불교와 도교를 비판, 흡수하여 그의 철학을 완성시키고 있는데, 이런 철학적 깨달음은 궁극적으로는 현실생활로 나타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저(遺著)로는 〈금오신화〉·〈매월당집 梅月堂集〉·〈매월당시사유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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